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원경아...살아서 돌아와...

주방보조 2009. 12. 21. 11:17

원경이에겐

단짝 친구가 둘이 있습니다.

그 중 한 녀석이 게임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철권^^을 좋아해서 가끔이라도 오락실에 가서 한판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아이입니다.

언젠간...친구오빠인 충신이하고 둘이서 철권을 뜨러 롯데시네마 3층 오락실을 다녀오는 것을...제게 들킨 적도 있습니다.

 

인터넷 동호회 중에는 이렇게 게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카페가 있나 봅니다.

원경이의 그 친구는 그곳의 단골 손님이고 원경이도 친구따라 덩달아 가입하였던 것입니다.

게임 좋아하는 녀석들이 주로 남자 아이들이고 보면 중2짜리 귀여운 여자 아이들이 그곳에서 그런대로 환영받을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그리하여

시험도 끝났고 성적도 다 나왔고

방학이 가까워 오면서 뭔가 해이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 게임방 회원들끼리 오프모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예의 건대입구 롯데시네마 3층에서 말입니다.

 

...

 

지난주 토요일이었습니다.

원경이가 제게 전화를 하여 "친구들이랑 놀고 3시쯤 들어가도 되요?"라고 물었고

저는 비록 성적이 그리 많은 향상은 없었지만 성실하게 공부하는 그 자세를 항상 높이 평가하는 관점에서 원경이를 인정하므로

'믿고' 아니 '아무 의심도 없이' 묻지도 않고 "알았다" 라고 허락해 주었습니다.

 

잠시 후

급한 목소리로 나실이가 전화를 하였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테니 자기 전화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아빠는 원경이가 어딜 가는 지 아세요?

알지.

누구하고 가는지도 아세요?

그래 안다.

정말이세요?

혜정이랑 현주랑 같이 오락실이나 갔다 오겠지.

아!! 빠!! ... 그게 아니예요.

그게 아니야?

예...걔가 미쳤어요. 게임카페 사람들하고 오프모임을 갖는데 거기 간 거예요.

으응?

게다가요 거기 모이는 애들이 주로 고3남학생들이래요.

그래?

그래요. 제가 몇번이나 말렸는데 소용없었어요. 아빠 허락을 받아다고 하구요. 그리고 친구 하나가 '누가 원경이를 잡아먹기라도 하나'하며 옆에서 빈정거리는 소리를 제가 들었거든요. 저 정말 화가 너무 났어요...씩씩...

음...그건 아니지. 당장 연락해서 집으로 오라 해라!

 

...

 

까만얼굴이 창백해진채^^

원경이가 현관문을 들어 서는데...참 마음이 묘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고,

 

앉혀 놓고

이 낙천주의자인 세째딸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주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결코 가볍게 연결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온라인은 얼마든지 좋은 모습 좋은 소리만 늘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며 그런 정서를 가지고 오프에서 사람을 만나면 온라인의 선입견때문에 사람을 제대로 분별하기 어려워진다. 아빠도 온라인에서는 얼마나 좋은 아빠로 보여지느냐...너도 잘 알듯이 실제는 안 그런데 말이다.

온리인에서 만나는 사람을 오프에서 만날 때 만약 어떤 사고가 나게 되는 경우, 실제적인 정보가 없으므로 곤란한 일을 겪게 되어 있다. 돈거래가 오간다든지, 폭력행위가 있게 된다든지, 성추행이라도 벌어지는 날엔 ...도망쳐 버리면 행방을 알 수 없게 되니 그렇다.

요즘 청소년 범죄의 대부분이 약아빠진 선배들이 순진한 후배들에게 행하는 악행들이다. 게다가 게임 좋아하는 고3이란 녀석들이 정상일 리 없지 않겠느냐?

마지막으로...너 그렇게 그런식으로 아빠에게 말하고 허락을 받는 것은 거짓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다.

 

원경이는 다음과 같이 변명을 했습니다.

 

먼저 죄송하구요

그냥 친구가 몇번 만나봤었는데 괜찮다고 했고

이미 게임카페에서 여러 사람들과 채팅을 했었는데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저도 만나면 같이 게임을 하면 재미있을 것같았어요.

청소년 문제는 들어서 아는데요, 그런 일이랑 이번 모임이랑 저는 연결이 안 되었어요.

진실이 언니에게 먼저 말했는데 진실이 언니는 '잘 놀다와' 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도 여러가지 잔소리를 퍼붓고^^

앞으로도 미안하지만 이런 모임은 허락할 수 없다. 알겠지? ... 하고 훈육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들은 집에 돌아가는  데 아무 말 안 하데?

 

예...제가 너무나 겁내며 집에 간다고 하니까...

 

원경아 어떻게 해~~ 살아서 돌아와~~...그랬어요.

 

...

 

ㅎㅎ

그리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온 진실이가 제게 흠씬 혼이 난 이유는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 malmiama2009.12.21 14:02 신고

    제가 다 조마조마..합니다.
    자알~하셨어요. 착한 원경이..아빠 말 들어서 예쁩니다.^^

    진실이는... 실수~~!!
    나실이는... 짝짝~~!!

    답글
    • 주방보조2009.12.21 21:53

      진실이도 변명을 하기는 했지요.
      자기도 좀 이상해서 나실이에게 이야기한 것이라나요.
      판단력에 뭔가 결함이 있거나...너도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꺼라고 해 주었습니다.

      그 친구 어머니는 그 친구가 그런 식으로 만남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아시니?
      아신대요.
      거짓말이 틀림없을 걸...
      정말이예요, 걔는 거짓말 잘 안 해요.
      나중에 걔네집에 가면 꼭 여쭈어봐라. 그게 친구를 위하는 일이다.
      오늘...조금전에 원경이와 나눈 대화입니다.^^

  • 한재웅2009.12.21 22:11 신고

    저는 남자 아이만 키워서 여자아이들을 키울 때의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딸아이가 밖에 나갔을 때의 어버이 마음이 사내아이가 외출했을 때의 마음가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듯 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12.22 03:48

      충신이에게는 '범죄행위'에 가담하지 말라...가 요구사항이라면
      딸들에게는 '범죄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절대 가지 말라...입니다.^^
      청소년범죄의 경우
      남자는 가해자가 되기 쉽고 여자는 피해자가 되기 쉬우니까요. 요즘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기가 세다고는 하지만요.
      아들은 똥 고집을 부리는데 딸들은 그래도 순종하는 편입니다.

  • 김순옥2009.12.22 09:00 신고

    분명히 어셋밤에 댓글을 달았는데 지금 보니 글이 없네요. 혹시 지우신 건 아니시죠?

    원경이에게 진실언니는 다정하고 자상하고 여유로은 언니로, 나실이는 여동생을 걱정하는 오빠처럼 보이네요.
    아빠에게 원경이는 사랑스럽고 순종하는 딸이구요.
    심성이 착하고 모범적인 원경이가 아빠와 언니들 말에 순종하는 게 예쁘네요.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게 최선이다 싶어요.

    한빛이가 게임 대회던가? 아뭏든 이벤트 같은 곳에 한 번 정도 갔던 것 같습니다.
    오던 길에 한적한 지하도에서 깡패를 만났고 그게 계기가 되기도 했고
    그 다음부터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게임은 필요악이고, 예정보다 조금 먼저 가입해준 휴대전화도 그렇습니다.

    이래저래 아이들은 부모에게 있어 영원한 숙제같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12.22 14:37

      지우다니요...그럴리가요?^^

      ...

      아이들에겐 오프가 많이 흥분되는 일이겠지만...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짓이지요.
      원경이가 말을 들어주어 고맙구요.

      어젠가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맏이가 누가 되면 좋을까 그런 것이었는데
      나실이가 맏이가 되면 공포분위기가 지배할 것이고
      충신이가 맏이가 되면 개판^^
      원경이가 맏이였으면...차분하고
      교신이가 맏이였으면...피곤하고^^
      그래도 지금 체제가 제일 낫다고...자유롭고 조화롭다고...킬킬대었습니다.

      ...

      힌빛이에게 핸폰을 사주셨군요. 자기통제를 잘하는 한빛이지만 잠시동안은 좀 빠져 지내겠지요^^
      우리 진실이는 아직도 틈만 있으면 핸드폰으로 게임질을 한답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