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계획한
5시에 일어나지 못하고
한시간 늦은 6시에 모두를 깨웠습니다.
어제 끓여놓은 김치찌게를 한그릇 밥과 함께 먹고 먹이고...
택시를 타고 동서울 터미널에 갔습니다.
새벽에 천둥치고 억수같이 내리던 비는 좀 잠잠해졌지만...동해바다 한번 보고 오자한 계획이 이렇게
날씨마저 도움이 안 되어주나 밤새 혼자 이것저것 꾸리며 갈등하였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
혹 비만 흠뻑 맞고 해변을 어슬렁거리다 돌아오는 일이 있어도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몇년전 경포대에서 놀던 기억을 깡그리 상실한 교신이의 동해바다에 대한 바램을 배반한다는 것은 저처럼 착한 아빠에겐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강릉과 속초는 가봤고
이번엔 남쪽 삼척을 그 목표로 삼았습니다.
동서울터미널이 집에서 가깝고 그 가까운 곳에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고려 공양왕능이 있는 궁촌이란 동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궁촌은 저와 제 아내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노총각시절...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며 알게된 궁촌출신 집사님 자매들이 있었고
그 중 한분이 지금은 제 큰 처형의 대학교 시절 절친한 친구였으며
그 성경공부를 큰 처형과 세째 처형이 함께 하게 되었고
결국...저와 제 아내가 만나게 되었다는...^^
워낙 그 궁촌출신 자매님들이 좋은 분들이었고...궁촌의 바닷가 이야기를, 바다가 참 그리웠던 그 시절 여러번 들었던 탓에 그 바다를 구경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더랬습니다.
마침 인터넷에 그곳이 좋다는 블로거의 글도 있어 ... 부추김도 받았고...
...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7시 20분
7시50분 동해 삼척행 차표를 사고
8시20분에 출발...(손님이 많을 것을 예상해 임시배차했는데 손님이 적어 정시에 출발하는 것이라며...기사분이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충신이와 교신이는 원경이와 나란히 앉아서 갔는데
충신이는 새로 사준 전자사전의 엠피쓰리를 가지고 자기가 다운받은 음악을 듣느라...귀에 이어폰을 끼고 혼자만의 세상 속으로 빠져 버렸고
원경이와 교신이는 둘이 재잘거리며...즐거워 하였습니다.
다행히 티비가 ... 저를 살려 주었으며 ... 11시 넘어서면서인가 박태환의 은메달 따는 경기를 터널에 들어갈 때마다 멈추어 버리는 훼방에도 불구하고 환호하며 지켜볼 수 있었으므로 그래도 다행...^^
...
원경이는 이지캠프라는 3만원정도 주고 산 둥그런 텐트를
충신이는 음료수및 먹을 것이 든 배낭을
교신이는 갈아 입을 옷가지들이 든 배낭을
그리고 저는 몇몇 비상용 식량과 작은 코펠 그리고 사진기니 하는 따위가 든 배낭을 매고
삼척 터미널에 달랑 우리만 내린 것이 11시40분 경...(모두 동해에서 내렸으므로...)
전국적인 호우 예보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야호^^...
택시 기사에게 궁촌까지 얼마냐 물었더니 1만 8천원이라 하였고...2천원을 깍아 주셔서 1만 6천원에
약 30분을 달려 그곳...궁촌 해수욕장에 도착한 것이 12시 조금 넘어섰을 때였습니다.
녹슨 쇠다리를 건너 넓게 펼쳐진 백사장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ㅎㅎㅎ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이지캠프라는 텐트를 3초만에^^ 펼쳐 설치하고, 옷을 갈아입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바다는 ... 좋았습니다.
쇠다리가 녹슬고...그 다리 아래 흐르는 냇물이 좀 깔끔하지 못했으며... 텅빈 해수욕장이라는 원경이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쪄간 감자를 점심으로 먹으며...우리는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킬킬거리며 놀았습니다.
동네 아이들로 보이는 녀석들이 둘씩 셋씩 늘어나서...그런대로 드문 드문 자리를 잡고 놀아 주었으며...얼마나 햇빛이 강한지 뜨거워진 모래 사장을 맨발로 걸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2시간 쯤 놀고 난 뒤...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위해 예비된 마지막 은총의 시간이 끝나는...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텐트 안에 들어가...앉아 빵, 과자, 고기^^, 사과, 음료수...들을 마구 먹어대었습니다.
그리고
1박2일을 하자는 교신이와 원경이의 의견을 ... 지금 내리는 비와 앞으로 내릴 더 큰 비를 이유로...
그리고 2시간이었지만...원없이 실컷 놀았다는 고백을 이유로...기각하고
텅빈 민박집 앞을 지나며 '이런 곳에서 한번 자고 싶다'는 원경이의 툭 던지는 쨉을 무시하고^^
3시 30분 경...잘 접어지지 않아 곤욕을 치루게 하는 이지캠프 텐트를 겨우 기적적으로 말아접어...
궁촌의 바닷가를 떠났습니다.
40분만에 나타난 버스를 타고...5시 5분 삼척 터미널에 도착하여 막차 5시 15분 동서울행 시외버스를 타고 ...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밤 9시 20분 정도...
...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것은 원경이의 고백
실컷 놀았고 재미있었어요. 이것은 교신이.
저 불평 안 했죠? 바다도 좋았구요. 특히 버스에 티비가 있어서 괜찮았어요. 이건 충신이.
자양동 네거리 창신동 해장국 집에서 저와 충신이는 냉면을, 그리고 원경이와 교신이는 뼈 해장국을 먹고 집에 도착한 것이 10시 조금 안 된 시간 ...
그리고
빈집이라 두 집문을 꼭 꼭 잠궈놓은 나실이 때문에...충신이는 결국...불평을 하고 말았다는...ㅎㅎ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 나실이가 야자에서 돌아온 10시 30분...
...
꿈같은 하루였습니다.
2시간을 놀겠다고...8시간을 차를 타고 오간...정신 나간 짓이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