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아들의 마음을 ...읽다...

주방보조 2009. 9. 4. 08:40

 

 

 

"끊임없이 불복종 할 것이다."

언제 녀석이 벽에 이런 낙서를 해 놓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녀석의 책상 앞 벽 중간쯤에 초등생보다 못한 특유의 필체로 적어놓은 글을 대하는 순간

우습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하여

불복종 앞에...'안'자를 제가 직접 써 넣었습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라든가

부모에게 순종하라든가

주님 말씀을 잘 듣고 순종해야 한다든가 하는 수 많은 설교와 성경공부를 17년 평생 들어왔건만

 

'끊임없이 불복종할 것'이라니...

 

그래서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아닐 것을 뻔히 알면서...

"너 혹시 일진들에게 찍혀 괴롭힘을 받고 있냐?"

아니요

"그럼 부회장되고 선배임원들이 굿은 일을 시키기라도?"

아니요

"그럼 참 다행이다. 그러니 이건 순 아버지에 대한 것이겠구나?"

쩜쩜쩜

...

 

법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들만 있으면 법이란 것이 생길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니 법이 생기고

그 법을 어기니 벌이 주어지고

그래도 안되면...법이 더 강화되고...벌도 세지는 것입니다.

 

이건 국가적인 법률에서 뿐 아니라 가정의 질서를 세우는 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컴퓨터를 허용해 주면...무한시간 매달립니다.

그래서 법을 정합니다. 게임은 하루에 한시간만. 

법을 어깁니다. 게임은 일주일에 한시간만.

또 법을 어깁니다. 컴퓨터를 아예 하지말라.

 

엠피3를 허용해 주면...낮이나 밤이나 귀에 이어폰을 꼽고 삽니다.

그래서 법을 정합니다. 엠피쓰리는 학교에 가져가지 말라.

법을 어깁니다. 엠피쓰리는 아버지 책상에 올려 놓고 쉴 때만 허락하에 사용하라.

또 법을 어깁니다. 엠피쓰리 압수다. 

 

야자를 허용해 주면...12시가 넘어들어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법을 정합니다. 야자 10시에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들어오라.

법을 어깁니다. 게다가 방학내내 공부한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야자 하지 마라.

또 법을 어깁니다. 불러다 놓고 한참을 야단치다 몽둥이를 손에 쥐고 부들거리며 참습니다. 

 

그 외에도...필설로 다 못할^^ 여러가지 법이 녀석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

 

진실에게는 약간의 법이 흔적으로나마 남아 있습니다만

나실과 원경 교신에게는 법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신이의 상대적 박탈감은 점점 더 심해져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끊임없이 불복종할 것이라는 녀석의 각오에

녀석이 가엾기도하고 ...어느정도 이해도 되지만

저도

요즘은 이런 말들이 의미심장하게 귀에 쏙 들어옵니다.

"아들이 바로 성장하려면 아버지가 빨리 죽어야 한다" 

 

그래도

친구 아버님 문상을 갔다가 돌아와 감기 몸살에 걸렸는데

이거 신종풀루에 걸린 것 아니냐며...당뇨와 고혈압환자들은 위험군이라고 하며 아이들이 병원가시라 난리를 칠 때

'난 죽어도 괜찮아'하며 끙끙 앓고 고집스레 누워 있는 저를 녀석이 비스듬이 내려다보고는..."아버지 꼭 병원 가세요" 한마디 던지는 말에 제 마음이 녹아버렸다는 것 아닙니까?^^

 

...

 

공부 잘하고 싶냐?

근데 왜 노력을 안 하느냐?

모르겠어요

아버지의 말은 귀에 안 들어 오느냐?

아니요

아니라면서 왜 게으름을 피우느냐?

모르겠어요

매를 맞고 싶은 거냐?

아니요

제발 매맞을 짓은 하지 말아라.

말로도 안되고 매를 때려도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

 

"포기해야 합니다"

 

...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녀석이 저닮은 아들을 품에 안고서야 깨닫게 될까요?

 

 

 

 

  • malmiama2009.09.04 12:07 신고

    그게 바로 법의 한계..입니다.
    부모의 법을 초월하는 게 '철'이지 싶은데요.^^

    한편, 부모에 대한 사랑과 반항은 별개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따르면서도 어긋나기 일쑤인 것 처럼.

    부정의 부정은 강한 긍정이죠? 안불복종...속히, 그리되길!

    답글
    • 주방보조2009.09.04 15:44

      철이 이제라도 좀 빨리 들어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녀석을 위해서요.
      청개구리 김충신입니다. 오히려 제게 포기하길 강요하는 철부지입니다.
      제가 포기하면 녀석의 인생이 스스로 가르치겠지요. 고난을 통해서...
      전 그것이 아픈데...말예요.

      사랑과 반항은 별개군요. 조금 안심이 됩니다.^^

  • malmiama2009.09.04 12:15 신고

    충신아~! 아빠 말씀 들어서 잘못될 거 하나도 없단다!
    그런 아빠가 계심이 얼마나 큰 복인 줄 아니...

    충신이는 착하고 똑똑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중독성 잘못의 폐해를 알고 있으리라..믿는 바,
    불나방이 되지 말아야겠지?

    불을 보고 날아간다...앗~뜨거워..그래도 계속 전진...퍼드득...푸지직.

    답글
  • 봄빛2009.09.05 13:10 신고

    끊임없이 불복종하겠다고 낙서를 남긴것은
    적어도 그 당시엔 끊임없이 복증을 했다는 역설로 들리는데..
    그 복종 안에서 불복종이라는 일탈을 꿈꿔본 것일테고.
    쩜님네 다섯아이..
    그만큼 바르게 크는 자녀들도 드물다구요.

    답글
    • malmiama2009.09.05 17:50 신고

      그래요~~맞아요~~옳아요오~~

    • 주방보조2009.09.06 19:49

      눈 바로 앞에서는 복종하는 체 하긴 해 왔습니다만...그것만으로 방심하면...큰 코다치지요^^
      그래서 녀석이 얼굴이 편안하고 즐거워 보이면...불안이 제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무언가...내가 금하는 것, 즉 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구나...그리고 대충 맞는다는 거 아닙니까?
      '일탈'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큰탈"이라니까요~~~

  • 리닙니다2009.09.05 23:13 신고


    "충신의 不복종"

    지으신 이름값, 제대로 할 아들임에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 아버님의 틀림없는 그 아들,
    축복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 놈의 철이 안들어 그런지...
    여기 오면 늘상 다섯 중에 하나가 되곤 합니다.
    단소리 아닌 된소리에만 말입니다. 꾸뻑~~~

    답글
    • 주방보조2009.09.06 19:55

      너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길 계속하면
      정말 내 아들 맞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딱히 외모에 있어 검다는 것 빼면 누굴 닮은 것도 없고...아프리카의 후예같은 놈...인데...
      아내는 그렇잖아도 그런 얘기를 자주 합니다. 외모가 먹힐 것 같으니...아프리카 선교사나 봉사단원이 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이름값을 정말 제대로 하는 아들되기를 소망할 뿐이겠습니까?
      없는 욕심을 그나마 거의 내려놨음에도 불구하고...하나님께서 절 기도하라고 아들의 행동을 통해 명하고 계심을 가끔 느낍니다.
      때가 오겠지요?

  • 김순옥2009.09.06 12:32 신고

    마마보이, 파파보이, 예스맘...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충신이의 끊임없는 자기 주장은 오히려 괄목할만한 일이 아닐까요?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순종하기를? 아님 복종하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이기를 바라는 이중성을 갖게 되지요.

    겉으로 '끊임없이 불복종'하겠다고 하는 충신이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단순하게 아버지에 대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을 거예요.
    아직 철이 덜든 것은 이니고 자기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일 거예요.
    일찌감치 자기 세계를 만들어 가는 법을 배우는 게 장기적으로는 발전하는 계기가 되겠지요.
    한빛이도 요즘 많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컴퓨터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는다 싶거든요.
    어느 순간에 강한 펀치가 날아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겠지요.
    끊임없이 공부만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일시 할 수 없는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9.06 20:06

      녀석이 요즘 돈문제로 저를 골치아프게 하여
      제가 맡아두었던 녀석의 돈을 다 돌려주고...돈관리를 알아서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통장에 저금하는 법을 모른다하여...초등학교시절 급식비 내던 통장을 찾아(잔고가 2만여원남아있었는데) 입금을 시켜주었지요.
      담날 아침...비밀번호를 달라 졸라댑니다. 전 카드만들면 알아서 하라 했더니...그 몇일을 견디지 못해서 안달이 났습니다.
      ㅎㅎ...다행히 제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는...^^
      충신이는 쓰고보자...는 생각이 너무 강하고...자기 욕심을 억누르는 힘이 너무 약합니다.
      솔직히 군대가면 철들까...해병대로 가도록 꼬여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마음을 추스를 때가 많습니다.
      자기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제 눈엔 ...자기세계를 꿈도 꿔보지 못한 상태같습니다.

      한빛이에 대해서야 말로...쓸데없는 걱정을 하시는 것이라...사료되옵니다.

  • 리닙니다2009.09.06 21:28 신고

    "특전사"도 멋있던데... ㅋㅋㅋ
    예전에 여군의 이미지는 영~
    그래서 아예 쳐다도 안보았는데...
    요즘 같았으면 저는 분명히 특전사 지원했을 겁니다.
    제도가 허락해 준다면 충신군 손잡고 "특전사 자원 입대하자"하고 싶네요... 그런 아줌마급 누나가 있더라고 좀 전해 주십시오!^^*

    "거기서 不복종 한 번 해보라"고 꼬시더라고요. 겨우 아버지한테... 거 멋없잖습니까?

    답글
    • 주방보조2009.09.06 23:42

      오늘 점심 먹다 한 이야기입니다.^^
      군대이야기가 나왔지요. 누나들이 이야기 중에 너 거기가면 절대 복종하며 잘 지내야 한다. 그러길래
      제가 말을 받았답니다. "아냐...거기 가서도 실컷 불복종 해~"...

      그러나 하나님이 도우셔야 특별히 인간이 바뀌지...그리 잘 안 바뀌는 것이 인간 아닙니까?
      오히려 더 폭악스러워질 수도 있음을...ㅜㅜ

  • 청랑2009.09.06 23:04 신고

    충신이에게는 충신이의 삶이 있고,
    그 삶이 아버지와는 비슷하지 않을 것 같군요.
    어디서 길을 잃었을까요?
    요즘 문화가 이미 '길잃은 상태' 가운데 있게 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
    '은혜'를 주시길...

    답글
    • 주방보조2009.09.06 23:47

      전 길을 중간에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섯을 기르면서 보니...똑같은 환경 속에서도 다 다르다는 것...원경 나실 교신 진실 충신 이런 순으로 좌우로 벌려집니다.^^
      타고 난 그 녀석의 길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예...정말 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저나 녀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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