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신입생과 술 그리고 나실...

주방보조 2009. 3. 5. 14:24

성경은 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술취함에 대하여는 분명히 엄격한 경고가 신 구약을 막론하고 일관되게 가르쳐지고 있지만

가벼운 음주에 대하여는 그리 문제 삼는 것같지 않습니다.

축제 때의 술, 잠시 고통을 잊게 해주는 술, 위장약으로 포도주를 쓰라는 격려말씀이나 성찬식 때 나누어 마시는 포도주 등이 그러한 예이지요.

이런 성경의 술에 대한 약간은 느슨한 틈새를 파고들어

술잔에 따라진 포도주를 보지도 말라는 명쾌한 잠언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술은 교회도 대략 정복해 버린 듯 싶습니다.

보수적인 교회의 목사님들은 매우 절제된 모습을 여전히 보여줍니다만...

 

...

 

나실이가 이번에 입학한 학교는 경기도에 있는 매우 보수적인 교단 산하의 대학입니다. 그 학교에 진실이도 다니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 두 곳은 아쉽게도 떨어지고...언니와 함께 다닐 수 있어서 좋겠다는 이유로 과도하향^^ 17:1의 경쟁에서 예비번호도 없이 합격을 했었습니다.

작년 진실이의 경우엔 오티에서 억지로 강요는 하지 않는 좋은 선배들 덕에 술마시는 것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하여

나실이도 부담없이 오티에 가라하였었는데...날자를 넘겨버린 뒤에야 오티가 이미 끝나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인터넷을 뒤적이며 입학 전에 과친구들을 찾는다며 애를 쓰더니

몇몇 친구들과 연락이 되어 열댓명이 홍대근처에서 만나기로 하였고

나실이는 난생 처음으로 홍대근처 음식점으로 ... 홀로 나갔습니다.

 

오티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났단다.

가지 않기를 참 잘한 것같다.

미리 낸 오티 참가비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니 잘되었고.

그런데 오늘은

선배도 없이 1학년들끼리 열몇명이 모였는데...글쎄...술로 시작하는 거다.

처음엔 난 안 먹는다...분명히 말했다.

그래도 자꾸 얼마나 권하는지 보통 스트레스가 되는 게 아니었다.

분위기도 나 혼자 깨는 것같이 되어가고

나도 안 먹는다고 했던 말을 못 먹는다로 바꾸었으며

마음 속에선 ...에이 귀찮은데 먹어버려...하는 생각도 아주 조금 생겼다.

모두가 나의 술 안 먹는 것에만 집중하니 정말 괴로웠다.

그래서 결국은 끝까지 걔네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중간에 집에 간다고 나와 버렸다.

앞으로 그런 애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해야 되니...괴롭다.

 

나실이가 술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장식했습니다.

일단은 무승부...라고 봐야 하겠지요.

술도 나실이를 이기지 못했고...나실이도 술을 완전히 이겨버린 것은 아니니까요.

 

...

 

기독교 학교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이름뿐이지요.

 

요즘 신입생들의 음주 후 절명 소식이 몇건 눈에 띄더군요.

매년 있어왔던 일이고

지금 당장은 술문화를 바꿔야 한다느니 하는 말이 좀 돌겠지만 금방 잊혀질 것이고

앞으로도 신입생들은 몇명쯤은 계속 ... 술에게 피의 제물로 바쳐지겠지요.

교회는 술문화에 대하여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슬쩍 눈을 다른데로 돌려 외면하고 말 것이구요.

 

예배 후에 삼삼오오 모여 술마시러 가는 것이 일부 대형교회 기독교 대학생들의 문화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 되었으며

장로라는 직분을 가졌어도 술잔을 높이 들어 '위하여!'를 외치는 일이 자연스러운 지경이며

직장에서도 술을 거부하면 회식자리에서 따를 당하고 그것이 결국은 직장생활 전반에 걸쳐 곤고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술을 강요하는 이들 중에 기독교인 상사가 적어도 2할은 자리하고 있다고 보아 무리가 없을 것이니...쩝...

 

우리나라의 술문화  ... 강요하고 취하게 하고 괴롭게 하는 것이 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혹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술군들 치고 그것을 옳다고 하는 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고쳐야지...나도 힘들어 죽겠어...라고는 말해도 말입니다.

술 안 먹는 제가 좀 무서워서...제 앞에서 거짓부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전 정말 무서운 사람이 아니거든요.^^

 

...

 

술 먹는 사람들은 술을 먹을 것입니다만

억지로 남에게 강요하고, 함께 망가지기를 촉구하고, 그래야만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되고 하는 따위의 문화는 정말 한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외적 번영에만 도취하여 ...연약한 아이들의 무너지는 소리에 귀를 막아버리는 일부 지도급 교회들...또한 정말 한심스럽습니다.

직분 인플레 때문이긴 하겠지만 장로니 집사니 하는 이들이 가정이나 직장에서 회식을 빙자하여 술취하는 꼴들은 ... 구역질나는 일입니다.

 

...

 

나실이의 이름은

민수기 6장에 나오는 '나실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아주 기본적인 나실인들의 금기사항입니다.

 

아비를 잘못만난 결과로 치부해도 될 것이지만...나실이는 아버지가 지어준  자기 이름때문에라도 술마시는 것에 대하여는 단호해야 할듯 보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이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살아가기가 힘들까...'그럴수록 실력을 길러!'소리는 지르지만 가슴이 아려옵니다.

 

만약 하나님이 돕지 않으시면...감당하기 어려운 세속문화의 도전들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기를...그리고 하나님께서 잘 보살펴 주시기를...기도할 뿐입니다.

 

 

 

  • 청랑2009.03.05 17:18 신고

    이곳 미국을 보니까,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엄청 공부공부공부더구만요.
    내 생각에는 대학생활에 친구라는 것은 별반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친구로 찾아 같이 다니면 될 듯합니다.
    그리고 과 모임이니 뭐니... 구태여 나갈 필요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거의 집단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강요에, 시간 낭비 아닐까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연히 누가 누구인지를 알게 될 것이니, 다 어울려 다니지 말라고 하심이 어떨는지요?
    그냥 저의 의견입니다~
    샬롬~

    답글
    • 주방보조2009.03.06 02:17

      옳으신 의견입니다. 저도 그렇게 권합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으면 된다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조직사회잖습니까?^^
      나중에 불편하게 되지요.
      술 안마시는 것은...조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요
      신입사원 뽑을 때도...술먹이며 뽑는다니...말 다했죠.
      그러니...그런 물이 사회진출의 최전방인 대학에도 광범위하게 퍼진 것같아요.

      우리 시절엔...워낙 중고시절 억압이 되어 있어서 대학생이 되면 자유를 표출한다며...술마시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것에 플러스 알파가 있는 듯...조직에 굴복시키기??같은...

  • 아침이슬2009.03.05 23:23 신고

    저희 딸 한나는...대구에 있는 기독재단인 학교로 갔지요.
    부모의 사정은 어떻든..
    자기가 하고 싶다던 작곡과로...

    다행인것은 O.T를 가서 저녁을 먹고 왔는데..
    술 못 먹는다고 하니 권하지 않더랍니다.
    그리고..
    교회다니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놀라더군요.

    담주에 신입생 환영회가 있다는데 첨부터 못 먹는다고 말한다는데...
    어떨지 걱정이 되네요.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평안하시죠?

    목.이.삶은 가끔 들어와서 보고갑니다만...
    요약...
    정말 잘 하십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3.06 02:23

      원하는 과로 진학했다는 것은 축하할 일입니다. 늦었지만...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과별로 약간씩은 다르다고 하더군요. 인간이 문제겟죠. 좀 또라이같은 선배가 있으면....폭력도 횡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던데요. 정말 그런 이야기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지요. 어던 부모가 자식을 대학보내며 음주에 폭력에 찌들라 보냈겠습니까?

      전 신입생 환연회 나가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좀 비겁해 보이지만...피할 것은 피하는 것이 낫다 싶어서요. 아직은 어리니까...

      ...

      평안하냐고 물으시니... 좀 평안치 못하다고 솔직히 답해 드리는 거이 도리겠지요?^^
      여러가지 어려움이 밀려오고 있습니다^^...하나님이 피할 길을 주시리라...믿고 있을 뿐입니다. ㅎㅎ

      아침이슬님은 평안하시지요?

  • 김순옥2009.03.05 23:40 신고

    언제부턴가 대학의 문화가 왜곡되어 가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하긴 이제 담배까지 기호품으로 분류되다시피 해서 굳이 남녀 구분이 없어져버렸으니까요.
    술이 교제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또한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묵인하고 있으니 더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만.

    한얼이도 드물지만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으로 압니다.
    워낙 주량이 약해서 스스로 절제하고 있는 편이지만요.
    강요에 의해서 끌려다니다 보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진실이도, 나실이도
    나름대로 자기의 주체적인 선을 지켜가길 바라고 또한 그러리라 믿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3.06 02:28

      술을 잘 못하는 친구가 있는데
      여학생들이 너무 술을 잘 마시니까...자신도 술을 안 마실 수 없다는 마음의 부담이 극심해지더라더군요.
      정말
      술문화는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강요하는 것...그것도 선배니 상사니 하는 권력을 이용해서 그러는 짓 말이죠.
      술없이 소통하는 법도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을 것같아요.

      진실이 나실이는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니...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같습니다. 술 먹는 문화가 아무리 드세도 말이죠^^

  • 나우2009.03.06 00:33 신고

    허걱! 오늘 맘이 싱숭생숭해서 사람들 맥주 마시는 틈에서 칵테일 한 잔 마셨는디... 워쩌나....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09.03.06 02:30

      흠...
      누구나 나실인일 필요는 없지요.
      술취하지만 않는다면...그리 정죄받을 일도 아니구요... [비밀댓글]

  • 이요조2009.03.06 16:31 신고

    전,,,젊어서는 술 권하는 사람을 웬수보듯 째려보았습니다.
    이젠 받습니다. 받아둡니다.
    농담이 통하는 자리라면 어저부터 약먹는다고 해봅니다.
    술,,,어제 끊었다고도 합니다. 분위기 깨지않고....부드럽게 넘기기 좋습니다.

    어떤이는 결사적으로 따뤄주고 결사적으로 먹이려 듭니다.
    왜 안먹냐고 따지면....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나 죽으면 채금질테냐고 묻습니다.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남자도 못먹는 사람이 있는데..하물며....여자를......
    죽어도 안되는 걸 어쩌란답니까?

    나실이에게도 그리 가르치십시오!!

    답글
    • 주방보조2009.03.06 22:16

      이요조님의 고전적 방식이 ...통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주입시켜 놓겠습니다...
      ㅎ...나실이는 그렇게 잘 할 수 있을 것같기도 하네요 ^^
      고맙습니다.

      요즘은 아주 지능적으로 집단주의가 발달하여 괴롭힙니다.
      흑기사(술을 대신 마셔주는 남자)니 흑장미(술을 대신 마셔주는 여자)니 하는 이들을 동원시키고...그들을 배로 괴롭힘으로서 ...결국은 술을 먹게 하는 등^^
      그래서
      저는 되도록이면...빠져라...권합니다. 특히 방어수단이 별로 없는 신입생일 때는 특히...

  • malmiama2009.03.06 19:18 신고

    박정희 대통령 주관 회식자리에서 건배 술을 감히 안 먹는 장성(?)이 있었다는데,
    왜 안 마시나?...저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못 마십니다.
    모두가 긴장된 순간...박대통령이 그랬다는군요. "저 친구..진짜 크리스천이야!"

    나실이..도 그런 사람 되기를. 그런 주관자를 못 만날지라도.

    술은 벌이요..고통입니다.
    울집, 형민이는...선배들과의 모임에서
    게임에서 지는 사람..술먹기를 하는 바람에 먹었다는..ㅋ
    좌우간 그래도 전반적으로 성악하는 곳이라 술,담배와는 거리가 먼 것 같던데요.

    정민이는..스스로,절제할 줄 아는 것 같은데(아빠를 닮아서리^^)
    ..요즘은 오직 공부..공부..하고 있습니다. 큐티와 기도보다 앞서지 않는 가운데.ㅎ

    저는..교통사고 덕에 술로부터 자유로워 진 것이 큰 복이였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9.03.06 22:31

      게임에서 지면 술먹고...나실이도 무척 곤혹스러웠다고...게다가 자기를 집중 공격하는 느낌도...ㅎㅎ
      정민이는 제 궤도에 들어섰군요. 공부...
      사실 대학시절만큼 종부하기 좋고 공부가 잘되는 때가 있을까요?^^
      왜 놀았지?...후회 가끔 합니다.ㅎㅎ

      전 연고전 끝나고 서울운동장에서 명동까지 데모하고...너무 목이 말라 죽게 생겼는데...눈 앞에 맥주가^^
      대학교 1학년 가을이었군요. 그후론 한잔도 안 했는데...군대 가서도...
      회사에 들어가서...그것이 마음에 구멍이 되어 ...맥주는 마셨더랬습니다.
      2년정도 후에...정신차리고...끊었지요. 어차피 맥주만 마시는 것이나 안 마시는 것이나 마찬가지더라구요.

  • coolwise2009.03.07 00:47 신고

    ㅎ....... 술이 고민이 되는 모양이로군요..
    처음부터 안마시는 사람으로 '찍히면' 그만일 겁니다.
    요즘 직장도 웬만한 데서는 강요하지 않거든요.
    아무리 신입사원이라도 인격을 존중해주는 시대가 돼서..
    담배도 피는 사람이 눈치를 보는 세상인데..
    술은 말할 것도 없지요. 너무 부담갖지 말고 당당하기를...

    근데..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만의 전통 같은 게 있기 때문에
    만약 그 조직이 술을 필수로 여기는 분위기라면
    어느 정도 따 느낌은 단단히 각오해야겠죠.
    그게 뭐 어렵습니까. 성격좋은 나실양이니.. 시간 가면서 편이 많이 생길 겁니다.
    초반에 약간의 불편 감수하면 그만이죠.
    첨부터 그저 '찍히는 게' 편할 거 같네요..

    답글
    • 주방보조2009.03.07 08:17

      최근 제 주변에서 있던 일인데
      술 안마시는 것이 소통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져서 ... 어려움을 당한 이가 있답니다.
      직장도 상사를 어떤 사람 만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나실이도 선배 동료가 어떠냐가 문제고...그건 일종의 운이라고 할밖에 없는 일이겠지요.

      나실이도 친구가 생겼는데...셋 다 자기 비슷한 녀석들이라면서...낄낄거리더군요.^^
      술마시는 모임엔 같이 안 가기로 했다고.

      진실이는 찍히면...감당하기 어려워할 아이인데...다행히 과 동료들이 착한 듯하고
      나실이는 찍혀봐야...잠간 고민 하고 말 녀석이라 ...다행이고 그렇네요^^ㅎㅎ

  • 왕언니2009.03.07 23:01 신고

    요즘엔 나 술못먹어 ,먹으면 큰일나,병원에 실려가...하고 요조님 방법대로 강경하게 말하면 어느정도 통하는것 같던데요?
    초지 일관이 중요합니다. 진실이 나실이 누구에게나 시종여일한 사람으로 각인되면 좋겠습니다.
    자매는 용감했다! ^^

    답글
    • 주방보조2009.03.08 00:32

      한 방법이긴 하지만...약간은 진실하지 못하니...ㅎㅎ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피하라고...주문하였습니다.
      만약에 부닥치면...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안 먹는다....분명히 말하라고 하고요. 좀 무모한가요?

      아...정말 세상이 왜 ... 억지 강요가 이리 많은지요.
      술먹어라, 춤춰라, 웃어라...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