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는 목요일에 강의가 없고
나실이는 월요일엔 강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은 초중고딩 모두 재량 휴업일이라 놀고...
무슨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저는
진실이가 강의를 듣고 있는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점심으로 순대국을 같이 먹고 ...돌아오기로 작정을 하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기도 하고 하여
도로지도를 펼쳐 놓고 가는 길을 따져보았습니다.
양재천길로 과천을 지나 가는 길이 가깝기는 한데...정확한 도로 사정을 알지 못하겠고
결국 여의도를 지나 안양천으로 들어 서서 가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탄천길로 하여 자주 다녔던 용인까지보다는 가깝겠지 생각하고...
진실이에게 12시에 그 순대국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해 놓고 ... 8시 45분에 출발했습니다.
충신이는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고 있으므로, 그리고 저와 냉전 중이기도 하므로 뺐고^^
원경이는 현주와 만나서 놀기로 이미 약속을 했다하여 빠졌고
나실이와 교신이만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나실이는 대학 입학선물로 제가 사준 삼천리 하운드를 탔고
교신이는 이인용자전거가 좋다하여 저와 함께 이인용 자전거를 탔습니다.
영동대교를 건너고 여의도를 지나 안양천 앞까지는 아무 탈 없이 도착했습니다.
한강 맞은 편에 성산대교와 월드컵 경기장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집에서 25km...
안양천으로 가는 자전거 길은 초행이라서 조심스러웠지만 그런대로 도로 사정이 괜찮았습니다.
다만 안양천 하구부근은 그리 물이 깨끗하지 못했으며 냄새도 좀 나고...공사중이라 분주했습니다. 요즘 한강에 공사 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저와 교신이는 그런대로 잘 달리고 있는데...나실이는 안양천으로 접어든 이후 자주 다리와, 안장에 걸쳐진 엉덩이부분이^^ 아프다는 호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저는 매주 한두번은 두어시간 자전거를 탔고 교신이는 항상 태권도로 단련된 몸인지라 그런대로 버틸만 하였지만
나실이는 그 자전거를 타고 제대로 달려본 적이 한 번도 없고...몇 년간 공부때문에 운동도 많이 부족하였거든요.
안양천은 상류로 갈수록 깨끗해져 갔고...물고기 왜가리 두루미들이 자주 눈에 띄었으며...안양천에서 바라보는 안양은 길들이 복잡하고 번잡스러운 교통지옥이란 제 기존 이미지와는 다르게 산들이 많고 아름다운 곳이라 느껴졌습니다.
12시는 넘었고...계속 진실이와 통화 하면서 ...안양천이 둘로 갈라지는 곳...안양천 하구에서 20km가 넘어가는 곳에서 다리 서너개를 더 지나 명학역 앞에 도착한 것이 12시25분 ...거기 자전거를 세우고 절룩거리는 나실이를 데리고 교신이와 함께 그 순대국집에서 진실이를 만난 것이 12시45분 ...4시간만에 적게 잡아도 50km를 달려 "뜻을 이루었습니다" ...ㅎㅎ...용인보다 대략 한시간은 더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순대국을 맛있게 먹고 나니
진실이가 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으라고 2천원을 내 놓았습니다. 저는 그때 지갑에 신용카드말고는 달랑 천원 한장 뿐이었는데...그만두라 하였으나 하두 강권하여 받아두었습니다.
그 순대국집을 출발한 것이 1시 15분
자전거를 매어둔 곳에 와서 나실이가 하두 아프다 하여...제가 나실이 자전거를 타고 안장이 비교적 편한 이인용 자전거 앞자리를 나실에게 양보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실이는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 없다고 하고...
마침 진실이가 준 아이스크림 값 이천원을 나실이에게 주어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라 하였습니다. 어찌 하늘의 도움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답니다. 진실이가 어쩐 일로 아이스크림값으로 이천원을 내놓더니...^^
저는 이인용 자전거를 홀로 타고...교신이가 나실이누나의 자전거를 접수하여 탔습니다. 다행히 교신이가 제법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왔던 길을 돌아 가다가...반포대교 아래 잠수교에서 넓게 확보된 자전거 길로 한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6시 정각...^^대략 왕복 100Km...
마음은 통쾌하나...넙적다리 근육들이 놀라고 화나서...부들거리고^^,,,ㅎㅎ
...
나실이는 앓아누워 저녁을 먹으러도 오지 않았고...
저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한바탕 연설을 읊어대었습니다.
"봐라. 뜻이 있어야 길이 있는기다. 자전거 타고 안양에 갈 뜻이 없었으면 ...이런 멋진 여행은 시작도 할 수 없는 것이지.
그런데 봐라...뜻을 세워 놓았더니 ...해 내고 말잖느냐. 니들도 뜻을 세워야 하는기다. 되든 안 되든 먼저 뜻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알긋나? 응? 아이고고고...다리야..."
흥! ...마눌
픽...충신, 원경
아고고...나실, 교신...
헤헤...진실
가는 길엔 시간을 맞추어야 하므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어서
결국 돌아오는 길을 포기한 나실이는 달랑 한장만 찍혔을 뿐입니다.
여기까지가 가는 도중의 사진이고
이 아래서부터는 돌아오는 길에서 교신이와 함께 찍은 사진들입니다.
-
인간 승리가 따로 없습니다.
답글
교신이가 참 대단하네요.
한빛이 같으면 아마 죽는다 하지 않았을까요? 태권도 4품도 아무런...ㅉㅉㅉ
한빛이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답니다. 저희 아파트가 언덕이고 딱히 자전거 탈 조건이 되지 못해서...
몸소 실천을 행하시는 아버지의 교훈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지금은 다소 불만이 있을지라도 말이지요.
한얼이는 매일 강의가 있기는 하나 대중없답니다.
시험보는 날이 많아서 밤에는 늦는 날이 많더군요.
학교가 가깝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실감합니다.
대학생이 되면 놀멘놀멘하던 시대는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가 밝다고 해야할지요.
진실이와 나실이의 화이팅을 기대합니다.-
주방보조2009.05.08 12:18
정말 그 동네가 자전거 타긴엔 부적합하겠네요.
그래도 자전거는 참 좋은 운동도구임에 틀림없습니다. 전 젊은이들이 저를 추월해 씽씽 달리는 것을 보면
왜 일찍 자전거를 타지 않았나...참 후회가 됩니다. 한빛이나 한얼이 모두에게 자전거를...강추합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좀 먼 거리도 마다않고 따라나서길 좋아했는데
진실이, 충신이는 노골적으로 싫어하고...원경이나 나실이는 좀 미안해 하면서 거절하게 되었답니다.^^
교신이는 마지막으로 남은 자전거 친구죠.
우리 아이들은 경쟁의식이 너무 없어서...지나치게 많은 것보다는 좋지만...탈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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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실이 대단해요. 따라나선 것 자체가 말이지요.
답글
교신이가 한몫을 단단히 했군요. 장성^^했어요.
인간승리..맞습니당.
자동차 운전으로도..100키로 넘으면 힘들다고들 하는데..!! -
아우!!!고생하셨네요^^ 자녀들이 따라와 준 것만 해도 대 성공입니다.
답글
자전거 안장통은 자꾸타서 숙달이 되어야만 없어집니다. 오랫만에 타면 안장통으로 인해 타기 어렵지요.
100키로미터면 숙달 된 사람도 힘에 부치는 법인데 아이들이 자랑스럽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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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왁~!
답글
친구 하나가(물론 남자) 광주에 사는데
모임이 있을때 뻑하면 광주에서 전주까지 자전거를 타고 옵니다.
그래서 우린 그 친구를 향해 이렇게 말하지요.
"독한 넘~!!"
글타고 요리왕님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존경스럽습니다. -
저도 처녀시절.. 한 때는 자전거를 주말마다 탔었는데요..
답글
2시간만 타도 엉덩이가 얼얼하고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나실이가 몸져 누울만 하군요.
무모한 도전을 혼자도 아니고 아이들까지 끌고 감행하신 요리왕님의 용기와 배짱에 놀랍기도 하고
무모한 아빠에게 끌려다녔을 불쌍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정말 대단하다 감탄하면서도 한편은 웃음이 나와 혼자 낄낄거렸더니
옆에서 공부하던 남편이 요리왕님 사진을 보며 누구야? 하고 묻습니다.
"아는 사람~~" 이라 했더니 가자미 눈을 하고 쳐다보네요. ㅋㅋㅋㅋㅋ
요리왕님은 내가 아는 사람.. 내가 아는 분~~~~
이런 분을 알아서 다 늦은밤 낄낄대고 웃을 수 있는 즐거운 나~~ ^^-
주방보조2009.05.12 01:40
전 새빛 아빠도 결혼식에서 한번 보아 ...아는뎅^^
맞아요...무모한 아빠. 점점 부담스러워 한답니다. 제가 어디 가자할까봐...큰 놈일수록 말이죠.
잔느님도 새빛이 어릴 때 많이 같이 노세요. 자전거도 같이 타고...
아니면 아읻르을 많이 낳으셔서 제 나이가 되어도 같이 놀아줄 막냉이가 있게 하시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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