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갈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중학교로 배정되는 줄 알고 있었고...주변에서나 우리집 아이들에게나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도 당연히 중학교 가듯이 가장 집가까운 곳으로 배정되는 줄 알고
"기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뭐 그리 신통스런 기독교인은 아닙니다만
밥먹을 때도 기도하고
조금만 몸이 아파도 '주여 살살 다루어 주옵소서'기도하고
화장실 들어갈 때도...요즘은 현미로 밥을 해 먹기 때문에 그런일이 별로 없는데...볼일이 신통찮을 때는 "힘을 주시옵소서" 기도하는 인간인데^^
맏딸의 고등학교 배정되는 일을 놓고...기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제가 얼마나 가까운 고등학교로 배정되는 것을 당연시 했느냐는 것을입증하는 것입니다.
정말 눈꼽만치도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
그러다가 며칠전
제가 저의 딸이 당연히 들어가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가 저의 인식에 엄청난 착각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학교와 담벼락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꽤 멀리 있는 학교로 배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자기 아파트 같은 줄에 있던 다른 두 여학생은 모두 버스로 네 정거장 이상 떨어져 있는 모 여고로 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면 도대체 차비만 해도 얼마 입니까?
매일 왕복 1100원이 날로 들어가게 되니 말입니다. 일년이면 300일을 다닌다 계산하여 33만원...거기다 늦으면 가끔 택시도 이용해야 할터이니...여유잡아 40만원!
물론 그까짓^^돈이야 그 학교가 눈꼽만치 더 좋다는 소문만 있더라도 별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집에서 멀다...는 것이 주는 위험요소들(고리타분한 아버지의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을 생각하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질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기도도 하지 않고 태평스럽고 여유만만하게 지내오다 배정일 며칠을 앞두고 갑자기 돌변하면...아버지 체면이 말이 아닐터라
짐짓...멀리 떨어지면 좀 더 부지런해지고 좋지 뭐...라며 너스레를 떨며 저 스스로의 마음까지 달래었습니다.
...
지난주 토요일 발표가 있던 날
딸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며 가슴 졸이고 있는데
가슴졸이는 이 늙은 아비의 마음은 모른 채
친구들과 함께 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 나타난 저의 맏딸 ... 가까운 데 '당선'되었다고 웃는 얼굴을 잠간 보여주고는
자기의 친한 친구들이 예의 그 먼 학교에 배정되어 우는 것 달래주느라...늦었노라고...하였습니다.
...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서 뭐라 할 수 없지만
이미 평준화 되어서 그게 그거인 고등학교들을 왜 거주지에 가까운 학교로 배정하지 않는지...참 이상하다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전부 남녀공학으로 만들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갈 때 염려하거나 울거나 할 일없이 가까운 곳 보내듯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갈 때도 그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낭비 돈낭비...그리고 감정낭비 아니겠습니까? 울고 들어간 학교에 대한 애정이 좋아지려면 시간도 좀 걸리겠고 말입니다. 그 부모들의 마음은 또 어떻겠습니까?
무슨 자기선택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든가 하면 전혀 다른 문제겠지만...집가까운 학교 놔두고 '재수없이' 먼 학교로 배정받는다는 일은...참 재미없는 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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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은 재수가 좋아서 가까운 학교 아파트 담벼락을 같이하는 그것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기도하지 않았으니..순전히 재수죠...^^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내년에 둘째딸이 고등학교 배정받을 일 때문에 미리 겁먹고 그런거 아니냐구요?
물론 그런 것 아닙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냥 재수가 좋았던 것도...하나님의 은혜 아니겠습니까?^^
at 2005-02-15 (tue)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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