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추석...연휴 첫날...

주방보조 2009. 10. 8. 10:54

추석연휴 첫날은

온 식구가 이번에 새로 단장을 마친 한강으로 놀러가는 것으로 "때웠습니다."

 

전쟁 바로 전에 월남하신 독자셨던 아버지의 독자인 제게^^ 한강은 마치 고향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본적이 용산구 남영동이며 저를 임신하신 채 한강으로 빨래를 나갔었으며

그리고 태몽으로 한강을 배경으로 한 꿈을 꾸셨다는  어머니의 오래 된 증언을 상기해보면

오라는 곳도 없고

갈곳도 없는 제게

한강은 기가 막히게 좋은 쉼터이며 놀이터이며 도피처가 되는 것이 어찌 마땅치 않겠습니까?^^

 

그런 아버지를 둔 우리 아이들은 제 덕분에 한강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한강으로만 줄기차게 그것도 억지로 끌려다녔으니까....그럴만도 하다 싶습니다.

그날도 컵라면 아니었으면 정말 썰렁할 뻔 했다는 거 아닙니까.^^

 

한강이나 가자

예...

자전거도 타고

예...

명절때는 따로 놀면 안 되는 거야. 온 식구 모두 함께 가야돼, 알겠지?

예...

뭐 마땅히 갈 데도 없고 ...이해하지?

예...

음...그래...아빠가 돈 좀 쓸께...그래, 컵라면도 사줄께!!

정말요? 그럼 좋아요~가요,가요~~

 

3초만에 펴지는 이지캠프텐트와 은박 돗자리 두개 물한통 곶감...그리고 자전거 두대를 동반하여

우리 식구 일곱...칠스트레일리아 제국이...한강으로 잠시 나라를 옮겼습니다.^^

 

그늘은 시원하고 햇볕은 따갑고...맑은 가을날이었습니다.

교신이는 한강 가로 내려가서 돌탑을 쌓았다고 떠벌리고

충신이는 억지로 끌려온 자의 게으름을 텐트 안에서 마음껏 누리고

딸들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진실이는 그 와중에 종로에 물건 사러 갔다 왔지요) 

 

그리고 약속대로 돈을 펑펑 써 대었습니다.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과자도 사주고, 음료수도 사 주고...그리고 컵라면도 사 주었습니다.^^

텐트 앞에서 먹는 컵라면은...정말 맛있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마눌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는데...자전거 안장에 앉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습니다.

아직도 짝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관계로...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컵라면의 위력을 빌렸으면 어떻습니까?

식구 모두 함께

추석연휴 첫날을 즐거워 했으면 됐지요.

 

...

 

에 또...

추석연휴 둘째날은 ... 추석연휴 첫날 너무 힘들게 놀아서^^모두 늘어져 있다가...저녁즈음 아이들 외가에 잠시 다녀오는 것으로 "때웠구요"

추석연휴 세째날은 ... 주일이니까 연휴같지 않았으며...충신이는 오후3시부터 밤11시까지 과감하게 친구들이랑 피씨방에 가는 것으로 이틀동안 억눌렸던 소망을 풀어내었습니다.

 

 

 

 

  • malmiama2009.10.08 13:28 신고

    연휴 첫 날 그렇게 보낼 수 있었다는 거...
    부러워 할 사람들 많을 것 같은데요!

    충신이가 3대 독자가 될 뻔 했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9.10.08 21:14

      ㅎㅎ...그럴 뻔 했지요...

      언젠가 세월이 지나면...우리 자신도 우리의 이런 날들을 부러움으로 그리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없이 많은 친척들과 즐겁게 바쁜 분들이야...그럴 리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 김순옥2009.10.09 07:15 신고

    맨 위의 사진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납니다.
    한강이 파리 세느강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계림에 갔을 때 강을 두고 많은 볼거리들을 만들어 놓아서 아름답기는 했지만
    어찌보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 만큼은 아니지 않았나 싶네요.
    진실이가 아빠를 가장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
    온 가족의 자연스러운 포즈는 어느 모델도 따라갈 수 없는 힘일 거예요.

    명절은 포천으로, 진접으로 다녀왔고 마지막으로는 언니집을 다녀왔구요.
    엄마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만큼 아이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구요 ㅎ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9.10.09 09:28

      한강은 참 아름답고 좋습니다. 아침에 나가면 밤에 강가로 기어 올랐던 몇몇 다슬기들이 물 속 모래위에 자국을 남기고 기어들어가는 모습이 있고 바위 밑 은밀하게 숨어 있는 참게도 눈에 띈답니다. 가끔 때에 따라 치어들도 오글거리고...덩치 큰 물고기도 슬쩍 비켜가고요. 어떤 때는 햇볕을 쬐러 나온 거북이도 만납니다. 하루종일 햇빛이 만들어 내는 은 금물결들도, 시원하게 강을 가르고 다니는 윈드서핑하는 이들도 멋지구요. 저녁 노을은 환상 그자체이구요^^.밤이 되면...온갖 강가의 불빛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란 ...게다가 달빛이라도 제 발 밑에 와 닿으면...^^ㅎㅎ

      진실이가 절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제일이라고 하면, 충신이 빼고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 할것같은데요.^^
      그리고 자연스런 포즈가 아닌 녀석이 한놈있지요. 나실이... 이놈은 언제나 제일 예뻐보이는 각도로 사진을 찍히는 법을 터득해서는 눈은 크게 얼굴은 작게...ㅋㅋㅋ...보이게 만든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 이번 추석엔 사촌을 한명도 만나지 못했답니다. 외할머니 작은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티비...가 전부였지요. 배만 두둑해져서 돌아왔지요^^

    • 김순옥2009.10.09 10:23 신고

      지금보니까 나실이랑 진실이를 착각했네요.
      아빠 앞에 있는 아이가 진실이로 생각했거든요.
      동해안 가는 기차안에서의 아빠와 진실이를 기억했거든요.

    • 주방보조2009.10.09 11:31

      제 앞에 있는 아이가 진실이가 맞아요. 텐트쪽 맨 뒤에 반쯤 그늘에 가린 아이가 나실이구요^^
      맨 윗 사진:왼쪽부터...원경, 진실 충신
      온가족 사진:왼쪽 세명-위로부터...마눌,저,진실, 오른쪽 네명-왼쪽부터...교신 충신 나실 원경
      뭔가 좀 허전하지요?
      교신이 옆에 하나쯤 더 있으면 꽉 차보일텐데 말예요^^

  • 한재웅2009.10.09 19:29 신고

    마나님은 여태 자전거도 못 배우셨군요. 남편의 책임이 큰데요.^^

    답글
    • 주방보조2009.10.10 02:46

      이번이 세번째 시도입니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요^^ 올해 안에 좀 어떻게 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 이요조2009.10.09 21:02 신고

    다섯아이를 보며 왜이리 부러운지.....ㅎㅎ
    저도 한 욕심 하거든요.
    원필님 가족을 보면 항상 기 죽습니다.

    가족수가 많으면 행복이 비례..헤보인다는 제 관념이 문젠가요?
    .
    .
    어쨌건 정말 행복해보입니다.
    그리고 숫자에 비례....하는 거 맞다고 믿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10.10 02:55

      충신이와 이런 대화를 했습니다.

      야 저 게으르고 태평스런 진실이 하나면 어쩔뻔했냐
      나실이 누나랑 둘이어도 좀 그렇다고 봐요.
      그래 네가 거기 더해져서 좀 나은가?
      아니요...그럴리가요
      너도 널 좀 알긴 아는구나?
      그러니까...넷은 되어야 안심하겠어요. 다섯이면 더 좋겠구요.

      원경이와 교신이가 좀 범생이에 가깝고...위 세녀석 특히 충신이는 속썩히는 대표니까요.

      그래도 다섯을 낳는 바람에 모두에게 다 좋은 것이리라...믿으면...기분은 좋아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