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낙원추방

주방보조 2005. 3. 21. 16:34
에덴동산이야기가 아닙니다만
따지자면 비슷한 이야기이긴 하지요.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못해서 결국 낙원에서 추방당한 것같이
두딸이 새집에서 아버지 명령을 어기고 계속 게기다가^^추방당한 이야기이니까요.

....

아버지:너희들 아침방송듣고 운동을 해라 . 아파트 한바퀴 돌기라도 해
딸들:예
아버지:잠만 자면 안된다. 게으른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단다.
딸들:예
아버지:고등학교 올라가는 놈이 아직도 만화 그리는데 시간을 쓰면 안된다.
딸들:예
아버지:왜 공부하기로 한 계획은 지키지 않고 자유시간만 반드시 지키느냐. 그럼 안된다.
딸들:예
아버지: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고? 그러지 말아라 12시까지는 자야지
딸들:예

그러나 실제로는
아침에 7시부터 8시까지 EBS라디오를 듣고...11시까지 푹 자고
점심먹고 자유시간은 꼭 지켜야 된다는 확신으로 5시까지 놀고
한두시간 공부한 뒤에 저녁먹고 새벽2시넘게 수다떨며 만화 그리며 행복하게 지냈지요

...

지난 토요일이었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새집의 딸들 방에 들어가 보니 너무 엉망이라서 좀 치워줄 요량으로 이것 저것 살피다가
나실이의 종이가방을 들여다 보았더니...아주 새 만화책이 한권 들어 있었습니다.
진실이의 책상위에는 한자공책의 한칸 한칸에 서로 다른 얼굴들이 빼곡히 들어 차있고 맨 위에는 100캐릭터 완성을 위해!...라는 구호까지 써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단 참았습니다.

수학공부 진척이 어떤가 물었습니다.
1월 17일에 체크해준 것에서 한치도 나아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것이 새집이라는 낙원에서 거의 잠만잤으니...아니 그럴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도 약간의 잔소리만 하고 참았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매월 나오는 가스료 청구서를 보는 순간 ... 더 이상 참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곳 낙원에서는... 식사를 위한 가스를 쓰는 것도 아니고 겨우 물끓아는 것과 샤워하는 것 말고는 모두 난방에 드는 가스비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가스비가 자그만치 11만원이나 나온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상황에 대한 답을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방을 뜨끈뜨끈하게 하고 오직 자고 또 자고 게기고 또 게긴 것입니다.

구두쇠 아버지이지만  이를 앙시물고^^ 그것도 겨우 참았습니다.

...

어제 새벽에
두딸들이 새벽에 하두 피곤해 하길래 충신이에게 물었습니다.
네 누나들은 도대체 몇시에 잔 거니?
예~제가 새벽 두시까지 누나들과 수다떨다 잤는데요 아마 누나들은 더 있다가 잤을 거예요

띵~~~~
야 너희 둘!#$%%^^%%$##@#$$!!!

짐을 모두 집으로 가져올 수는 없고...

두 딸에게 당장 공부할 것만 챙겨서 "낙원을 떠나 헌집으로" 갈 것을 명령했습니다.

누나 열쇠 줘야지..하는 충신이의 요구에 외투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주면서
헌집의 앉은뱅이 밥상에 꾸그리고 공부하던 나실이의 눈가가 잠시 붉어졌습니다.

저도 마음이 언듯 아프고... 

...

며칠간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이 추방상태를 지속할 참입니다.

...

그러나

오랜만에 언니들과 함께 자게된 원경이는 ...신이 났고

낙원추방의 아픔도 잠시인지...나란히 침대에 누워 세자매의 킬킬대고 부스럭대는 소리가 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놈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나님은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박아 ... 그 문제를 해결하셨습니다만...^^
at 2005-01-26 (wed) 06:19

 

 

 

댓글 0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신을 버려야 삽니다.  (0) 2005.03.21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  (0) 2005.03.21
웰빙의 허구  (0) 2005.03.21
널 어떻게 도와줄까?  (0) 2005.03.21
무서운 녀석들...  (0) 200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