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신이는
중3 2학기 기말 고사를 11월 10일부터 15일까지 끝내고
턱걸이로 앞 절반에 성적을 겨우 낑겨 넣고 왈...
주요과목으로 따지면 훨씬 더 높은 성적이라고 우겨대며...뻔뻔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를 치룬지 겨우 한달만에 중3만 뚝딱 기말고사를 본 것은
특목고에 진학하는 아이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그리고 요즘 학교 수업은 완전히 '막장'이라는 것이 녀석의 표현입니다.
...
어제는
한시간쯤 늦게 집에 돌아와서
옷에서 풍겨나는 담배냄새로 곤욕을 치루었습니다.
담배를 피웠느냐
아니요
그럼 담배 연기 자욱한 게임방에 갔었느냐
아니요
그럼 어떻게 된 것이냐 설명해 봐라
수업 끝나고 잠시 청소한 후에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갔다 온 것밖에는 없어요. 전 담배 냄새만 맡어도 토가 나오려고 하는 사람이예요.
강한 부정은 긍정의 징후라나 뭐라나 그런 말이 있으므로 계속 추궁했더니
녀석의 이어지는 설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학교 수업은 영화를 보거나 자습을 하거나 혹은 공부와 전혀 관계없는 창의력테스트 등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면 선생님이 안 계시므로
담배 피우는 아이들은 거의 몰려 나가 화장실을 차지하고 담배를 피워 댄다.
토요일 3교시가 바로 그랬고
요즘 날이 추워지면서 환기도 안 되게 문들을 닫아 놓기 때문에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고
볼일 보는 동안^^나도 모르게 몸에도 가방에도 담배 냄새가 밴 것이다."
...
전 여전히 반신 반의 하는데
마침 집에 들어온 딸들이 충신이를 적극 옹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담배 피우는 것 말도 마세요(진실)
자습시간이면 복도 계단이 굴뚝이 된다.(나실)
중1여학생 화장실에도 담배연기가 자욱하다.(원경)
...
요즘 수업이 얼마나 개판인지 충신이의 추가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학기말 고사 끝나고
1주일에 세번 씩 재미없고 소모적인 현장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인사동 문화탐방, 직업체험, 미디어축전 등...
나머지 날들은 영화 자습...그리고 선생님들이 들어와도 출석 부르고 잠간 있다가 그냥 나가버리거나
어떤 선생님은 낮 술까지 하고 들어오시는 경우도 있고...
앞으론 수업도 별로 없고 구기대회를 준비하고 있음...
공부할 분위기가 절대 못됨...
...
전 불행하게도ㅠㅠ
저의 맏아들 충신이의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녀석이 담배를 피웠는지, 아니면 담배 피우는 녀석들과 어울려 놀았는지...알지 못합니다.
녀석의 말대로 공부를 하는지도...모릅니다.
다만
중3의 학교 수업이 파행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과
선생님들이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만 새로울 것도 없는데 머리 속에 가득합니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나 공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대다수의 그들보다 좀 부족한 학생들이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특목고의 진학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그 아이들에게 따로 배려하는 것이 옳지...이렇게 전체 학생들을 희생자로 삼아
중학교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한달여의 수업시간을 엉터리로 끄며 낸다는 것이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작태가 결국은
선생님들 자신의 얼굴을 깎아 먹는 일이 되고
공교육이 전혀 쓸모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게되는 결과를 만들어 온 것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뭐 공부도 딱 중간정도나 하는 녀석의 아비로서...그리 열받을 일도 아니지 않나 하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받습니다!
...
이마트를 다녀오면서 나실이가 끙끙 거리며 충신이를 걱정하는 제게 한마디 하였습니다.
정 의심스러우시면 손가락 냄새를 맡아보시지 그러셨어요?
허허 참...그러게 말이다...그걸 몰랐네...@@
-
그것 참~
답글
사회의 분위기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책임감의 문제도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요?
대강해도 되는 사회....
여긴 매사에 매우 느슨해 보이지만, 맡은 일들에 대해서는 아주 꼼꼼합니다.
선생님들이 맡은 일에 대해 꼼꼼하면, 좀 느려도 잘 가르칠 수 있으련만....
충신이가 점점 개성이 뚜렷해지는군요.... ^^
샬롬~ -
한얼이가 피시방 들락거리면서 담배냄새가 곤욕이었습니다.
답글
그때만해도 피시방에 금연공간이 녹녹치 않은 탓도 있었을 거예요.
요즘은 금연방이 따로 있다고도 하고 다행스럽게도 한빛이는 피시방에
가는 일이 거의 없고 저희집 남자들은 담배와는 친하지 않은 터라서 담배냄새로부터 자유롭더군요.
금연실을 두고도 아이들 보는 앞에서 선생님들께서 담배를 피운다는 모습도 실망스럽더군요.
물론 그럴리야 없겠지만 정 의심스럽다면 입냄새를 맡아보는 게 제일 빠르지 않을까요? ㅎㅎㅎ
시험 끝나고도 그렇고 방학전후로도 그렇고 학교측의 안일함이 화가 날 때가 많은 건 맞습니다.
학년말이 어수선한 상황인 건 학교라든가 교육행정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특목고 합격생의 입학전 과제를 보고 놀란적이 있답니다.
고등학교에 가기 전부터 이미 많은 부분 비교되는 건 사실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요.
뒷바라지?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특목고 꿈도 꾸지 않는 게 어떤 핑계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중요과목에서 더 앞선다는 충신이 말은 긍정적이 부분입니다.
사실 예체능 수행과목으로 성적을 올리는 부분은 장차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닐테니까요.
한빛이의 성적에 늘 걱정이 되는 부분은 깊이있는 공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랍니다.
나실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요?
짧지 않은 방학기간이 아이들에게는 여러 가지로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데
저도 늘 그것이 걱정이고 게으른 엄마로서 자책감을 갖는 부분입니다.-
주방보조2008.12.01 02:13
나실이는 ...어느정도 정신적 공황상태인 것같습니다.
언니보다도 성적이 안 나올 것같은지...풀이 죽어 있고 가끔 신경질도 어울리지 않게 내기도 하고...
성적에 맞추어 보내려 합니다만...하나님께 맡길밖에요^^
이번에 충신이학교의 처사는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입니다. 학기말 고사를 한달반이나 당겨 치뤘으니...말입니다. 특목고 몇 보내느냐가 교장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파행이 너무 길다는 것이죠.
한빛이 정도면 특목고를 보내는 것...목표로 세우고 공부하게 하심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실제로 그랬다 하더러도 그 정도 대충 넘어가셔도 됩니다.
답글
한 때 호기심으로 할 수도 있을터(충신이가 했단 말은 아니고요)
해 본 늠은 완전한 결단을 낼 수 있습니다.
전혀 해보지 않은 늠은
늘....미지의 의구심이 담배연기처럼 모락될테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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