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광화문파...에 둘 추가^^

주방보조 2010. 6. 22. 02:05

지난 주 금요일에 대학생인 두 딸의 학기말 시험이 끝났고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방학 중 진실이는 알량한 일본어실력으로 알바를 한다 하고, 나실이는 나름대로 영어공부 계획을 짜 놓았다 하였습니다.

 

토요일 아침 동생들이 모두 학교 간 뒤

두 녀석을 일으켜 세워 광화문까지 걷기로 하였잖느냐고

교신이의 광화문행 이후 '저도 가고싶어요'...라고 한 그 한마디의 약속을 들먹이며 독촉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우리 집 아이들은 약속이라면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약속을 들먹이고 강요하면 정말 싫어도 억지로 끌려나오기도 합니다. 나실이는 좀 긍정적이니 자발성이 있었다 인정해 줄만 하지만 진실이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약속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었지요. 그래도 명동교자 사 준다는 약속에 혹했는지 따라나섰습니다.

(허긴...충신이도 이 약속이란 것을 이용하는데, 나가 놀고 싶으면 그 구실로 걸핏하면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 같이 가기로 약속 운운하며 저를 압박하곤 합니다.

물론 이 녀석은 약속을 잘 지키지는 않습니다. 기억이 안 나는데요, 그런 약속 한 적이 없는데요 하며 쌩 까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어쨌든 이 두녀석을 끌고 나온 것이 오전 9시 50분

진실이는 옵션 하나를 붙였는데 자양고 만화부 후배들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좀 기달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장장 30여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얼굴만 보고 나온다고 한 약속을 믿고...

 

자양고 앞을 출발한 것이 10시30분경이었습니다.

저는 슬리퍼, 진실이도 슬리퍼, 나실이는 구두...날씨는 흐려서 우산을 두개 준비했으며 달랑 물 한병 들고

뚝섬유원지역 나들목을 지나 한강으로 나가 강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자전거길 옆에 보행자 길을 잘 만들어서 셋이 함께 걸어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영동대교를 지나 성수대교를 지나 제 무덤예정지를 지나 용비교아래 잠시 쉬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셋이 어린 시절부터 함께 보고 즐겼던 옛 만화영화 주제가들을 부르며 무탈하게 도착했지요.

뾰로롱 꼬마 마녀, 세일러문, 짱가, 그리고 대여섯개의 저는 잊어버리고 아이들은 기억하는 만화 노래들...

 

야 세일러 문의 가사 중 '전화도 할 수 없는 밤이 오면 자꾸만 설레이는 내 마음'...이게 무슨 뜻 같으냐?

몰라요.

밥통들...연애도 못하니깐 당연히 모르지...

아빠는 아세요?

나도 몰라

ㅎㅎㅎ

 

...

 

거기서 중량천의 다리를 건너고 살곶이까지는 그런대로 코스모스라든가 창포라든가 하는 꽃 구경을 하면서 잘 갔습니만

 

살곶이를 지나 청계천으로 접어들면서부터 두 딸의 특성이 우리를 분열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나실이는 일단 빨리 가서 쉬자...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으며 당연히 저 멀리 앞장 서서 나아가기 시작했고

진실이는 쉬면서 가도 마찬가지 아니냐...라는 생각으로 뒤쳐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앞에 가는 나실이를 따라 가자니 뒤에 쳐진 진실이가 너무 따라오기 힘들 것이고

뒤에 쳐진 진실이와 함께 가면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릴 것이었습니다.

 

청계천 하류의 물은 더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뿌연 물...고산자교 까지 가는 동안 비도 좀 뿌려 주었고...빗방울들의 충돌이 참 예뻤지만... 물은 참 더러웠습니다.

 

아...저는 뒤에 쳐진 진실이와 함께 가기로 하고 천천히 걸었습니다. 어쩝니까...그게 부모노릇인걸요.

 

...

 

다행히...앞 서 가던 나실이의 발바닥에 물집이 벌겋게 잡히려하여 속도가 늦춰졌고

연인들의 자물쇠 걸어놓은 곳에 이르러 셋이 함께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나실이는 먼저 훌쩍 앞으로 갔다가 우리를 기다려 다시 만나고를 서너번 반복했지요.

 

 

 

 

상류로 갈수록 청계천 물은 깨끗해졌고  굵은 잉어들의 모습도 참 많이 목격되었습니다.

 

 

 

마침내...기진맥진 한 두 딸과 청계천 그 시작점에 도착하여 발을 그 물에 담근 것이 2시30분

 

 

 

...

 

그리고

두 딸들의 힘을 짜내고 짜내어^^

약속대로 명동교자에 가서 만두와 칼국수 그리고 비빔국수를 사 먹고...2시50분

외환은행 뒤 벤취에 앉아 잠시 쉬고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니...4시20분.

 

...

 

야...기적이야...진실이가 무탈하게 다녀왔으니 말야. 그 진실이가...^^

다음에 또 언제 갈까?

나실이는 그냥 웃고,

진실이는 기가 찬지...절대로!!! 안 가요!!! 하며 허탈하게 웃더이다.

 

...

 

정말 이 딸들과는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말입니다.

 

 

 

 

 

 

  • 주방보조2010.06.22 02:21

    세일러문 주제가...^^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살며시 너에게로 다가가

    모든걸 고백할텐데

    전화도 할 수 없는 밤이 오면

    자꾸만 설레이는 내 마음

    동화속 마법에 세계로

    손짓하는 저달빛

    밤하늘 저멀리서 빛나고 있는

    꿈결 같은 우리의 사랑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서 당신을 만날수 있는건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어 기적의 세일러문

    답글
  • 잔느2010.06.22 10:00 신고

    앗! 지난 토요일 저도 남편, 새빛과 함께 명동교자에 갔었더랬습니다~~ 저희는 3시 반 정도에 도착해서 먹었던것 같아요~ 아.. 조금만 더 일찍 갔으면 마주쳤을 수도 있었을 것을.. ^^ 하긴.. 그 복잡한 식당안 혹은 명동에서 마주쳐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명동에 사람도 엄청 많고 정말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이런 말 하면 안되지만 저도 나이가 들었는지.. ㅋㅋ 사람 많은 명동길을 걷자니 어지럽고 피곤함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더라는..
    세일러문 주제가는 저도 조카 효진이가 어릴적에 함께 많이 부르곤 했었는데.. ㅎㅎ 처음에 언니가 조카와 함께 그 만화 주제가를 따라 부르는걸 보며 한참 웃었더랍니다. 아이들 만화답지 않은 가사와 트롯 분위기의 멜로디의 노래를 어린 조카와 엄마인 언니가 따라 부르는게 너무 코믹했었어요. 새삼 추억이 새록 새록 ^^ 가사 보면서 저도 오늘 따라 불러 보네요~ 그나저나 나실이와 진실이는 얼굴이 무척 닮았어요. 약속이라 지켜야 한다고 그 먼 길을 장장 몇 시간씩 걸려가며 물집 잡혀가며 그것도 슬리퍼와 구두를 신고 (왜 운동화를 안신기셨나요 ㅋㅋ) 길을 나선 두 자매의 용감무쌍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답글
    • 주방보조2010.06.22 12:43

      우리가 내려올 때...줄 선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볼 것을!!!! ㅎㅎ
      제 탓입니다. 제가 사람들 낯을 잘가리기 때문에...휙~내려가는 바람에 ......분명히 거기 줄 서 계실 시간이었을텐데그 복잡한 데서 만나도 좀 거시키했을 것같긴 합니다만...^^ㅎㅎ
      근데 무슨 좋은 날이었나요?

      오늘 아침에 둘을 데리고 우리 동네 한강 장미공원 다녀왔습니다. 저는 아무리 봐도 둘이 안 닮았는데^^

  • 김순옥2010.06.22 18:11 신고

    나실이가 정말 날씬해진 것 같네요.
    두 따님들이니...두 아들들보다는 훨씬 다정함이 돋보입니다.
    아빠랑 나들이하는 딸들도 행복해 보이구요.
    방학이라서 대학생 나름대로 또 바쁘군요.
    한얼이는 지난 주에 방학하고 이번주까지는 프로젝트라든가 있답니다.
    학교에서 한다는 아르바이트는 어찌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차값을 갚아야 하는데 말이지요.

    오늘은 하루 종일 한가한지라 무척 지루하군요.
    차라리 서툴고 바쁠 때가 더 좋았던 것도 같구요.
    오늘밤은 다들 잠을 설칠 것 같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0.06.22 19:44

      나실이가 들으면 정말 좋아하겠네요^^
      최근들어 다이어트한다며...아침엔 검은콩 삶은 것만 먹거든요. ㅎㅎ

      딸이든 아들이든...함께 해 주는 녀석들이 고맙고 따로 노는 놈은 얄밉고 그렇지요^^
      다행히 4:1 이라서 ...
      아...마눌 포함하면 4:2... 그래도 남는 장사죠?^^

      ㅎㅎ...한얼이는 좀 느긋하게 가만히 지내는 성품이 아닌가 봅니다. 일을 벌이고...자신을 거기에 몰아넣는 스타일인가요?
      일중독...에 빠지지 않는 유능함...이 중요한데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중독을 유능함이라고 착각하게 하는 경향이 짙어서 말이죠.

      축구에 관해서는 ...전 그냥 잘까 생각중입니다. 다행히 깨면...보고^^

    • malmiama2010.06.23 12:31 신고

      집에 티비가 없는고로 새벽 3시 30분에 교회에 가서 봤습니다.
      예배 시간이 되어 후반의 후반을 못봤지만..함성이 없는 것이 16강 진출..이겠거니 했지요.^^

    • 주방보조2010.06.23 22:13

      마루에서 자고 있는데 충신이가 깨웠습니다. 축구보자고^^
      공부를 그렇게 신경 써서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덕분에 재미있는 게임을 보았습니다.
      김남일이 정말 우리 식구 전부를 재미있게 흥분시켰습니다.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하여...ㅎㅎ

  • malmiama2010.06.23 12:26 신고

    조깅화 신고도 만만찮은 거린데..슬리퍼로~~!!!

    착한 두 딸이 지난주에 방학했군요~~
    끝 사진은 딸..시집갈 때 표정이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0.06.23 22:15

      보통슬리퍼를 신었더니 뒤꿈치가 좀 힘들었습니다. 확실히...크룩스가 좋습니다.

      원경 교신과 갔다 올 때는 크룩스짝퉁을 신었었는데...발이 편했거든요.

      저도 좀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1킬로정도는 딸들에게 제 뒤 벨트를 잡고 오라 했거든요. 허두 힘들어 해서리...^^

  • 나우2010.06.25 22:13 신고

    저도 광화문 데려가 주세요 ㅠㅠ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10.06.26 04:21

      ^^...발이 편한 운동화나 샌달, 무더운 낮은 되도록 피하시고, 작은 물병 하나면...누구나 갈 수 있는 좋은 길입니다.
      장마가 시작되니 우산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청계천 하류부터 거슬러 가면 대략 천천히 걸으면 두시간...13천보정도 됩니다. [비밀댓글]

  • 봄빛2010.06.28 10:56 신고

    요즘 아이들은 바빠서..라는 이유로
    꽤 먼 거리를 한가하게 아빠랑 산책하려 들지 않는데
    평소 요리왕님의 가정교육 철학의 결실을 보는 기분이 드네요.
    행복한 시간 부우럽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0.06.28 12:56

      우리 아이들이 좀 느긋한 성품들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도
      거기 장단을 못맞추는 늦되는 아이들이요.
      그래서 제가 끼어들 틈이 남아 있는 것이지요. 똑똑하면...이런 일이 가능키나 하겠습니까?
      그러니 부러울 것 별로 없는 것이지요^^
      똑똑한 자식들 둔 부모들이 부러울 따름이지요ㅜㅜ...욕심인 줄 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