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이의 캐릭터는 솔직담백입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쪽지 시험에서조차 100점을 별로 받아보지 못한 언니들에게 '나는 올해만 10번도 넘는데'라고 한마디 거들고는 ...
신데렐라^^가 되곤 합니다.
두 언니가 약올라 하며 졸지에 못된 언니들로 돌변하기 때문입니다.
"야! 너 지난번에 20점 맞았잖아!
글씨도 이상하게 쓰는 주제에!
왜 자면서 이는 가는데에~"
그러면 겸연쩍게 피식 웃으면서 '그래, 헤헤...미안'하고 말지요.
제가 곁에 있을 때엔 꼭 거드는 말이 있구요.
"원경아...
공부 잘하는 사람에게 '나 공부 좀 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공부 못하는 것들에겐 상처가 되는 거야"
두녀석의 "아빠아~"하는 반쯤 비난섞인 외침이 뒤를 따르구요^^하하
...
며칠전 그러니까 재활용 쓰레기버리는 월요일 아침에
종이들을 수거하다가 아주 심하게 구겨진 종이한장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나이는 좀 들었어도 아직 녕감이 아니므로 호기심이 장난이 아니게 많은 편입니다.
당근...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종이를 펼쳐 보았습니다.
앞뒤로 25문제씩 50문제가 꽉 차있는 한자시험문제지였습니다.
뒷장은 틀린 하늘천자를 맞다고 잘못 채점한 것이 하나있고 ...전멸이고...
앞장은 흰백 아비부 열십 불화 입구...다섯개를 맞았더군요.
높을 고자는 작대기 위로 별이 날아가는 모양을 그려놓았고 손수자에는 짜리몽당한 손가락 다섯개를 그려놓았더군요.
김충신의 한자 시험...
...
50문제를 정답을 달아 정성들여 프린트한 뒤
먼저 토를 다는 것 공부하고 40개 이상 맞으면 스타크 IPX한번 하게 해주겠다...당근을 내밀었습니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스타크하고 싶어 죽겠다는 열망으로 촉촉해진 눈을 해 가지고 시험을 보겠다며 덤벼들었습니다.
오늘은 한번만 기회를 주는 것이니 좀 더 공부하고 오라고 말렸지만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아빠 이거 끝나면 로스트 템플에서 2:2로 붙어요'....신이 났습니다.
25개를 틀렸지요...
...
당근은 소용이 없고...채찍이 등장했습니다.
5개는 봐주겠지만 그 이상 틀리면 문제 하나에 한대씩 손바닥 맞을 것...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서 비딱하게 책상에 앉아서 만화를 보다가 들키면 후다닥 한자 시험지를 보다가 하던 녀석이
교신이를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화장실에서 독서삼매에 빠져 있었거든요. 들으려고 들은 것이 아닌데..다 들렸지요.
"교신아, 내가 이 시험지(25개 틀린) 다 지우고 시험을 혼자 봤거든...네가 증인이라고 아빠한테 말해, 알았지?"
교신이는 제게 와서 소리를 높여 말했습니다.
"아빠 내가 증인인데 형이 시험 다 쳤대"
그러자 이 단순유치한 맏아들놈이 어슬렁 거리면서 뒤따라와서는 제게 화알짝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아빠 제가 혼자 시험을 봤는데요, 교신이가 증인이예요, 1개틀리고 다 맞았어요"
고연놈...아비를 속이려 들다니...유치한 놈...동생을 이용해 먹고...
다시 시험을 쳤지요. 13개를 틀리고...
8대를 매우 아프게 맞고...
...
다음날
원경이에게 그 시험문제를 보여주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라고 하며...
그런데 전날 충신이가 13개 틀린중에 동녘동자가 눈에 띄었나 봅니다. 자기들 다니는 학교가 동자초등학교이니 동자를 틀린 것이 이상했을 법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것을 보고는
우리 솔직담백한 원경이...
여전히 비딱하게 앉아서 한자공부하는 오빠에게 가서...한마디 아니할 수 없었던가 봅니다.
" 오빠는 동녘동자도 몰라?"
갑자기 그 방에서 원경이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터져나오고...원경이 이마엔 혹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 ... 둥근 뿔이 하나 오른쪽에 나 있었습니다.
속이 상한 오라버니가 베개를 원경이에게 집어 던졌고
원경이는 그것을 맞고 쓰러지다가 문 모서리에 이마를 꽝 ...찍었던 것이지요.
오랫만에 충신이 곤장을 다섯대 때리고...
...
토달기를 겨우 통과한 충신에게 한마디 ...
"부디 동생에게 자랑스러운 오라버니가 되거라"
그리고 이마의 뿔에 안티프라민을 듬뿍 발라주면서 원경이에게도 한마디...
"생각하고 ... 말하거라"
-
오랜만에 아이들 글 올리셨습니다.
답글
아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무척 힘들었을텐데
읽는 저희들을 미소가 저절로 나오게 되니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한자 공부를 어려서 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큰놈이나 재수생 조카놈 한자 실력 꽝입니다.
물론 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 시험을 보았겠지만
일시적인 시험공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어지기는 힘듭니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한자공부를 더 하는 것 같습니다.
작은놈도 저학년부터 조금씩 해나갔더니 지금은 제법입니다.
4급시험을 장학생으로 되었다는 글은 제가 썼습니다.
급수시험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고 조금씩 해나간다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매일 조금씩 해가는 것이 실력이 되더군요.
저도 한자를 조금 아는 편에 속하는데 이제는 작은놈과 막상막하입니다.
하루에도 조금씩 계속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생각보다 아이가 참 좋아하게 되고 나중에서 성취감이 따르기도 하구요.
아이들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언제나처럼 아이들과 함께하시는 모습이 글을 읽는 저희들은 즐겁습니다.
아이들 크면 부모 말대로 참 안된다는 것 저는 교훈이 되었지만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관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방학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집안이 꽉 차고 재미난 얘기들도 많으시겠지요?
예쁘게 자기 몫 다할 수 있기를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
주방보조2004.12.16 14:06
김순옥님...
답글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는 한자공부를 매일 아침마다 어린이 신문을 가지고 학교에서 시키는 줄 알고 있습니다. 이놈이^^ 놀기만해서 그랗지요.
어제는 그랬습니다.
초등학교만 나오면 검정고시공부하는 게 어떻겠냐구...
학교에서 친구도 하나 못사귀고 그토록 공부조차 하지 않는다면 ...집에서 공부하라고...
초등5학년동안 피아노 체르니 40번 치고 있다는 거...그래서 찬송가를 마음대로 친다는 것, 그리고 태권도 2품이란 것, 분수도 모르지는 않는다는 거...키가 164라는 것...정도만 남았군요^^
내년엔
원경이를 집으로 소환하고 충신이를 누나들 가 있는 집으로 보내야겠다 생각중입니다. -
오전에 명예교사 결산을 하느라 학교에 갔다가
답글
작은놈과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작은놈"아이고 힘들다.."
엄마 "뭐가 그렇게 힘든데..."
아들놈"엄마는 집에 있으니까 잘 모르지요"
엄마"엄마가 집에서 맨날 놀기만 하냐?"
"너는 네 할 일만 하면 되지만 엄마는 가족 모두를 위해서 하잖냐?"
작은놈"제가 왜 혼자만을 위해서 공부해요?"
"나중에 엄마 맛있는 것이랑 옷도 사주기 위해서잖아요"
엄마 ...쩝.
속으로 한 방 먹었다 싶었습니다.
아이들도 알건 다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작은놈 그 맘 변치않고 나중에 엄마를 위해서 그런 것들 해 주겠지요?
작은놈 불러서 위 시험지의 높을고와 손수를 보여줬습니다.
ㅎㅎㅎ
피아노 태권도는 시간과 돈과 인내가 필요한 것 맞지요?
분수를 아는 것과 키가 크다는 것도 부럽습니다.
아이들 모두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또 멋지지 않습니까?
외모로 봐서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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