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조카의 결혼식...

주방보조 2009. 8. 10. 19:07

지난 토요일...

삼정호텔이라는 곳에서 내 누님의 둘째딸이 결혼식을 하였습니다.

양식이라고 내어 놓은 스테이크가 너무 저질이었다는...한심한 일 빼면 대체적으로 보기 아름답고 우아한 결혼식이었습니다.

신부가 워낙 이뻤고, 뭐 신랑은 좋아죽을지경^^처럼 보였으니까요.

아내는 신부의 반짝이는 드레스에 홀딱 빠져...나도 저런 드레스 입고 싶다~ 저를 쿡쿡 찌르며 압력을 가했지요.

덤으로 서상록 전 삼미 부회장의 주례사도 재미있었고...신부측에 대한 배려가 좀 없어 아쉬웠지만 신랑 아버지의 긴 인삿말도 결혼식의 활기를 더해주었습니다. 

 

 (초반 약간 갸우뚱한 머리가 제 것, 후반 전체를 가린 큰 머리가 나실이 것^^)

...

 

제가 사실

다섯 아이를 키우기 전에

총각시절 ...세 아이를 키웠다는 것은 ...저만이 우기는 일 중 하나입니다.

어머니와 누님은 이 주장만 하면 얘,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해라...하시지요.^^

 

누님의 세 아이는

매형집에서 더부살이 하던 어머니와 저와 함께 꽤 오랫동안 살았었습니다.

매형은 직장에 나가서 밤 늦게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고

누님은 사람만나는 일이 좋아서 자주 자리를 비웠으며

어머니는 아이들 먹을 것 배울 것 챙기시는 것으로만 해도 벅찬 건강이셨고 가끔 9층 아주머니하고 윷놀이나 민화투를 즐기시느라 바쁘시기도 하셨거든요.

남는 시간 아이들은 제 차지였습니다.

99단을 가르친다든지, 함께 티비를 본다든지, 잠자리에서 팔베게를 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퓨전으로 꾸며 해 준다든지...등등

뭐 미안한 이야기지만 녀석들이 어릴 때는 세뇌도 좀 시켰었지요.

누가 세상에서 제일좋아? 외삼촌!!

 

그 세 아이 중 막내가 늦은 나이에 결혼한 것입니다.

오빠와 언니를 따라 6학년때 어머니가 미리 가 계셨던 메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났고

9년전 돌아와 지금까지 영어 강사를 하면서 홀로 꿋꿋이 살아왔습니다.

고생도 꽤 많았고 ...

신랑과 함께 손을 잡고 행진하는데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런 저런 생각들로 인하여...

 

조카 결혼식에도 이런데...우리 딸들 시집보낼 때는 어쩌죠?^^

 

...

 

어머니는 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안 오시면 절대 안된다'고 소리지른 손녀의 말을 따라

허리수술 이후 잘 걷지도 못하시는 몸을 이끌고 오셨습니다.

저는 교신이와 의료기상에 가서 2만원을 지불하고 한달간 어머니가 쓰실 휠체어를 빌렸습니다.

어머니와 누님은 우리 세 딸들이 거하는 새집에 거처를 정하셨고 ...진실이는 자기가 쓰는 방을 내어드렸으며, 나실이는 휴대폰을 고모에게 넘겨드렸습니다.

어머니나 누나 게다가 이번에 결혼한 아이들 사촌누나까지 거들어 충신이는 ...

기가 살아 구름을 뚫고 치솟아 태양에까지 도달하려는 기세입니다. 제 생각에... 게임방 영화관...등등을 전전하며 집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않고 용돈으로 받은 돈을 펑펑써대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통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요즘...

원경이는 충신이 생일에 홀로 편지를 써 생일을 축하해 주었는데...맨 앞 줄과 맨 끝줄에 '생일축하해'라는 말 외에는 온통 충직한 동생의 간언들 뿐이었다니까요^^

 

...

 

그건 그렇고...

 

결혼식날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예식장에 갔습니다. 남자팀과 여자팀...^^

택시비만 왕복3만원...

아내가 제 옷이 없다며 저의 반대 견해를 묵살하고 새로 사준 구두포함 정장일색 20만원...

아이들도 가볍게 옷 한벌씩 십수만원...

축의금은 우리 일곱식구 밥값정도...

 

제 스타일대로 집으로 휙 와버렸기 망정이지...만약 누님의 말을 듣고 폐백실에서 어정거렸다면...절값까지 들 뻔했다는^^ㅎㅎ

 

...

 

그리고

한마디만 더 합니다.^^

정말 삼정호텔 예식부의 식당은 ...회개해야 마땅합니다. 그 비싼 가격에 그 허접한 음식이라니...

 

 

 

 

  • 한재웅2009.08.11 20:47 신고

    조카얘라도 어렸을 때 자주 접했으면 더 정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저도 막내처제의 둘째아이를 어렸을 때 바로 옆에 살며 제 품에서 재우곤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조카보다 더 정이 가고 이끌리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9.08.12 10:12

      이번 결혼한 녀석은 저보다 20년 늦게 태어났는데....또 딱 20년 늦게 결혼하는 경우가 되었답니다.
      이녀석이 저를 삼촌같지 않고 오빠같다고^^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허허 웃지요^^

  • 김순옥2009.08.12 11:49 신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을 하고 결혼까지 했네요.
    더불어서 어머님과 누님분도 뵐 수 있으니 기쁨 두 배가 되시구요.
    충신이의 특혜에 후유증은 없기를 기원합니다 ㅎㅎㅎ
    아이들은 믿는 구석과 타이밍을 잘 알고 즐길 줄 알지요. 그러니 애교로 봐주시지요.

    호텔 결혼이라는 게 혼주들에게는 빛이 날지 모르지만 축하객들에게는 부담이 돼요.
    둘이서 가더라도 최소한 밥값은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그러니 일곱 식구라면 더욱...
    가까운 사람들의 결혼은 좀 낫지만요.
    물론 음식이 옵션에 따라서 조금 다르지만 양식 코스라는 게 썩 마땅치도 않구요.
    기쁜 날 2% 부족한 셈이 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결혼 하는 사람이나 가족들에게는 큰 축복의 시간이지요.
    두루두루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8.12 17:11

      여유있게 시간을 써...2부순서도 있고 따로 식당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것등은 좋았지만
      전 낭비가 싫은 사람이라...마땅찮았습니다. 호텔예식...화장비용부터 음식값까지 모두 ...
      신랑의 부모도 메국에서 날라와 어쩔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어머니는 허리통증으로 인한 운동부족으로...살이 많이 찌셨습니다. 그러니 더 걷지를 못하시는 악순환 중이시더군요.
      그래도 음식 잘드시고, 정신이 또렸하고, 120세까지는 사실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 건강관리를 잘 하시라고 하는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 malmiama2009.08.12 15:58 신고

    삼정호텔 뿐이겠습니까.
    반쯤 오픈되어 있는 곳도 있던데..그곳은 결혼식 진행 중인데 바로 옆에서 축의금 접수하느라 시끌 벅적.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예배당에서 결혼하는 게 그래도 낫지 싶네요.

    다음주 토요일...제 조카 녀석도 결혼합니다.
    동생이 작년에 결혼했고..
    녀석은 곧 서른인데..아직도 내 눈엔 마냥 철없어 보이지요. 귀엽지는 않고..^^

    어머니와의 행복한 시간 누리세요. 계시는 동안,
    어머니의 몸도 회복되고 마음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8.12 17:16

      제말이 바로 그말입니다.
      예배당도 좋고, 기독교회관같은 곳들도 좋잖나 말입니다.
      게다가 결혼을 하는데...예배가 아니니...뭔가 영 허전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언약하는 결혼식이 좋은데...

      집사님 조카는 알맞은 나이에 결혼식을 하는군요.
      제 여조카는 33 늦은 나이였답니다. 무조건 아이부터 낳으라고...40까지 연년생으로!!! 역설하였습니다.^^

  • 리닙니다2009.08.13 17:36 신고

    글 올려주신 날... 바로 읽었드랬는데...
    제가 요리왕님 집에오면 말이 많아져서 그냥 돌아갔는데...ㅎㅎㅎ

    오늘... 신랑, 신부님 얼굴을 직접 뵈니... 못참겠네요.
    두 분 다 어쩜 저렇게 좋아하시나요?
    퇴장마치(march)도 아니고... 입장부터 말입니다. 정말 보기 좋습니다. 축하드립니다.^^* WkrWkrWkr!!!

    호텔 결혼식 관련하여 떠오르는 저의 에피소드...
    제가 과거에 서울 강남과 전남지역의 유력자이셨던 분을 4년간 모신 적이 있었는데요(비서였답니다.^^*),
    생년을 따지면 저희 아버지보다 한 살 아래이신 분이셨지요.
    딸만 셋을 두셨는데, 첫째 딸이 저보다 한 살 위였고, 둘째 딸은 저와 동갑나기... 그리고 막내가 있었는데...
    아, 글쎄 부자이신 만큼 주변에 사람도 많고, 친지들도 많으신데... 굳이 제게 접수를 맡기셨지요.
    제 임직 기간 중 두 딸을 시집 보내셨는데, 두 번 다 강남 노보텔에서 치렀습니다.
    제 또래의 두 따님을 시집 보내는 일에 제 역할은!
    축의금 접수는 물론~ 호텔 결혼식 관련 뒷처리에 식사도 못하다가...
    나중에 집안의 몇 어르신들과 호텔측에서 특별히 제공하는 것이라는 스테이크를 먹었지요.^^*
    요리왕님께서 '저질'이라고 표현해 주신 말씀에 200% 동의하며 곧바로 그 때 그 스테이크를 떠올렸습니다.
    ...전 그 비싼 고기 잘라먹고도 배고팠습니다. 더 주세요 소리도 못하고...

    ㅎ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9.08.13 21:31

      축의금 접수는...게다가 부자셨다니 거금의 축의금을 잘 보관해야한다는 압박감도 상당했을테고...힘든 일이었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린님이 너무 지나치게 믿음직스러운 분이었나 봅니다.^^

      전 우리나라 결혼문화에 대해 비찬동입니다.
      식사대접이나 선물따위에 돈 들이지 말고...축의금도 없으면 좋겠고, 화장이니 드레스니 사진이니 하는 것등의 비용도 다 절약하고...결혼, 그것에만 집중하는 예배나 언약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이런 의견을 피력하면...마눌이나 딸들이나 모두 아휴~~~고지식~~~하며 이구동성 절 몰아세웁니다.
      참 바보들입니다. 제 눈엔...모두...

  • 리닙니다2009.08.13 22:08 신고

    ㅋㅋㅋ 입이 근질거려서(손이 근질거려서 인가요?) 못 넘어가네요.ㅎㅎㅎ
    그날 저~ 반포동 회장님 댁에까지 가서요,
    한적한 거실 하나 꿰차고 친족 어르신 한 분 모시고 기사 아저씨랑...
    밤11시가 넘도록 기록과 봉투, 축의금 현찰 맞추는 작업을 하였더랍니다.^^*
    (신랑측도 만만찮은 것 같았는데도, 예식장에서 모든 계산이 끝나던데...)
    그날 밤, 원없이 돈 많이 만져봤습니다. ㅋㅋㅋ

    우리 회장님, 다음날 아침~
    커다란 여행용 가방에 수북히 담긴 현찰 보따리를 가지고 오셔서는 은행에 입금하게 하셨지요.
    가방은... 기사님께서 들어주셨는데요, 굳이 입금은 저보고 가서 하라시데요...
    평소 은행 심부름은 다 기사님이 해주시는데...
    제게 주시는 믿음은 감사하지만, 항시 수족처럼 일하시는 기사님 뵙기가 참 민망했어요.
    부자 어르신들께선 좀처럼 사람 믿는 일이 쉽지 않으신가 봅니다... 쩝~

    글고... 저도 진짜 진짜 우리나라 결혼문화 비찬동입니다.
    한 번도, 손톱 만치도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부러워 해본 적이 없지요.
    거추장스럽고 불편해 보이기만 하는데... '창피하게 저걸 어떻게 입냐' 속으로 그러고 있는데(전 쫌 심하죠?)
    드레스 대여비용 얘길 들으면 환장하겠더라고요... 돈 아까워서~ ^^*
    제 친구들은 저보고 "너는 결혼식장에 청바지 입고 안 들어가면 다행이다." 그랬답니다... ㅋㅋㅋ

    정말 아름답고 소중하게 간직되어야 할 결혼식이...
    제겐... 솔직히 지저분해 보일만큼... 허례가 많아 슬픕니다.(_._)*

    답글
    • 주방보조2009.08.14 18:23

      돈이 돈을 벌지요.
      부자에겐 많은 돈을 지출하고...가난한 자들에겐 인색하며
      부자교회에서는 큰 돈을 헌금해도...가난한 교회에겐 혹여라도 자신에게 희망을 갖지말라고 헌금을 하지 않지요^^

      다행인것은
      참 다행인 것은 ... 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참으로 찰라적이고 그것도 아주 일부에 국한된다는 사실입니다.

      초가삼간도 나는 만족하네~~이 복음송을 좋아하다 가끔 면박당하는 일도 있었지요. 아주 옛날엔...ㅎㅎ

      ...

      일생에 한번인데...와 남들하는만큼...이 주문들이 사라져야...허례가 자취를 감추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