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나실, 속마음을 들키다...

주방보조 2009. 9. 25. 02:45

제 아내는 생긴 것같지 않게^^일하는 방식이 무척 거칩니다.

빠르고 확실하게...이것이 그녀의 모토인듯 한데 ...그러다 보니 의외의 사고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예전에 난 대형 사고로는

집안 대청소를 하는 중에

싱크대 위의 낡은 벽걸이 찬장?을 열심히 묵은 때를 다 벗기며 땀에 흥건히 젖어가며 행주질을 하였었습니다. 

그것이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다음날 주일 예배 후 집에 가보니...벽걸이 찬장이  바닥에 떨어져 모든 사기 그릇, 유리그릇들이 다 박살이 나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이번 일도 그런 마눌님의 솜씨가 초래한 일이었습니다.

아이들 사는 새집에 가 보니 화장실 청소가 잘 안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서슬 퍼렇게...치우는 중

마침 나실이가 화장실에 핸드폰을 들고 들어와 변기 물통 위에 잠간 올려놓았던 것입니다.

휙...

턱...

첨벙...^^

나실이의 핸드폰이 변기물에 빠져 버렸습니다. 가수 비가 광고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다행히 급하게 꺼내기는 했으나...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화장지를 꼭 대서 물기를 빨아들이고...드라이기를 틀어 한참동안 열기를 쏘여 주고...잘 되기를 바랬는데...버튼에는 불이 들어오는데 화면은 먹통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도 두 손으로...기합을 넣어가며...되라! 소리쳤지만...당연히 허사였구요^^

교신이는 "아버지 '허경영'을 세번 외치면 될지도 몰라요"하며 킬킬거리고 말이죠. ㅎㅎ

 

아내와 나실이는 서로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말다툼도 하였습니다.

엄마는 어떻게 그걸 못보고 ... 그럴수가...

아니...누가 그 위에 그게 있는 줄 알았니? 그리고 청소도 안 하고 그위에 마침 치워야 할 것을 치우지도 않고 올려 놓은 년은 누구야? 엉?

 

저야 그런 싸움이 나면...무조건 마눌편을 듭니다. 언제나 당연히 아내가 맞고요, 아이들이 틀리지요.

뭐 마눌님은 저랑 충신이가 티격거리면 충신이 편을 좀 드는 편입니다만...^^ '저는 충신이 마음이 이해가 가는데요'...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저는 부부단합공을 신봉하는데...마눌님은 좀 덜 신봉한다고나 할까...

 

그건 그렇고...

 

물에서 건짐을 받은 핸드폰 나리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화면도 뜨고 짧게나마 전화를 받을 수도 있게 되고 하여

저는 좀 더 기다려 보면 기능들이 다 회복될지 모르니까 계속 말리면서 며칠 더 두고 보지 하였고

나실이는 당장 기계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마눌님은 as센타에 가보고 나서 결정하자...의견이 갈렸습니다.

 

제 의견은 두 여인에 의해 묵살되었으며

나실이 의견은 제가 강력 반대를 하여

결국 마눌님 의견이 채택되었습니다.

그날이 주일이라 다음날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나실이의 태도가 약간 이상했습니다.

월요일은 강의가 없는 날인데도 서비스센터가 있는 테크노마트에 가려고 하질 않는 것입니다.

 

좀 괜찮아졌니?

아니요. 혼자 발광할 때도 있어요. 꺼졌다 켜졌다, 닫혔다 열렸다.

전기밥솥 위에라도 올려놔 봐

싫어요, 드라이기로 충분히 해봤어요.

알콜로 닦아주면 좀 나아진다던데.

됐어요.

그럼 서비스센터는 안 가니?

가면 뭘 해요.

안 고쳐?

몰라요...

 

그래서 목소리를 조용히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너 이번 기회에 핸드폰을 바꾸고 싶은 거구나? 그렇지?

 

"그럼 핸드폰 새 걸로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어요..."

 

이것이 녀석의 속마음이었던 것입니다.^^

 

...

 

나실이의 속마음을 안 그 순간부터 저와 나실이는 말다툼을 시작했습니다.

 

정 기능이 다 망가졌으면 옛날에 쓰던 핸드폰 하나 충신이가 친구에게 얻어서 장난감으로 쓰는 것 있으니까 그걸로 바꾸면 되겠네.

그게 어디 말이 되어요?

기계를 새로 바꾸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

번호이동하면 되요.

겨우 9달 쓰고 번호이동을 해? 그건 사실 뭐 공짠 줄 아니? 그것도 최소한 따져보면 십여만원은 들잖아. 

그럼 이번에 장학금 받은 것으로 미국 할머니에게 보내주신다는 것 안 가겠어요. 그 대신에 핸드폰 새로 사고 싶어요.

뭐라고? 그건 서로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이야기잖아? 너 제 정신으로 말하는 거 맞니? $ㄸ%$^%&&^*&*...

어떻게 남이 버린 구닥다리 핸드폰을 써요. 엉엉...

 

...

 

나실이는 그 이후 저랑 화해는 했지요. 수요일에 서비스센터 가겠다고 하고...

그러나

수요일에 (진실이 말을 빌리면) 방에서 빈둥거리며 같이 가 주겠다는 언니의 제안도 묵살한 채...가지 않았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수업이 꽉 차 있으니 갈 수도 없고

내일과 모레는 공휴일이고

다음주 월요일쯤되면...흐흐...서비스센터 가봤자...망가져 있겠지...이런 식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

 

나실이는 진실과 충신 사이에 끼어 있어도 두 녀석 같지 않게 매우 성실하고 검소한 아이인데

이번에

이 핸드폰 사건으로 녀석의 다른 모습을 제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핸드폰이 처음 나돌아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그 유용함 뒤편의 문제점을 여러가지 생각했었는데

과연...나실이를 보니

나실이 정도 되는 아이도 감당할 수 없는 지배력을 이 핸드폰이란 괴물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

 

얼마전

울산에서 ... 학생들에게 핸드폰, 엠피3, 전자사전 등을 학교에 가지고 갈 수 없게 조례를 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신이에게 나는 너 데리고 울산에 가서 살고 싶다 한 적이 있었습니다.

 

혹...울산에서 처럼 핸드폰에 대한 어떤 국가적 대처가 필요한 때 아닐까

나실이의 수작을 지켜보며

염려하고 있는 중입니다.

 

휴...힘듭니다. 아비노릇...^^

 

 

 

 

 

  • 하늘사다리2009.09.25 10:26 신고

    ㅋㅋ 거대한 압력 ,,또는 위대한 자본주의에 우리는 밀려날수 밖에 없답니다...

    텔레비죤 안보믄 대화가 안된다네여~~
    애들세계에서...ㅜ.ㅜ

    답글
    • 주방보조2009.09.26 01:01

      거대합니다. 정말 개인의 힘으로 맞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충신은...나만 우리반에서 핸폰이 없다, 그리고는 엄마의 핸폰을 한달에 4만원이 더 나오도록 기회만 잇으면 빼서 씁니다. 순 허접한 문자질들...
      말로도 안되고 때려도 안되고^^...울산처럼...서울도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원다니는 아이들이 티비는 언제 보지요?

  • malmiama2009.09.25 13:28 신고

    좌우간,
    휴대폰...아이들에게나 어른에게나 과하면 안좋습니다.
    통화만 한다해도 그렇고, 요금 적게 든다는 문자도 그렇고...심히 중독된 자들은 기다릴 줄 모릅니다.

    아쉽지만, 휴대폰은 물에 빠지면 끝장 났다고 봐야합니다.
    얼른 밧데리 분리해서 잘 말리면 모를까 그냥 시간 지나서 사용하거나, AS 받아봤자 몇 개 월 못 버티지요.
    비싼 부품 바꾸느니..새로 사는 게 싸다고 하는데...그도 그렇지 않습지요. 공짜..없어요.

    TV도 그렇지요.
    TV를 즐겨보면 가족간 대화가 줄어 듭니다.
    TV에서 드라마,CF...등등 보고서 나누는 대화는 별 영양가는 없지싶고요.

    답글
    • 주방보조2009.09.26 01:15

      나실인 오늘도 안 가고...화면이 하얗게 되었다 바로 되었다고 하며 월요일에나 가겠다고 웃더군요.^^

      휴대폰 없이 사는 저는...불편한 것이 동전넣는 공중전화기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 하나 불편합니다.
      충신이 왈...아버지는 친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우기더군요...ㅎㅎ...지놈보다 열배는 많을텐데 말이죠.
      집전화로는 안되느냐 물으니...누가 집전화를 쓰느냐고...허허
      말 안듣는 놈들은 실미도같은 곳으로 보내서 국가적으로 한 일주일 정도씩 혼좀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영양가없는 핸폰입니다. 학생들에겐...특히...

  • 김순옥2009.09.25 15:03 신고

    조카가 저희집에 있을 때 욕실에서 물에 빠뜨린 적이 있는데 서비스받으려고 하니까 무척 비쌌는데
    한얼이가 조금 기다려보라고 했고 결과는 며칠 지나서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욕실까지 가지고 들어간다고 저한테 잔소리 들어야 했답니다.

    한빛이가 대학 들어가면 휴대전화 갖기로 내내 약속을 했는데
    일전에 토론대회 연습한다고 밤 늦게 올 일이 있어서 주었더니 편리한 걸 알겠다면서 타령을 합니다.
    저는 백 배 양보해서 고등학교 갈 때쯤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데 자주 노래를 하는 중입니다.

    컴퓨터가 그러하듯이 휴대전화도 편리함보다는 필요악인 부분이 더 하다는 생각입니다.
    13년 된 자동차, 엔진소리가 심상치 않은데 한얼이는 하루가 급하다며 새차 타령을 하는데
    아빠는 미동도 하지 않고 녹슨 부분을 칠하겠다며 스프레이를 사오라고 합니다. 자차 보험도 없거든요.
    아이들의 휴대전화 수명은 어른들에 비해서 턱없이 짧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의 관점에서 한없이 강요할 수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구요.
    이래저래 아이들 키우는 일이 쉽지 않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9.09.26 01:35

      저는 대학에 들어가면 주겠다 한 약속을 돌이키고 싶은 심정입니다.^^
      진실이는 게임중독상태, 나실이는 문자중독상태...지나가는 과정이려니 했는데...아닌 것같습니다.
      기능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아이들을 더욱 유혹하고 있는 듯합니다.
      통화와 문자 정도가 아닌것이죠.

      한빛이는 자기통제를 잘 하겠지만...핸폰이라는 것이 상대가 있는 것이니...고우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충신이 학교도 핸폰은 지참금지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 상태인 것이지요.

      티비, 컴, 핸폰 그리고 자동차...문명의 이기들이...모두 인간의 절제력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 한재웅2009.09.25 17:57 신고

    싱크대위의 찬장 떨어진 이야기는 생각나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9.09.26 01:42

      ㅎㅎㅎ
      예...그때 작은 처남과 둘이서 고쳤었는데
      아직까지 끄떡없이 잘 버티고 있습니다.
      물론...마눌님은 그 이후로 그것은 열심히 닦아대지 않지요^^

  • 왕언니2009.09.26 00:51 신고

    저도 일을 몰아서 하는편이라 ,필?이 꽂히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별별걸 다 씻고 딲고 치웁니다.
    맨손에 철수세미까지 동원해서....^^

    아직 초딩인 우리 진혁이 까지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데[위치파악용?] 나실이가 왜 안그러겠어요.
    어제 요리왕님댁으로 택배를 가는중에 핸드폰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충전 확인을 안하고 나간게 잘못이었지요.
    집에 계신지 전화를 해봐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가서 경비아저씨께 인터폰을 눌러보시라 했더니 다행히? 안계시더군요.
    아저씨께 빌려서 전화를 해볼까 했지만 핸폰이 아니니 헛일이라는생각이 들어
    그냥 교회로 와서 편의점에서 충전을 했습니다.천원주고 30분 걸려서...

    처음 핸드폰이 나올때는 나는 저런것 안쓰고 살리라했는데
    이젠 저장된 전화번호가 100여개가 넘습니다. 대부분 교회사람들이지만..
    봉사부장,구역장하면서 전화받을일 걸일이 정말 많았거든요.
    우리 아들이 요금을 내주니 망정이지 온달이 낸다면 지청구깨나 들었을겁니다.

    그나저나 반찬들이 기대에 못미칠텐데도 보너스까지 주셔서 좌불안석입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비밀댓글]

    답글
    • 요리왕2009.09.26 01:49 신고

      엇그제 저녁부터
      행복한 식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맛 없는 것이 한가지도 없습니다.^^
      특히 마눌이 제일 행복해 합니다. ㅎㅎ

      통화와 문자정도만 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가...나실이가 엉엉 우는 바람에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닌가 다시 고쳐 생각하고 있습니다.
      12조원인가 벌었다는 통신사들에 대한 기사도 눈 꼴리고요.

      안티핸폰...이런 모임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같습니다. 근데 그 모임이 제대로 되려면...핸폰으로 연락을 원활하게 주고받아야 한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

      여하튼.직접 택배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비밀댓글]

  • 쉬리2009.09.27 15:09 신고

    아이들 다 떠나보내고 나니, 키우면서 좀 더 너그러웠었더라면,
    더러 속아도 주고,
    눈감아 주고 그럴걸...

    그저 푸근히 봐주고 그럴걸...이런 생각 들곤 합니다.

    좀 무리다 싶어도 살짝 데리고 나가셔서 새 핸드폰 하나 사주셨으면~

    답글
    • 주방보조2009.09.28 01:10

      저도 분명히 그런 생각을 하며 후회할 것입니다.^^
      아주 많이요.

      알면서도...욕심이 아직 남아서 제가 좀 고집을 부립니다.

  • 이요조2009.09.28 12:47 신고

    저도 핸드폰에게 집착을 그닥 갖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데나 두고 외출한다거나...전원이 나가도 모르는채 말입니다.
    몇번을 하지말까 생각했으나...하이구..제가 하고있는 자잘한 일들이 휴대폰 없으면 비상연락망도 안될뿐더러 무슨 외계인 보듯 할까봐 그냥 각고있긴 합니다만.....별로 제겐 필요없는 듯 해요!!

    복잡한 곳에 여행을 갔을 땐 좋더군요,
    무전기처럼, 워키토키~~
    ㅎㅎㅎㅎㅎㅎ
    ,
    ,
    나실이맘 이해합니다.
    요즘 애어른 다들 그러나봐요.

    답글
    • 주방보조2009.09.28 20:40

      그니까요
      필요에 부응하는 용도로만 쓰면 기계를 바꿀일도 없잖습니까? 멀쩡한 기계 그냥 가지고 있는 이들 많던데 말이지요.
      필요를 넘어서...쩝 그러니까 맘에 안 든다는 것이지요.

      오늘 서비스센터 보냈더니 보드를 갈아야 한다고...12만원 든다네요.
      그리고 위약금8만원 내고 신구가입 4만원정도 하면 12만원들고요.
      중고 하나 얻으라 슬쩍 던져봤더니,,,얼굴빛이 확 달라지려고...ㅎㅎ...무서브,,,

    • 이요조2009.09.28 21:06 신고

      저도 식당에 갔다가 탕을 포장해서 가지고 오면서 터졌나봐요.
      드려다보는데...마침 손에 쥔 핸폰이 쏟아진 국물에 닿고....씻어서 AS잘 받았는데...세월이 지날수록 시름시름.....
      됐다가 안됐다가...자기혼자 미치더라구요.
      물에 빠진것도 그런다는데....심지어 국이니...
      한 번 그리된건 고쳐도 시름거린다네요. 그 시일이 문제지....어째요. 바꿔줘여지요!!
      사는게 다 그렇지요!!

      애들이 어른같으면 어른의 존재가치가 뭔 소용이겠어요.

    • 주방보조2009.09.29 02:19

      ㅎㅎ...경험이 있으시군요.

      다음달에 고치느니 차라리 바꿔준다 했습니다. (느낌표 두개씩 달면...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