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나실이가 야자를 다 못 채우고 돌아오는 바람에
저의 걷기 운동에 차질이 생겨
마눌을 대동하고 저녁 늦은 시간 한강길을 걸어 잠실대교까지 오랫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일 일본에서 돌아온 후
아내의 이야기는
일본은 참 불편했다에서 시작하여...자식하고 살면 안된다로 끝나곤 하였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입에 전혀 맞지 않고 음식점에서 내놓는 단무지까지...어쩜 그리 자잘한지 반달형으로 굵직하게 썰어 내놓는 우리나라 단무지가 너무 그리웠으며, 화장실의 자동수도조차 졸졸 아기 오줌맹시롬 쪼잔하게 나오고...한달 가까이 되어가니 까마귀 소리는 무뎌졌으나...비싼 교통비, 절대 싸지않은 음식비등이 스트레스였다고...
그리고
진실이와 둘이만 살아보니, 남편의 그늘이 얼마나 든든한 것인지 깨달았다고...말도 안 듣고 조금만 맘에 안 들면 말도 안 하고, 같이 자려고 하면 훽 뿌리치고 돌아 눕고^^ 나쁜 년이었다고.
남쪽에 크게 빛나는 목성?을 바라보며 한강에 접어드니
아내는...정말 이 한강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정말 좋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마눌은 한강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며 특히 바람이라도 좀 불면 너무 싫어했고 걷는 것도 싫어하고 사람 북적이는 것도 싫어하였더랬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강에서 자전거 타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 않는 목록이었지요.
그런데
한달간 헤어져 있다 돌아오니
저를 따라 억지로 나와서 산책했던 이 한강이 그렇게도 그리울 수가 없었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늘어 놓았습니다.
부부란 ...가끔 좀 헤어져 있을 필요가 있나 봅니다.^^
요즘은 잠실대교 북단쪽 수문을 계속 열어놓아 ... 그날도 물이 맑고 물살도 꽤 볼만하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공기도 맑아 강물에 비치는 가로등불도 참 선명하고 강남쪽에 서 있는 건물들의 불빛이나 그림자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잠실대교 아래 강둑에 앉아 우리는 한참 동안 ... 흐르는 강물을 함께 바라보며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 친구들, 식구들, 교인들. 그리고 급기야 정치이야기까지...ㅎㅎ...
...
돌아온 아내
맑은 강
맑은 바람
맑은 불빛
맑은 미소...
갑자기...뜬금없이...말도 안되게...깨달아졌습니다.^^
아하...견우 직녀가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니구나...하고^^
둘 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긴 산보였으나
피곤치 아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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