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어머니와...

주방보조 2009. 9. 2. 06:34

  

 

  (조카결혼식날이 충신이 생일날...점심을 잘?먹었으므로 조촐하게 축하...이때까지는 어머니께서 충신을 믿었슴^^)

 

어머니는

8월2일에 오셔서

8월29일에 떠나셨습니다.

외손녀의 결혼식이 주 목적이었습니다만 우리 가족을 만나는 것도 어머니의 여행목적에 일부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21년전 메국으로 떠나신 뒤 이루어진 것이 우리 일곱식구이고,

외손주들은 어려서부터 최근까지 함께 지내며 돌봐주셨으니 친밀감에선 우리가 좀 딸리지만 촌수야 어디 그렇습니까?^^ 

그러고보면 제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어머니는 저의 어머니보다는 제 조카들의 외할머니로 더 충실하셨다 싶습니다.

입에 달고 다니시는 '미안하다'는 말씀엔 어쩜 그런 어머니와 저의 역사가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야...천하가 다 아는 불효자이니까...영원히 죄인일 수밖에 없습니다만...

 

계신 동안

아내는 육계장 한번 카레 한번 해 드렸고 

저는 추어탕 한 그릇, 샤브샤브한끼, 함포비빔밥 한번 사드렸으며

조카와 교신이 저와 함께 어머니는 롯데 시네마에서 '해운대'...를 함께 감상하기도 하셨습니다.

선덕여왕은 재방송이라도 꼭 보셨구요^^

떠나시기 전날은 좀 무리하여 ...제가 좋아하는 우리 동네 한강의 야경을 구경시켜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심장수술을 받아 가슴에 세로로 긴 수술자욱이 있고 여전히 일부 혈액이 샌다 하고

알록달록 종류도 다양한 약을 아침 저녁으로 드셔야 하며

특별히 3년전 받으신 허리 수술이 온전치 못하여 걸으실 때마다 통증이 커서...휠체어를 대동하여  다니셔야 했지만

맛만 좋으면^^...음식도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말씀도 잘 하시고...평안히 지내다 가셨습니다.

 

...

 

나실이는 집안일을 잘 살펴 할머니를 편안케 해 주었을 뿐 아니라 가시는 날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이번 겨울에 메국에 가서 뵙겠다고 약속을 했고

항상 명랑했던 원경이는 편지 한통을 써서 가시며 읽어보시라 전달해 주었습니다. 공항가는 도중에 읽어보았는데 어머니께서 무척 즐거워 하셨습니다. 있는 그대로 마음이 전달되는 편지라며...

진실이는 방을 빼았겼지만^^ 거실에서 즐겁게 잠을 잤고...평소와 다르게 제법 눈에 띄게 청소와 설겆이가 빈번해졌었습니다. 

공부를 너무 안 한다고 지적하시고 일본어로 써 놓은 편지 초안을 우연히 보시고 일일이 지적하신 할머니에게 좀 반감도 가진 듯 하지만... 할머니가 쓰시는 일본어는 옛날꺼라 엉터리라며 입을 삐죽이는 것 정도로 마무리했다 싶습니다.

교신이는 왠지 주뼜거리고 주변을 맴돌기만 했고

충신이는...할머니에게는 계신동안 내내 전혀 관심도 보이지 않고, 학교로 게임방으로 친구들과 노는 일에만 몰두하였습니다.

메국에 계실 때는 ...전화하실 때마다 우리 충신이는 잘 있느냐 가장 먼저 물어보시던 어머니께서...많이 실망하셨음이 틀림없습니다.

충신이를 위해서 기도를 특별히 많이 하겠다고...제게 약속을 하셨으니 말입니다.^^

 

 

(떠나시는 날 ...새집 앞에서...여덟식구...이게 우리의 본래 모습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

 

아이들 사는 새집

방문을 열면 그대로 누워 계시는 어머니를 볼 것같은데...

그리고 아직 반납하지 않은 휠체어엔

여전히 어머니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 한데...

 

이젠 겨우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음성 뿐입니다.

 

"야야, 혼자 비행기 타고 오는데 배탈이 나서 혼났다. 옆에 50대로 보이는 노스캘로라이나 가는 처자가 많이 애 써 주어서 너무 고마웠고..."

 

하나님께서

잘 걷지도 못하는 여든 둘의 어머니를 홀로 보낸 불효자식의 염려를 아시고 

...천사를 곁에 앉도록 보내주셨었나 봅니다.

 

 

 

 

 

  • 김순옥2009.09.02 11:25 신고

    겉으로 뵙기에는 정정하신 모습이시네요.
    외롭게 크신 아드님께 많은 손주들이 위로가 되실 것 같아요.
    며느님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로 이해를 해주시리라 믿어요.
    아이들의 각자가 할머니를 향한 사랑과 배려가 돋보입니다.
    항상 모범스타일이신 모습이 공항에서도 변함없으시구요.ㅎㅎㅎ

    떠나보내신 아드님의 마음을 어머님께서도 충분히 헤아리리라 믿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아드님내외와 손주들과 만나실 수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9.02 12:33

      저의 외할머니께서 99세까지 사셨으니
      저의 어머니는 120세까지 사실 요량을 해야 한다고 ...반드시 운동하시라 여러번 강권하였습니다.
      허리가 아픈 것때문이라면...기대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실내 자전거라도 매일 꾸준히 하면...살도 빠지고 허리도 좋아질 것이라고...그래야 건강하게 또 뵐 수 있을 것이라고...
      전 말만하고...그 몫은 함께 사는 누님의 몫입니다.^^

      아이들이 크니까 모두 바빠져서...공부하거나 놀거나^^...그리고 어머니께서 결혼식관련하여 여기저기 불려다니시느라 피곤하여 잠을 많이 주무셔서...많은 소통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떠나실 땐...다 아셨는지...진실이와 충신이 걱정이 한자루 가득하셨습니다.

      아 그리고 저 마스크는...마눌이 억지로 씌워준 것입니다. ㅎㅎ

  • malmiama2009.09.02 13:05 신고

    장성 이후
    비교적 길게~ 어머니와 함께한 귀한 시간이었겠습니다.

    효도..하면 저는 진짜 할 말 없습니다. 부모가 일찍 돌아 가시면 기회조차 없으니까요.

    한 달 가까이 두루 애쓰셨습니다.
    어머니의 믿음에 부합된 삶을 살고 계심은 대단한 효도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9.09.03 12:42

      예...꼼짝을 못하시니^^ 비교적 길게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3년전에 허리 수술 전 오셨을 때는...조카들에게 반은 빼앗겼었는데 말이죠.

      전 어머니껜 좀 못됐게 말합니다.
      다음에 올 땐 휠체어 안 타고 다니도록 해서 오시라고^^ 전 절대 메국에 안갈테니...

      누님과 항상 말하죠. 만약 제가 어머니를 모셨다면 벌써 돌아가셨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누난 효녀고 전 불효자고...^^

  • 리닙니다2009.09.02 19:46 신고

    할머님의 은발이 몹씨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참으로 힘겨우셨을 그 인생이 이젠 그 빛을 숨기지 못하는가 봅니다.
    노인의 백발은 영화요, 면류관이라 하심이 무슨 뜻인지 사진을 보며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할머니, 건강하고 밝으신 모습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_._)*"

    아휴~
    여든이 넘으신 어르신께서 홀로 비행기를 타셨다니...
    거리도 짧지 않은데 마음이 철렁하고 뭉클했습니다.
    제가 이러니 그 하나의 아드님이신 요리왕님께서 어쩌셨을라나 싶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환갑 지내시고 세 해를 보내셨는데, 현재 타이 북부의 국경도시 매싸이라는 곳에 홀로 계십니다.
    한 해 한 번 정도 다녀가시는데... 혼자 들어가시는 뒷 모습을 뵐 땐...
    그래도 우리 어머니 참 씩씩하시답니다. 저보다 훨~~~

    주님을 신랑삼고 혼자 역경을 헤쳐나가시는 여인들에겐 남모를 힘이 있나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9.03 12:53

      ㅎㅎ...밝은 사진만 골라서 올려 그래요^^

      공항직원에게 휠체어를 넘겨드리니...혼자 가세요? 하고 놀란 직원의 표정이 눈에 선하구요...다행히 옆자리에 착한 사람이 앉아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전화번호라도 받아두셨나 여쭈었더니...한사코 할일을 했을 뿐이라고...안 갈쳐주더랍니다.

      린님 어머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아직 어머님이 젊으시니^^...효도 잘 하시구요...

  • 나우2009.09.02 22:20 신고

    ... ^^ *^^* [비밀댓글]

    답글
  • 한재웅2009.09.05 11:30 신고

    요리왕님이 어머니를 닮았군요.
    행복해 보입니다.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옆에 계신듯 하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9.09.06 19:17

      전 어머니의 검은 피부와 정서적인 면을 닮아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도 함께 건강하게 모두 모여 살면 참 좋겠습니다.
      마음 속에 정도 많이 쌓이고...추억도 많아지게 말이죠.

      한재웅님은 어머님 돌아가신지가 벌써 5년이나 지났군요. 어머니란...참 고향같은 존재입니다.

  • 봄빛2009.09.05 13:15 신고

    어머님의 얼굴이 드시는 약에 의해 부은 모습이 역력하네요.
    혼자 먼길 가시게 했던 아픈 마음을 고스란히 읽었습니다.
    기도하시는 분이시니 늘 주의 천사가 그 길을 동행하셨음이 분명해요.

    답글
    • 주방보조2009.09.06 19:40

      약에 의해 부은 모습도 보이는군요? 전 그저 살이 찌신 줄만 알았습니다.

      그날 공항식당에서 비빔밥을 사 드렸는데 ... 설사가 나셔서 ...여러번 그 천사의 도움으로 화장실에 가셔야만 했다고 하셨지요.
      다행히...예약된 뒷 좌석을 맨 앞으로 바꾸어 주어 고생이 덜했다고도 하시구요.
      사랑의 빚이니...하나님께서 대신 갚아주시겠지요.

  • 이요조2009.09.06 14:24 신고

    어머님 인물이 훤하십니다.
    모자간에 닮으셨군요.
    맞아요, 그림은 위엣 식구 그림대로가 맞는 것인데....그래도 늘 있는 그 곳이 더 편하신게지요.
    딱히 불효랄 것도 없는......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뿐,
    가슴이 많이 쓰렸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9.06 19:43

      딱...불횹니다.
      메국으로 오라고 그토록 권하셨는데도...그래서 최근엔 시민권까지 따시고 윽박하시는데도
      난안갑니다. 한마디로 자르는 아들이...어찌 효자겠습니까?
      누나가 워낙 저완 반대니까...효녀노릇 잘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자식은 둘이상은 최소한 낳아야되요.^^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지요?^^

    • 이요조2009.09.07 09:45 신고

      그러네요.....이러다 저도 조만간 메국사람 되겠습니다.
      딸이 2월에 시민권자와 결혼하면(날 잡혔어요) 바로 미국으로.......그러게 여자팔자라곤....
      어디서 살게될지도 모르다가...
      아마 에미도 딸 팔자 따라가는 건 아닌지...
      .
      .
      아마도 울 아들들도 나중에 원필님 같이 끝떨어진 오리새끼로 남아 동동....
      남의 일 같지 않네요.
      .

      원필님은 멋지신 어머니랑 너무 분위기가 같아요. 흰머리만 난다면 영판!!

    • 주방보조2009.09.07 17:06

      참 큰 일입니다.
      좋은 유전자가 자꾸 메국으로 유출이 되니 말입니다.
      어쨌든 미리 축하드립니다. 내년2월이면 얼마 안 남았네요.

      그리고 부디...제 어머니처럼 메국 딸네 가서 사시는 일은 없으시길...바랍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