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이가 메국의 할머니와 고모 사시는 아틀란타로 26일 떠났습니다.
지난 학기 장학금을 받았고
장학금을 받으면 메국으로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아버지로써 지켜내었습니다.^^
성수기라서 비행기 값도 만만찮았고, 아무리 할머니나 고모가 그냥 빈손으로 오라했다고는 하지만 ...체통을 중시하는 저로써는 생활비나 선물을 들려 보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녀석의 백만원짜리 장학금을 빼면 꼭 저의 한달 수입이 다 들어갔습니다. 쓸데없는 약속을 했다고 마눌님에게 핀잔을 듣지 않은 것도 아니고, 철없이 나도 가고싶다를 입에 달고 다니는 충신이놈에게 일일이 답변을 해주는 귀찮은 일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렇게 한달정도 여행이 무슨 도움이 되기나 할까 하는 회의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전공하는 녀석이 한번쯤 영어로 생활하는 곳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아가 부모 형제를 떠나 외국에 있어 보는 것도 정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녀석의 평생에 학원이나 과외는 커녕 학습지 한장 돈 내고 시켜준 적이 없으니 이 정도 일은 저질러도 그리 아까울 것도 없다고, 게다가 백만원은 지돈이니^^...스스로를 세뇌시켰습니다.
...
성탄절 밤엔 이마트에 가서...돈 아까워 사주기 싫은 청바지 한벌을 사주었고^^
토요일 떠나는 날 새벽 5시30분에 녀석의 전화를 받고 겨우 일어나 도울 일은 없는가 어슬렁 거려보았지만 혼자서도 잘 하고 ...밥도 뚝딱 잘 먹고...
공항에 함께 간... 걱정도 팔자인 감기몸살 환자인 엄마와 짐꾼으로 부려먹힌 충신이의 배웅을 받으며 나실이는 ... 13시간 걸리는 노스웨스트 항공을 타고 떠났습니다.
나리타에서 3시간 대기 후 다른 비행기로 갈아탄다고... 거기서 길을 잃으면 어쩌냐고 너절하게 염려를 늘어놓던 장난끼 어린 모습은 다 버려두고 보무도 당당하게...
그때 전 집에서 교신이와 뿌요뿌요를 하면서 놀고^^있었지요.
...
주일날 새벽 네번이나 전화를 걸어 녀석의 도착을 궁금해 했지만 ... 누님에게 남자가 왜 그리 쪼잔하냐는 핀잔만 네번을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잠 못드는 버릇도 있지만 새벽 5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다가 얼풋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8시...
누나에게 또 전화를 했더니 나실이가 받았습니다.
왜 그렇게 늦었니?
3시간쯤 연착했어요
아픈 데는 없고?
예
재미있었어?
별로요
말은 다 잘 알아들었고?
예
지금은 뭐해?
밥먹어요
재미없는 놈...
...
누나...매일 아틀란타 중심가에 녀석을 내려주고...저녁에 찾아서 데리고 집에 가...기름값 더 필요하면 보내줄께...
야!!! 이 쪼다야~~ 여기 나실이 뭐하든 걱정말고 너나 잘 지내~~
ㅎㅎㅎ...벌써 나실이가 보고싶어지는 이 마음 약한 아버지의 심정을, 한번도 아버지가 되어본 적이 없는 저의 누나가 알 턱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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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독수리5형제의 첫째 해외 나들이가 시작되었군요.
답글
이왕이면 진실이도 함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가 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긴 시즌에는 비행기 값이 장난이 아니지요.
저희 둘째 언니도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연말 휴가를 늘려서 오랜만에
딸아이와 함께 미국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동생들 가족이 워싱턴디시까지 5시간 걸려서 나오기로 하고 직항을 탔으니까 고생은 좀 덜 되었구요.
물론 한 달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겠지요. 이왕이면 2월까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요.
커뮤니티갈리지 같은 곳에서는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프로그램이 있어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도 있던데...
아틀랜타는 대도시라서 좋은 점도 있지만 한국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살아서 철저히 미국이라는
생각도 덜 들지 않을까 싶어요.
워싱턴디시에 도착한 언니는 식당이고 호텔이고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미국이라는생각이 안 든다도 하더군요.
나실이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가족이야 동생들 덕분에 여러 혜택을 누렸던 것 같아요.
나실이가 기회가 된다면 더 큰 꿈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얼이 수술하기 위해 떠나던 때,
공부한다고 떠나던 때,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의 감정을 감추고 서둘러 뒷모습을 보였던 때가 생각납니다.-
주방보조2009.12.28 09:32
작년에 진실이는 일본에 한달간 머물다 왔습니다.http://blog.daum.net/jncwk/13376152(작년6월부터 11월까지 다섯아이키우기를 숨겨놓았었지요.)
나실이의 메국행도 사실은 진실이의 일본행에 대한 기회균등 차원의 배려가 좀 가미되었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실이는 엄마에게 묻어서 거의 공짜로^^갔다왔고...나실이는 장학금이라는 옵션이 붙었고 혼자 갔다는 것이 차이랄까요.
충신이에게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면 보내준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만...요즘 녀석의 꼴을 보아서는 그런 일은 벌어질 것같지 않습니다. 어제는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했었거든요. 원경이가 새집으로 도망한 녀석을 데리고 들어와...그래도 가족이잖아요 하며 읍소하여 봐 주고 말았습니다만...^^
나실이는 요령이 좀 부족하고 여자로선 애교가 모자라지만...믿음직한 딸입니다.^^ 녀석이 없으니...집안이 다 흔들거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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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알 하셨습니다.^^
답글
좋은 체험 많이 쌓으리라 기대됩니다. 나실이~~아자!
아버지가 되어 본 적 없는 누님도 믿음직스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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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들넘을 장가 들이고 사는 모습을 지켜보며
답글
미덥지 못하고 염려하는 마음은 부모 생각일 뿐
아이들은 나름의 철학과 소신을 다 가지고 살더라구요.
요리왕님의 독수리 5형제는 더 확실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세계를 즈려밟을 것이 확실해요.
나실이의 좋은 경험을 위해 아자!!-
주방보조2009.12.31 20:49
전 걱정되어 죽을 것같다^^는 게 제 속마음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한숨이 더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명치부분이 얼큰하게 압박이 있습니다. 한숨을 푸우욱 쉬면 잠간 가벼워지지요^^
기도해야 하는데...참 나... 알면서도 한숨을 자꾸 쉽니다. 아이들은 많이 낳아가지고서리^^
하나님이 한숨도 기도로 쳐 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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