박 00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일면식도 없는데 메일로 이렇게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아뢰올 말씀은 이번 작문 수행평가에 대한 것입니다.
일주일전쯤인가 충신이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백00학생과 충신이를 선생님께서 짝을 지어 주셧으며 교내활동 두가지 교외활동 두가지를 하고 파트너에 대해서 더 알게 된 것을
감상문으로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경험이 되겠구나 생각했으며 어떻게 할 요량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팀들과 함께 부모님이 안 계신 친구집에 모여서 함께 음식을 해 먹고 논다고...대답을 하더군요.
몇시간?
몰라요...
왜?
다들 그러자고 해서요...
그 부모님은 언제 오시는데?
밤11시요
그럼 하루종일 놀겠네?
그럴지도요...
저는 그런 식으로 놀 것이면 차라리 작문수행평가를 포기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부모도 안 계신 빈 집에 남자 고등학생 여러 녀석이 함께 어울린다는 것에 대한 염려와
제 아들 충신이는
중3부터 고1까지 야간자율학습 핑계를 대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한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다음날 친구들이 그 계획은 취소되었다고 하더라고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오늘
선생님께서 연휴이니 친구와 수행평가를 위한 활동을 하고 다음주 월요일까지 감상문을 써 내라 하셨다며
한마디를 덧붙이더군요.
제가 아버지가 불만이 있다고 말씀드렸으며 선생님께서 이메일을 보내달라하셨다고요.
내일은 어떻게 할 것이냐? 물었더니
친구들과 전화를 하고 나서 제게 말 해주었습니다.
아침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점심 먹고
노래방과 게임방 그리고 피씨방 중 어디엔가 갈 것이라고요.
이건 2년동안 거의 매주 며칠씩 녀석이 빠짐없이 그리고 고2 접어들어서도 간헐적으로 해오던 짓이니,
아비로써 가슴이 답답하기 이를데가 없는 상태입니다.
선생님의 의도는 우정의 재발견 또는 타인에 대한 이해 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충신이에게는
최근들어 겨우 통제하려 애 써 온...옛 습관으로의 회귀 내지는 하루 종일 놀고픈 의지에 불과합니다.
제가 충신에게 말한 것은
선생님의 의도에 대해 불만있어 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의도가 아들에 의해 농락되어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현실때문입니다.
착실한 아이들이야 이런 수행평가만큼 친구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을 고마운 제안이 어디있겠습니까마는
정신적으로 아직도 어리석은 충신이에게는 그저 하루치 놀게해주는 자유시간을 주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수행평가라는 합법적인 구실로 말입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안 든다고 수행평가를 하지말라할 수도 없는 일이구요.
제 바람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짝을 지워주셨으니...겨우 집에 모여 놀 궁리나 게임방이나 피씨방이나 노랭방이나 갈 궁리에 빠진...충신이에 대하여
짝을 지워주셨듯이...교외활동도 구체적으로 지시해주심이 어떠하올지 하는 것입니다.
저와 충신이의 갈등은 '끊임없는 충신이의 놀 궁리'에서 기인합니다.
그래서 참 구차스럽게도 시시콜콜 간섭하는 못난 아비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저 갑갑하다 생각만 할 요량이었는데
아들이 선생님께 ...아비가 불만 있다...전하였다 하고 선생님도 메일을 보내라 하셨다니 ... 참 영양가 없는 짓인줄 알면서도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것입니다.
정말...번거롭게 해드릴 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못난 아들을 둔 못난 아비의 하소연을 들으셨다 생각하시고 ... 해량하옵시기를 바라옵니다.
2010.5.20 충신 아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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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정답은 없네요.
답글
좋은 뜻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면 더이상의 발전은 없는데
어떤 의미로든 왜곡되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구요.
선생님과 소통하는 길이 녹녹치는 않지요?
학교라는 문턱이 사람에 따라서는 무척 높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빛이 담임선생님께서는 전화를 자주 주시더군요.
물론 학구적인 욕심이 많으신 분이시지만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로 융통성없는 고집이 강한 편이거든요. 한빛이가.
아주 나중에는 충신이의 고등학교 생활이 어떤 의미로든 인생의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험이 전혀 없는 공부벌레보다는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되는 것은 분명하리라 기대하거든요.
스스로 자기의 목표를 찾아가는 날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
점 답답해지네요.
답글
발송 취소 되어서 다행인 메일은
마음의 진정성을 전하기 위함 보다는
선생님께 대한 도전성이 많아 보이고.
저도 그렇고 특히나 울집 광김 아저씨가
충신이 나잇적에
"저렇게 살다가 크면 뭐가 될려고 저럴나 몰라."라는 말을
어른들께 퍽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그리 못사는 편도 아니고
나름 열심히 살았고 잘 살고 있거든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방법도 필요하지 싶은데....-
주방보조2010.05.25 13:51
ㅎㅎ...
돌아보면 저도 저의 어머니가 포기한 아들이었습니다.^^
600명쯤 되는 학생 중에 500등이 넘는 성적표를...한숨 한번 딱 쉬시고...도장찍어주셨더랬다니까요.
그런데...저는 제 어머니만큼 도통하지 못해서리...문제인 것같습니다.
충신이 놈도 너무하구요^^
토요일에 두어시간 공부하더니
주일엔 3시부터 7시까지 사라졌다 돌아왔습니다.
저도 어머니 흉내내느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딱 한번 한숨 쉬고 ...놔두었더니
자꾸 기어오르는 거 잇죠? 군시렁군시렁...결국 큰 눈 부릅뜨고 소리 한번 지르고야 말앗습니다. ㅎㅎ
편지를 보냈을 때 녀석이 얼굴에 어두움이 깃들더니...결국 발송취소를 하게 되니...그리 밝아질 수가 없었답니다. 가엾은 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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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시간이 많아 다른집 아버지보다 애들에게 더 집착?[죄송]하시는건 아닌지요?
답글
다른집 아버지들은 절대로 이만큼 아이들일을 잘 알고 있지도 못하고 ,아이들과의 이런 소통도 어림없는거 아닌가요?
너무 걱정마세요. 하늘 아버지가 다 잘 돌보고 계시니 나중 크게 웃을날 ,웃을일 많게 해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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