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안산에 있는 모고등학교 교사되시는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안산의 유명한 모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독교 학교입니다.
공부 꽤 한다는 학생에게도 그 학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약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렵다고...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진지한 아이들 눈빛에 감동하고
수업시간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다고...
얼마나 학생들 개개인의 기도생활을 비롯한 경건 생활이 대단한지 교사들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세계선교의 비젼을 가진 학생들도 그리 많고...
약 두시간 정도 저는 듣기만 하였고
그분이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감탄 또 감탄을 연발하였습니다.
우리집엔 공부를 별로 못하는데다 잠자기 좋아하여 예배시간에도 졸기만하는 고등학교 들어갈 녀석이 하나 있기때문에도 그랬지만
저 개인으로서도 선생님이 펼쳐 놓으시는 그토록 진지하고 신실한 학생들의 자세란 ...부럽기 한량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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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님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지하철을 타고
제가 좋아하는 출입문 기둥자리에 서서...시커먼 밖을 배경으로한 제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갑자기 뱃속에서 쓴 물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남 잘하거나 잘되는 것에 대한 심술이 발동한 탓일 것입니다^^
"그 지역의 기독교 엘리트 학생들이 거기 다 모여 있으면...그들의 모임이 크고 대단하면 할수록 그 근처 다른 고등학교의 비기독교적 분위기는 확장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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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녀석들이 똘똘 뭉쳐 독수리의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이 멋진 일처럼 보이지만
차라리 각각이 닭 대가리가 되어 낮은 곳에 흩어져 존재하는 것만 못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입니다.
세계선교를 꿈꾸며 엘리트학교에서 엘리트적인 자부심과 비젼을 공급받으며 ...
왕따 하나없고 담배피우는 아이 하나 없고 불신자 하나 없는...
모조리, 선생이든 학생이든 신실하고 대단한 기독인들만 있는... 환경에서 펄펄 끓고 있는 것보다
왕따를 막아서주고, 공부 못하는 녀석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믿지않는 친구들에게 기독교인의 참 모습을 비춰주고, 술 담배 땡땡이 욕설 패싸움...의 전면에 서서 그런 것을 견디며 버티고 이겨나가는 일을 하는 ... 외로운 닭대가리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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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니 판검사니 라는 이들이 서로 끼고 도는 일이나
의사들끼리 한껏 우월적 분위기를 만끽하는 일이나
재벌들의 그들만의 모임의 그 화려 장중함이나
이 안산의 모 고등학교의 ...엘리트 기독학생들끼리의 '좋아 죽겠는 것'이 뭐가 다르겠습니까?
...
과연
우리나라는 엘리트집단의 비젼이니 뛰어남이니 하는 것보다는
닭대가리들의 머리를 꼿꼿이 세운 피투성이의 삶이 더 요구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