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자양4동 제2청소년 독서실...

주방보조 2009. 11. 14. 23:06

하루 1만4천보를 걷다보면

한강길을 자주 밟게 되지만 가끔은 별미처럼 다녀보지 않은 길로 가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날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중고 자전거 하나를 알아볼 겸 예전에 한번 다녀갔던 기억을 되살려...자양4동 골목길들로 들어섰습니다.

신양골목시장의 끝자락 시장도 지나고 자양4동 사무소가 있는 곳에 이르러

도서관이란 이름이 붙어 있어 반가이 그리로 가 보았습니다. 

1층은 도서관 2층은 동사무소였습니다. 도서관이 밝고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안내문을 잘 살펴 보니 개인공부는 할 수 없는 그런 도서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내문 말미에 XX부동산 맞은 편으로 700미터를 더 가면 청소년 독서실이 있다고...

 

사실 광진구에는 자랑할만한 도서관이 하나 있는데 '광진정보 도서관'이란 곳입니다. 워커힐 아랫쪽 강변에 자리잡고 있고 왼쪽 건물은 각종 책과 컴퓨터등이 있는 도서관이고 오른쪽은 적지않은 좌석수를 자랑하는 독서실입니다. 방학이 되면 저는 우리 아이들을 가끔 그리로 보내곤 하였었는데 ... 좌석을 차지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 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 와서 말입니다. 공짜지, 시설 좋고, 경치좋고...

문제는 그런 정도의 엄청난^^시설의 도서관 하나만 달랑 있다는 점입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동네마다 도서관 독서실 같은 시설은 많을 수록 좋지 않을까 항상 아쉽게 생각합니다.

물론 학교 도서관을 개방하는 경우가 있지만 조용히 앉아 공부하기엔 무리일만큼, 떠드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 차지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던 중 공부만 하는 청소년 독서실이 있다는 게시판의 안내문은 정말 저를 기쁘게 해 주었습니다.

그 독서실로 향하는 골목은 영동대교쪽으로 쭉 똑바로 난 길이었는데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그 골목이 거의 끝나는 데까지 걸어가고서야 작은 돌출 간판에 적혀 있는 자양4동 제2청소년독서실에 도착했습니다.

구립독서실이며, 하루 300원의 요금을 받으며, 남자40석 여자40석의 좌석을 확보하고 있는 독서실입니다.

입구 작은 방엔 할아버지 한분이 관리하시느라 앉아계시고...

붉은 벽돌로 지은 일반주택인데 1층은 경로당으로 쓰고 담벼락에 좁은 계단을 만들어 2층 독서실로 들어갈 수 있는데

사람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칸막이 시설이 되어 있어 좀 답답하긴 하겠지만 공부하기엔 문제없을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능시험이 있던 날

학교를 가지 않는 원경이와 충신이를 그리로 데려 가려다가

충신이는 엠피3...거기다가 카메라까지 챙기는 것을 추궁하다 친구들과 오후에 "또!!!""""놀기로 약속했단 말에 너무 화가 나서 무무자자비비하게 패주고, 원경이만 데리고 가서 오전 시간을 공부하게 해 주었습니다.

겨우 세사람만 공부했다고 하더군요.  아주머니? 한분이 먼저 와 계셨고 언니 한명이 나중에 왔고...

원경이는 어딜가나 잘 적응하는 아이이니 ... 길거리 행상하시는 분들 소음이 좀 있었지만 공부하는 데 별로 지장이 없었다고...보고하였습니다.

 

그리고 놀토인 오늘 진실 나실 충신 원경 넷을 몰고^^ 갔습니다.

나실이는 중간에 이번 수능 본 재수생 친구들 점심 같이 한다고 12시에 나갔고

충신이는 1시에 점심 먹고 사라져 버렸고

진실이와 원경이는 4시까지 공부하다 돌아왔습니다.

 

아랫층 경로당 할머니들 노랫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길가 행상 아저씨들의 소리도 들리고, 근처 어디서 공사를 하는지 쿵쾅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다 좋은데 소음이 문제라고 이구동성 ... 사람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

 

집에 있으면 티비, 컴퓨터같은 것들이 ...푹신한 침대와 더불어 공부를 방해하기 마련입니다.

구청이든 시청이든...청소년이나 주부들을 위하여 자양4동 청소년 독서실같은

소박하고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 또는 독서실들을 더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방음장치를 좀 더 강화 하고 말입니다.^^

 

집에서 거기까지 1600보...왕복3200보...한강으로 나가 돌아오면 5200보...

전 그 독서실 덕분에 아이들과 함게 걷기를 하는 즐거움도 누렸습니다.

 

 

 

  • 김순옥2009.11.15 09:00 신고

    저희가 사는 곳은 강북에서도 매우 낙후된 곳에 속할 것입니다.
    한성중고등학교는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학교 느낌도 들구요.
    보수성향이 강해서인지 여선생님은 가정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보기 힘들고
    아직 급식 시설도 없어서 아이들이 도시락을 가져가거나 외부 급식을 해야만 하구요.
    그러면서도 강북에서는 진학률이 앞선다니 의아하긴 합니다.

    얼마전에 건물 하나를 증축해서 중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독서실을 만들었습니다.
    한빛이도 한 번 해보겠다기에 보냈더니 3일만에 못견디고 나오더군요.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탓에 괴로웠던 모양입니다.
    또하나의 핑계는 너무 어수선하다고 하더군요. 선생님께서 자리를 비우는 순간 달라진다는...

    집 그것도 거실에서 집안의 특히 엄마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MP3 음악과 함께 듣고 따라부르고 흔들어대면서 하는 게 얼마나 집중이 되겠습니까.
    그러면서 시도때도 없이 컴퓨터 앞을 들락거립니다.
    그러면서도 중학교 생활을 제 생각보다는 잘 버텼습니다.

    문제는 고등학생이 되는 한빛이입니다.
    이 아이가 어떻게 고등학생 노릇을 지탱할 수 있을지 당사자는 별 생각이 없고
    엄마는 하루하루가 걱정이 태산입니다.

    반면에 한얼이는 학교에서 거의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학교에서 공부에 올인하는지는 잘 모르지반 어쨌든 학교에 있다는 것만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학교가 가깝다는 특혜를 누리는 셈이지요.
    토요일도, 밤도 상관없이 치루는 시험이다 발표다해서 요즘 대학생들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종로로만 나가도 도서관이 잘 되어 있다고 하는데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여러 가지로 불편해요.


    답글
    • 주방보조2009.11.16 00:10

      학교독서실은 관리가 문제입니다.
      자양고와 겅양고 두 군데 독서실을 아이들이 줄창 이용했지만
      킨막이가 된 지정석으로 운영되는 고3들을 위한 특별실 말고는 ... 아무래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하더군요.
      고3특별실에 몇번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감독하는 일로 가서 벌^^을 섰었는데
      잠을 자는 녀석들이 좀 문제이지 다른 것은 다 좋았습니다. 고3은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이니까요.

      원경이는 독서실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할 아이인데...학교에 독서실이 없고
      새집에선 언니들이 밤늦게 오니까...거의 혼자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잠이 많이 온다고 머리를 긁적이고 웃습니다.

      언젠가...좀 세월이 지나면..요즘 학원들이 문을 닫고...모두 독서실로 전환되는 역사가 일어날지도 모르지요^^

      한빛이는 자기통제를 잘 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엄마의 욕심에는 조금 못미치더라도^^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우수한 성적 얻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공부란 관성의 법칙을 따르는 부분도 무시 못하잖습니까? 성적이 좋을만큼 지금까지 잘 집중하고 소화해 내었단 말이니까요. 당연히 앞으로도 잘 하겠지요.
      물론...더 잘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을 내야겠지만 말입니다.

      예전엔 419도서관 정독 도서관 남산도서관을 자주 들렀었습니다. 문이 열리기를 줄 서서 기다리며...^^

  • 한재웅2009.11.16 19:48 신고

    저희 아파트에는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독서실이 있고(요기는 개인업체에 위탁해서 운영) 아파트 바로 옆에는 구에서 신축한 도서관이 있어 각종자료검색과 열람실이 구비되어 있나 보더군요.저는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지만 아내는 가끔 이용하고 있는데 좋다고 하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9.11.16 20:45

      도서관이 많이져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적어도 우리동네는 ...아직 도서관은 후진국 신세인듯 싶습니다.
      어떤 이는 도서관이 많아지면 책을 쓸데없이 많이 판매하거나 사거나 할 필요가 없어 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펴더군요.
      굿 아이디어라고 생각들었지만...전적으로 동의하기엔 좀 정서상 거리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도서관은 장벽이 많거든요. 가까이에 있는 건국 대학 도서관도 갈 수 없으니 말입니다.

  • malmiama2009.11.18 14:47 신고

    도서관이 많아져야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그래도..
    요즘 초등학교엔 책이 참 많지 싶네요. 유민이가,
    학교에서 빌려보는 책만해도 일주일이면 십여 권쯤 될겁니다.

    제가 초등학교 땐..도서관에 가도 책 빌리가 수월치 않았었는데..

    답글
    • 주방보조2009.11.18 21:58

      우리들 학교 다니던 시절은 그랬었지요. 초등학교에 도서관이 있었나요?^^ㅎㅎ
      저는
      고3시절 우리반 교실을 야자실로 개방하여서...덕을 많이 본 것외에는 학교 도서관이 주는 유익을 맛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 앞 사설 독서실에 3개월쯤 다녔었지요.

      유민이는 후와...일년이면 500권...이 넘는 책을 보겠군요.^^ 여자 대통령이 되려나...봅니다.

  • 나우2009.11.27 05:42 신고

    칼국수 먹고 싶어요 ㅠㅠ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09.11.27 14:46

      날이 스산해지면 뜨끈한 칼국수가 많이 땡기지요?^^

      전 지난주 토요일에 의정부에 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배터지게 먹었더니...이번 주는 밀가루 음식들이 도통 입에 붙질 않는군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칼국수는 예전에 외할머니께서 홍두깨로 밀어 만들어 주셨던 그 향취가 나는 칼국수인데
      조미료도 없이 무엇을 넣어 만들어 주셨는지 ...도통 궁금하답니다.
      걸쭉한 국물이었던 것, 그때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맛이었는데...말이죠. [비밀댓글]

  • 나우2009.12.04 10:38 신고

    청년부 저희반 청년 중 한 명이 어제 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의 삶이 고단해 보여서 하나님께서 일찍 데려가신 걸까요?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얼마전 여의도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서 분가해서 저의 동네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었는데 밥이라도 함께 먹었어야 하는데... 이별은 참 쉽지 않습니다. 지금은 경찰이 부검 중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힘겹네요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09.12.05 06:41

      슬프군요...
      젊은 죽음이란 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지요.
      엇그제 골육종으로 아픈 고1아들에 대해 그 부모가 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이가 착실하고 채소를 좋아하고 ...그런데 왜???
      제 친구의 아들도 골육종으로 몇년을 고생하다 작년에 죽었지요. 그런 의문에 답이 어디있겠습니까? 그저 수용해야 할 뿐이죠.
      부디 너무 슬퍼 마시길... [비밀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