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은 놀토였습니다.
모범생 원경이는 운동을 위해, 놀라리 충신이는 공부를 안 하기 위해...저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나섰습니다.
진실이는 남자친구 군대간다고 과친구들 여섯과 여의도에 가서 벗꽃놀이 송별회를 해 준다며 일찍 나갔고
나실이는 그동안 미뤄왔던 어금니 신경치료 때문에 치과에 가야하므로 빠졌고
교신이는 감기가 낫질 않아, 그리고 마눌님은 그런 교신이를 지켜주기 위해...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번 한재웅님의 남한산성 라이딩에 자극받은 것인만큼
간단하게 가르쳐 주신 탄천에서 복정역을 경유하는 루트를 찾아 나섰습니다.
영동대교를 건너 탄천으로 접어들어 두어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복정역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고
남한산성이라는 빨간 교통표지판의 지시를 따라 약간 경사진 길을 올라갔습니다.
충신이는 쉽게 올라가고 원경이는 그런대로 뒤쳐져서 올라가는데...저는 중간쯤부터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 언덕이 끝나는 곳에 3거리가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바로 앞에 산성 역이 있고 그 아래로는 어떤 길인지 모르는 길이었고
남한산성으로 가는데 내려가는 길일리는 없다는 판단으로 왼쪽으로 산을 향해 나 있는 오르막 길을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그정도 오르막도 저는 자전거로 오를 수 없다는 판단이 섰고...(몸무게와 오른쪽 무릎의 관절염(?)때문에)...자전거로 달리기에는 아이들에겐 ㅁ부척 위험해 보였으므로 맞은 편 쉽게 눈에 띄는, 그 도로을 따라 난 등산로를 선택했습니다.
자전거를 산성역에 세우고 작은 배낭에 물 반병과 쵸콜릿 그리고 황도 통조림을 가지고, 우리는 전철 지하도와 횡단보도를 건너 그 등산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며칠 조금씩 밀려서 그날은 2만보를 걸어야 했던 저는 참 잘되었다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등산로 입구는 제법 인공폭포도 있고 그럴 듯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사람이 별로 안 보인다는 것이었는데...꽤 길게 늘어진 벗꽃길의 아름다움에 빠져...미처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진도 몇 장 찍고...우리 셋은 충신이와 저 사이의 공부와 관련된 지나간 모든 고통??^^도 다 잊고 즐거운 산행을 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끝도없이 등산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였고
날은 덥고 가지고 간 물은 다 떨어져 가는데 약수터는 팻말만 붙어 있을 뿐 찾을 길이 없었으며
왼쪽 문무대의 경계선인 철사줄들은 불발 슈류탄이 있으므로 출입 엄금, 또는 사격훈련시 출입금지 따위의 팻말만 달아 놓고 있었으며
충신이는 인내의 한계에 부딪혀...돌아가자는 말을 몇번이나 아버지~를 불러가며 반복 하였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었다면, 그것은 저 멀리 보이는 남한 산성의 허연 일부 흔적 뿐이었습니다.
충신이의 아버지 그만 돌아가요~라는 목소리가 제법 커지자 마침내 저도 충신에게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야 했습니다.
늙은^^ 아비가 혹 힘들어서 그만 돌아가자 하여도, '우리는 끝까지 가겠다"고 해야 할 절고 젊은 녀석이 이 무슨 약해 빠진 소리냐...
돈을 줄테니 너 혼자 옆에 도로에 택시 잡아 타고 가라.
목표로 한 곳이 바로 저기 보이는데(좀 까마득하긴 했죠^^) ...어찌 여기서 돌아가잔 말을 하느냐. 씩!!씩!!!
아직은 어린 아이이므로...이정도 호통에 굴복하였고
우리는 체제를 정비하여^^ 예쁜 무덤도 한기 지나가며 보았고
그 근처에 오래된 화강암 돌비를 하나 보기도 하였습니다. 한자를 잘 몰라 무슨 뜻인지 제대로 새기지 못했지만
꽤 오래된 비석인듯 돌 표면이 거칠었고 탁본을 얼마나 많이 떠 갔는지는 모르나 새까만 먹이 속속들이 배어 마치 콜탈을 칠해 놓은 것같았습니다.
호통후 5분 만에 저도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부드럽게 하였으며^^우리 셋은 잘 협조하여 길을 계속 오르락 내리락하며...별 말없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얼마를 갔는지 모르지만 남한산성 터널 입구 근처에서
마침내 등산로 끝...이라는 팻말이 나타났고 도로 맞은 편에 먹거리를 파는 포장마차 하나 떡하니 서있었습니다.
일단 타는 목을 축이기 위해 환호하며 물을 샀고
찬찬히 살펴 보니...바로 앞 터널로 차는 다닐 수 있으나 사람은 통행금지...
그래도 일단 등산로 하나를 끝까지 완주했다는 것을 보람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두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거기 등산로 끝나는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었으므로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산성역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것과
길건너 수백개의 까마득한 계단을 내려서 남한산성 입구로 갔다가 하산하여 남한산성역에서 전철을 타고 산성역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것.
우리는 후자를 택했고
많이 후회하였습니다.^^...
정말 그 후로도 한참을 걸었으며
남한산성역 가는 도중에 시원한 냉면을 바랬다가 싱거운 냉면을 먹었으며...
산성역의 엄청난 에스컬레이터에도 질렸으며...
마눌을 데리고 왔었다가는 대박 날뻔하였다는 소리를 수도없이 낭송하였으며...
그날따라 안장이 불편하여 엉덩이가 엄청나게 아팠습니다. ㅠㅠ
그리고 다음엔 나실이를 데리고 한번 더 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이어트에 엄청 도움이 될 것같으므로...^^
...
우리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별 말이 없었습니다.
너 나 할 것없이...입도 떼기 힘들만큼...지쳤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날 만보계는 2만6천보를 넘어섰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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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아름다운 봄이네요.
답글
충신이와 원경이는 벚꽅 터널을 힘들게 걷던 추억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 더더욱 느끼겠지요.
아이들이랑 등산을 했던 게 언제였던가 싶습니다.
특히 한얼이가 아주 어려서는 북산산이랑 관약산도 올랐던 것 같은데요.
한빛이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잊어버린채 컴퓨터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남편은 두 아이들 시험이 끝나는 5월 초에는 시골에 가서 선운산을 오르고 싶다고 합니다.
남한산성은 친구들과 딱 한 번 갔었던 곳입니다.
근교 나들이 하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한참 시험기간이지요?
온 가족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주방보조2009.04.19 23:24
전혀 모르는 코스여서...많이 당황했고,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빛이는 평소 태권도로 몸을 단련하고 있으니 ... 다르게 몸을 움직이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컴퓨터를 즐거워하는 것이겠죠.^^
걱정은요. 자기관리 잘하는 한빛이가 잘 알아서 할텐데요.
5월초엔 남자남자남자...셋이 선운산을 오르겠군요. 산 이름이 참 이쁘네요^^
남한산성...저도 거의 20년만에 가본 곳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많이 찾고 계시더군요.
그걸보고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그것을 보장해 주는 등산..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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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2만 6천보라...대단한 운동량이군요.좋은 날씨에~~^^
답글
저희는 어제 밤 무료티켓으로..한강유람선을 탔습니다.
아내,유민이와 함께...
잠실에서 출발,동호대교 근처에서 회항하는 9시 배를 탔는데, 딱 1시간 걸리더군요.
유민이가 무척 좋아하며 묻더군요.
"아빠...어떻게 배를 탈 생각을 하셨어요?"
"유민이랑 놀러갈 시간이 없잖아...그래서 오늘..생각했지."
계속 종알종알...메국에서 배 탄 후, 처음이라는 둥... ㅎㅎ
주일 저녁에 이렇게 외출해 본지...까마득합니다.^^ -
인공폭포에서 좀 더 올라가면 남한산성 가는 가파른 아스팔트가 나오는데 거기 부터 산성까지가 3km가 넘습니다.제가 올라 갈때
답글
시속 7km에서 왔다갔다 했으니 30분 가까이 페달링 했다고 봐야죠.자전거로 단련되지 않은 사람이나 일반 생활자전거로는 꽤 힘에 부치는 오르막입니다.우리 동호인 중 몇 분의 여성은 부분적으로 끌고 간 사람도 있습니다. -
저 아름다운 길에 사람이 없다니 이상~~..
답글
더구나 놀토인데요.
요리왕님의 산책 아니 운동의 방법을 시작부터 끝까지 살펴보며
요즘 한참 주제가 되어있는 녹색성장의 선두주자 같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자전거는 녹색성장의 원동력라고 하잖아요. ^^-
주방보조2009.04.21 01:42
저 곳만 아름답고
그 뒤로는 온전히 고행길이었답니다. 특별한 취미가 없는 분들은 다닐수 없는 길이었던 것이지요^^
걷기도 그렇지만 자전거가 특히 제겐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한강길을 달리면...젊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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