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이가
이번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외사촌형들에게 꽤 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1주일에 한번 가정예배 드릴 때면 꼭 그들의 올 날 평안한 여행을 위해서 기도하였구요,
도착하는 날에도 몇번이나 왔나 확인해 보라는 기대찬 조르기에 어련히 알아서 연락하지 않겠느냐 달래기도 힘들었었거든요.
그러다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실망스러움이 이 좀 떨어지는 녀석의 마음에 쌓여갔나 봅니다.
어제는 "나는 큰 형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를 연발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곧 떠나거든요.
작은 형은 그런대로 피자도 같이 먹고 스케이트장도 같이 가고 했으니 만족스러웠지만...큰 형은 딱 두번 얼굴을 잠간보는 것으로 끝났거든요.
엇그제 송별회로 우리가 대접한 저녁식사에도 빠지고...
그래서
충신이를 불러다 앉혀놓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섭섭해 하지 말아라. 형도 다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친구들이 많다는데 겨우 한달동안 그 친구들 다 만나보는 일이 보통일이었겠느냐..."
...
상대방은 별로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기 혼자 좋아서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못난 아들놈의 꼴이 볼만했습니다만
사실 그런 일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는 일입니다.
...
한번은 다른 사촌형이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전 가족 저녁식사자리에서 식사도 시작하기전에 친구를 만나러 밖에 나가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거의 1년만에 만나는 막내이모의 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섯 동생들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지 않고 아이들 입장에선 떼거지 보듯 피해버린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촌이면 그리 먼 것도 아닌데
우리 아이들이 참 재미없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그러나 가만히 따져보면 이치가 분명하게 보입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이제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시대가 된 것입니다.
...
시험기간이면
당연히 그 어떤 가족모임에도 불참하는 것이 권리입니다.
무슨 짝짓기 데이면...꽃바구니 손에들고 짝짓기 대상을 찾아가느라고
당연히 할머니의 생신이라도 불참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가족중 어른이 뭔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리기라도 하면
뒤에서 자기가 뭔데 내 인생에 끼어들려고해...라는 소리나 듣는 것이 현실입니다.
...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어른들이 그런 그들을 만들어 낸 장본인입니다.
어른들의 생신상은 스스로 조촐하게 해도
아이들의 생일잔치는 온갖 정성을 다하여 모여 축하해주고 선물과 용돈을 한상 가득 올려주던 그 못난 짓이...마침내...
자기만 알고 가족을 모르는 ...기이한 인간상을 만들어 낸 것일 겝니다.
...
어제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느니라'
궁여지책의 하책인줄을 잘 알지만...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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