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진실이의 하루...

주방보조 2005. 1. 7. 02:10

새벽6시면

아래 위 두개의 현관 자물쇠가 털컥 탁칵 열리면서

거실의 불이 켜지고

그 지겨운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야 이놈들아 일어나라!

사람이 하루 네시간만 자면 된다 안카나!

충신아~(요즘 원경이랑 바꿨거든요) 일어나라~

나실아, 진실아 아빠하고 예배드리자~

 

새벽 두시가 되어서야 잠이든 우리 사정을 정말 몰라주는 아부지...

딱 한번만 더 버티자...화나면 무서우니까!

 

...

 

아버지는 책상에 이미 꼿꼿하게 앉아계시고

45도 우측으로 무너진 채 충신이가 그 옆에 앉았고

눈을 감고 턱을 고인 나실이의 처참한 몰골이 가엾기 그지 없어 보입니다.

찬송은 뭘 불렀는지 모르겠고 나실이는 기도할 때 우리 자세가 엉망이라 죄송하다고 한 것같은데...하나님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졸린지...

누가복은 9장을 돌아가며 읽고 아버지가 짧게(이것 하나는 참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기도하시고 고통의 예배시간은 지나갑니다.

 

우리 집을 떠나시면서 아버지는 한마디를 남기시지요.

 

졸지말고 김대균 토익 잘들어라!!!

 

...

 

7시부터 20분간 김대균토익은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듣고

7시20분부터 20분간 이지잉글리쉬는 업드려서 듣고

7시40분부터 20분간 파워잉글리쉬는 비몽사몽간에 듣습니다.

 

그리고 8시부터 한시간 맘놓고 푹 잠을 잡니다. 

아 ~ 이 달고도 단 아침잠이 없다면 얼마나 인생이 힘들까요^^

 

...

 

충신이를 선두로 보내고 나와 나실이가 9시쯤 본가에 가서 아침밥이나 아침빵을 입에 재빨리 우겨 넣고 일본어를 배우러 학교로 갑니다.

구두쇠 아빠가 학교에서 하는 과외활동중 강력 추천하여 배우게 된 것인데  저는 소질이 좀 있는 것같습니다. 재미있게 배우고 있죠^^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즐거운 일본어 공부가 끝나면

우리 집에 가서 또 잠을 좀 잡니다.  잠을 자지 못한다면 그것을 어찌 방학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한시간 반쯤 자고 나면 ...배가 고파지지요.

 

밥먹으러 집에 갈때는 꼭 고려해야 할 것이 있는데요

케이블티비에서 재미있는 드라마를 할때에 맞춰서 가야 한다는 것이죠.

요즘은 12시45분부터 "허준"을 방영하는데...무지무지 재미있어요.

먹을 것이야 진라면 짜파게티같은 것들인데 그거야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드라마를 즐기며 먹는다는 사실이 중요하지요.

 

허준이 끝나면 우리집에 돌아가서 공부하는 척하고 자유시간을 즐기죠^^

누가와서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자유를 만끽하며 충신이와 체스도 한판 두고 나실이와 방에 콕 박혀서 남자애들 품평회도 좀 하고...ㅎㅎㅎ

 

...

 

다섯시쯤 되어서 설겆이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어요. 용돈이 궁하여 자원해서 하고 있는 일이죠. 밥도 하라 하시네요. 설겆이 천원 밥 이백원...

그러더니 교신이 콧물치료하러 정문호 소아과에도 다녀오라시고...천원 ...

오늘은 이천이백원이나 벌었어요^^

 

7시쯤 교신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저는 그냥 티비나 보면서 저녁먹을 때까지 게기려고 했죠.

 

잔소리쟁이 아부지가 가만 계시질 않더군요.

 

" 야, 너 김진실 가서 한시간 공부하고 와!" ...아~ 지겨운 잔소리...

설겆이 하고 밥하고 막내 병원 데려갔다 오고 ... 좀 봐주면 안되나...

 

그래도 무서운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면 나중에 대책이 서질 않으니까...명랑하게 "네"하고 우리집에 갔지요.

 

수학책 펴놓고 낙서만 하고 있던 나실이가 심심한데 잘왔다며 ...놀자네요^^

 

...

 

저녁먹으러 갈 때도 우리는 시간을 잘 맞추어서 가야 한답니다.

 

8시20분 엠비씨에서 하는 '왕꽃선녀"를 봐야 하거든요.

 

어이구 시간 참 잘도 맞춰오네...하는 핀잔을 듣지만 그깟게 무슨 대수인가요? 호호호...볼 건 봐야죠...

 

...

 

9시 뉴스 할 시간이면 우리는 집에 돌아와서 해리포터를 두쪽 정리합니다.

 

이것도 아버지가 추천해 준 것인데

맨날 그러시죠.

 

"제발 해석하면서 단어를 찾아라...단어 찾아놓고 해석하려고 들지말고...그래서야 실력이 늘겠니?"

 

누가 모르나요...귀찮으니까 그렇지.  요즘 엄마가 사주신 전자사전 두드려가면서 처음보는 단어들만 몇개 정리해 놓고 아부지의 눈을 살짝 속이고 말면 하루가 편안하니까...

 

밤 11시가 좀 넘으면 아부지가 우리집에 점검을 나오십니다.

딩동!

누구세요?

아빠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죠^^

 

해리포터 해석해보라 하시고...또 매 순간 잔소리를 늘어 놓으십니다.

 

똑바로 해라, 수학못하면 대학갈 생각을 말라, 정신을 못차린 것같아 보인다. 빨래는 하고 있느냐? 작작 먹어라, 그정도 문장을 해석 못하면 어쩌냐? 딸린다 딸려, 못생겼으면 공부라도 잘해야 하지 않느냐? 나중에 돈벌면 하나님께 십일조 부모님께 십일조 해야 한다...쩜쩜쩜

 

12시가 넘으면 그제서야 아버지는 자기집으로 돌아가십니다.

나실이가 꼭 인사를 하지요.

"아빠 조심해서 가세요. 잘 주무시구요"

아빠는 등 뒤로 무뚝뚝하게 "그래" 한마디를 남기시지요.

 

...

 

작은 방에는 충신이가 이미 뻗어 자고 있고

 

우리방에서는 나실이와 제가 하룻동안 풀지 못한 스트레스를 낄낄거리며 다 풀고...두시쯤 잠을 자게 되는 것이지요. 

 

새벽예배를 기다리며...

 

 

 

 

  • 주방보조2005.01.07 05:15

    이글은 제가 맏딸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적어 본 것입니다.

    이보다는 훨씬 착하리라...생각합니다만^^

    답글
  • Pia2005.01.07 06:15 신고

    이궁...하여튼 집집마다 맏딸은 다 착하고 순하다니까요...

    설사 속으로는 투덜투덜해도 또 시집갈 때가 되면 꼭 자기 아버지랑 똑같은 인간
    델구와서 결혼시켜 주세요 할 것이고... 맏딸의 그 지순한 인생이란....

    (참고로 피아도 맏딸입네당...^^)

    답글
  • sunny2005.01.07 07:12 신고

    으흠
    그래서 호박이 오지랍이 넓었구만....
    아부지가 맏딸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하시는 것도 괜찮겄지만두,
    맏따래미한테다가 직접 와서 하나 치라고 하시라요.
    아빠가 처넣어둔 것 다 읽어보고나서리, 그에 대한 수정 및 답글로 말이야요.
    청랑

    답글
  • 김순옥2005.01.07 07:31 신고

    ㅎㅎㅎ
    아버지께서 생각하신 따님의 일상...
    따님은 더 착하겠지라고 생각하셨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왜 들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아버지의 스파르타식에 가까운 교육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날이 꼭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아주 조금은 긍정적으로 봐 드리고 싶습니다.
    저 참 건방지지요?
    그런데 장난기가 자꾸 발동을 합니다.
    어느날 3일쯤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시면서 그 때의 아이들이 어떨까를
    관망하시는 것이 어떠세요?
    아이들이 자유를 느낄까요?
    아니면 불안을 느끼게 될까요?

    죄송합니다.

    답글
  • 머슴2005.01.07 08:42 신고

    진실이가 큰애이나여..?
    좀체 헷갈려서...전 충신이와 교신이만 뚜~~~~~~~렷하게.....하하..
    남자들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한 현상입니다 님댁에 오면....//

    진실이가 쓴글이죠..?
    넘 잘쓰는데여..
    감칠맛이라나....그런맛을 주고..

    부모님께 십일조를하라...
    저도 세뇌시키고있는데..
    좀처럼 아들눔은 생일 선도 건너뛰고해서 세뇌의 성과를얻을지...
    열심히 해야쥐 그래도....하하//

    이제 무서운 엄마의 소리도 무섭쥐 않은듯하는데..
    우짜노...이를..

    무서운 아빠를 둔 진실이는 좋겠다...흐흐흐///이징

    답글
  • 머슴2005.01.07 08:44 신고

    오잉...
    꼬리글을 안읽었더니..
    님이 쓰셨군여....?
    헤헤//

    답글
  • sunny2005.01.07 08:56 신고

    순옥님은 복합적인 심리를 가지고 계시다고나 할까....
    나중에 기회있으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바구 해 봅시다...
    청랑

    답글
  • 주방보조2005.01.07 14:13

    진실이에게 읽으라하고 물었지요.

    몇퍼센트냐? 95%는 맞지?
    아니요. 90%정도밖에 안되요^^
    10%에 대해 한마디 써볼래?
    싫어요 헤헤...

    ...

    그래도 둘째와 연년생이라서인지... 맏딸컴플렉스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좋아한다는 남자녀석들 관상도 저와는 별개고^^그렇던데요?

    흠...
    한 3일쯤 완전히 풀어 놓으면...만화빌려보고 만화그리고 비디오빌려보고 게기고 건대입구근처에 어슬렁거리며 용돈탕진하고 그러겠지요^^

    근디요...저 정말 무섭지 않은데...믿어주세요 ^^

    답글
  • 김순옥2005.01.07 18:10 신고

    김원필님.
    무섭지 않으시다는 게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그러시다는 것인지
    아니면 저한테 그러시다는 것인지...

    그러니까 제가 또 건방지게 말씀드리면
    따님들에게는 좋은 아버지로
    아드님들에게는 무서운 아버지로 각인되지 않을까요?
    물론 김원필님께서 돌아가신 아버님께 느끼셨던 것처럼
    마음만은 너무나 사랑이 많으시고 따뜻한 분으로 기억되겠지만요.

    저는 가끔 헷갈리는 게 있답니다.
    부모가 일관되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 옳은 지,
    아버지가 엄하면 엄마는 온화한 것이 옳은 지...

    청랑목사님
    저는 별로 복합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단순무식에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르구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들놈 키우면서 여러가지를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쯤요.
    여쭙고 싶은 것은 저를 복합적으로 보시는 것이
    긍정적인가요 부정적인가요?


    답글
  • 주방보조2005.01.07 19:18

    우리식구 모두가 일단 물어보면...안무섭다고 하지요^^

    단서가 붙는데...충신이의 경우 화내시면 무섭다고 하구요.

    그러니까 사나워서 또는 폭력적이라서 무섭다든가 그런 것은 아니고...잘못했을 때 약간 무섭게 행동한다는 정도지요^^

    ...

    아버지는 엄하고 어머니는 자애로운 것이란 공식은 이미 거의 깨져버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전에도 한번 말한적이 있는데..."부부단합공"만이 유일한 부모의 방책이라고 믿습니다.
    부모의 일관성이겠지요?
    적어도 적전분열^^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아내는 아이들 부족한 과목 학원에 보내면 어떻겠는가 생각하지만...저와 먼저 대화하고...좀 더 기다려보자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후 ..아이들에겐 단호하지요.
    많은 학원선생이나 과외선생들이 어머니와만 통화하고 부부사이를 갈라놓지 않습니까?^^

    아이의 의견을 경청하되...결정은 부부가 한마음으로 한다. 이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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