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제게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무우 당근 우엉 표고버섯을 사오라고 말입니다.
큰 냄비에 그것들을 썰어 넣고 거기에다 냉동실에 한번 데쳐서 비닐에 싸 보관해 놓은 무우청을 녹여 넣었습니다.
물을 가득 부어 펄펄 끓이더군요.
한참을 끓인 후
식구들을 모두 모아놓고 그 끓은 물을 한컵씩 따라서 마시기를 명령하였습니다.
물론 마눌님 본인은 '얼마나 맛있는데~'하면서 한컵을 드셨고
아무 것도 모르는 막내와 네째는 작은 잔에 한컵씩 엄마의 맛있다는 말과 무서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마셨고
충신이는 마침 그때 자리에 없었고
나실이는 뚝심이 있으므로 한잔 정도 마셔주었고
눈치 빠른 진실이는 한모금 입에 넣었다가 도저히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면서...엄마의 그게 몸에 얼마나 좋은 것인지, 날씬한 사촌언니가 매일 한잔씩 먹고 있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버텼지요.
저요? ㅋㅎㅎㅎ 경처가인 제가 어찌 그 명령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역겨움이 치밀어 올라왔지만 (특히 그 무우청에서 나오는) 진실이를 달래며 같이 한잔 먹었습니다.
마눌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지만...
나머지들은 우거지 상에 골가지가 잔뜩 낄 수밖에요.
그 국물을 아내는 빈 패트병에 정성들여 담아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매일 그 역겨움을 참아내야 할 일이 까마득하였습니다^^
여보...
왜요?
그거 몸에 좋다는 것 어디서 들었어?
큰 언니가 이야기해주었어요. 몸에 좋다고...
무슨 몸?
변비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고 빈혈에도 좋대요.
근대말야...먹기가 힘들어
꿀을 좀 넣으면 좀 나은데 당신은 당뇨때문에 좀 그렇죠?
으그그~ 거기다 꿀까지? ㅋㅎㅎㅎ
웃지 마세요! 비만에도 좋다니까 큰 놈들은 꼭 먹여야 해요.
호랑이 마눌을 닭대가리 남편이 어찌 이기겠습니까?
...
커다란 냄비에 반쯤 국물을 다 빼앗긴 채 덩그러니 남아있는 그 무우 당근 우엉 표고버섯 무우청을 보는 순간 생각키는 것이 있어서 ...퍼허허허 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요리를 시작했지요.
먼저 고추가루를 좀 풀고 매운 고추도 몇 개 넣고 물을 붓고 소금을 털털 털어 넣은 다음 다시다 막대봉투 한봉지를 풀고 ...끓였습니다. 뭐 더 요리를 위한 재주를 부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계란을 하나 넣고...맛을 봤는데 캬~...괜찮았습니다.
여기다 된장 풀고 끓이면 된장국이 되는 것이고...
...
버리자니 아까웠는데 당신은 요리를 만들었네요...호호호
그거 우리 된장찌게 끓여 먹을 때 재료들이잖아 그런데 뭐하러 그렇게 먹기 힘들게 역겨운 물을 만들어서 먹어...
호호호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
아내가 얻어들은 웰빙의 지식이라는 것...덕분에 한참을 야채국을 먹어야 할 판입니다.
at 2005-01-25 (tue)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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