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아이들 사는 새집은 매일 비명과 비난이 섞여 시끄러워지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꺅~ 누가 싸고 해결을 안 한거야~"
"못하겠어"
"김원경~ 네가 책임져"
"아빠 도와 주세요~~"
지난번 '면담'이란 6월의 글에서 조금 언급한 것을 인용하면 이런 상태였었습니다.
"원경이가 '새집'의 변기를 꽉 막아놓았습니다.
화장지를 거는 플라스틱 원통막대를 변기에 빠뜨리고 꺼내기 싫어서 그냥 물을 내렸다는데
그 이후...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검정고무 모자를 거꾸로 매단 압축기?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겨우 관통기를 가지고 그때 그때 뚫어 사용하였는데...그 관통기마저 더 이상 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살핀 결과 변기를 뜯어 내어 플라스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7만원 정도한다는 그 비용을 절약하고자
망치와 일자 드라이버를 가지고 탕탕 변기 밑바닥의 세멘을 쳐 보았으나... 살살 해선 안 되고
더구나 아랫집의 양해를 얻지 못한 것이 생각나서
또 변기가 부서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밀려와...새로 관통기를 하나 사는 것이 낫겠다...그리고 충신이가 시간이 좀 있을 때 같이 하도록 하자...최종 결론을 내었습니다."
그날 일단 만원주고 동네 철물점에서 관통기를 새로 샀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우람한 몸집들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여자인 것을 내세우는 딸들의 비명소리에
저는 믿을만한 유일한 남자로서 그 역겨운 변기뚫기는 계속되었고
그리고 오른 팔이 탈이나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더 이상 이 괴로운 짓을 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
다시 인터넷을 검색하여 변기의 구조나 설치방법등을 다양하게 검색하여 찾아보았습니다.
변기 통로의 구부러진 모양으로부터 변기와 아파트 정화조로 내려가는 관의 연결상태까지, 그리고 뜯어내는 방법에서 다시 설치하여 백시멘트를 바르는 것까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터넷의 정보들은 그리 자세하지 못했습니다. 원하는 정보를 세세하게 전해주지 못하고 대략적인 것만 보여주거나 간단하게 정리해 놓고 있었습니다.
저는 뺀치, 망치, 드라이버를 일단 준비하고 변기하나 깨 먹겠다는 각오를 하고 ... 변기 앞에 섰습니다.
1.먼저...관통기로 수십번 휘저어 주고
2.낙스를 진하게 풀어 변기 안팍 전체를 깨끗이 닦고...송수관을 잠그고 물통의 물을 다 빼냈습니다.
3.변기를 발로 몇번 차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부분이 있는가 점검하였습니다. 다행히 앞쪽에 아주 약간의 틈새를 보이더군요. 이 아파트가 세워진지 20년이 된 터라 당연히 20년이 된 변기이니 그 정도 틈새는 있을 수 있는 은총이거니 하였습니다.
4.그 틈새에 1자 드리이버 끝을 약간 밀어넣고 세멘을 다른 드라이버와 망치로 때려 보았으나 더 이상 흔들림도 커지지 않았고 틈도 커지지 않았습니다.
5.인터넷에 아래쪽 양편에 세워져 있는 볼록한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하여 놔뒀었는데 혹시나 하여 좀 큰 뺀치로 잡아 뜯어보니 그것은 사기로된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덥개였고 그 아래 변기와 바닥을 연결하여 고정시키는 나사가 조여져 있었습니다. 그러니 흔들리지 않지...
6.이 고정 나사는 오랜 세월 녹도 조금 슬어 있고 처음 작업할 때 세멘도 붙어 있어 잘 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윤활류로 쓰는 기름을 가져와서 뿌리고 살살 망치로 때려가며 하나는 분리해 냈고 다른 하나는 별수없이 완력으로 뽑아내었습니다.
변기는 그것과 동시에 바닥으로부터 분리되었습니다.
이렇게 밤이되고...첫쨋날이 지나갔습니다^^
7.변기를 뒤집어 놓고 나면 저는 당연히 그 물건이 빠져 나올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시경이 없이는 그 구부러진 속을 들여다 볼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계속 샤워기를 틀고 그 속의 플라스틱 원통이 나오길 바랬으나 변기의 끝부분이 아파트의 오물관과 연결되는 지점이 곧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20센티정도 전에 80도 각도로 구부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변기의 구멍은 위로 올라가다 구부러져 아래로 내려가다 마지막엔 옆으로 휘어져 끝나있다는 말이지요.
8.변기를 뒤집었다 눕혔다 관통기를 넣고 휘젓다 하기를 수십번...좀 어두운 화장실에서 제 수리 중인 오른 팔은 점점 더 통증이 심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충신이요? 그 놈은 가까이 오지도 않았습니다. 생긴것과는 달리 럭셔리한 놈이라...크흑...
그렇게 밤이 되고 ... 둘쨋날이 지나갔습니다.
9.못쓰는 옷을 넣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계속 밀어넣으면 지가 나오지 않고 배겨낼 수 있을까 생각하고 버리는 옷가지 몇개를 준비하고 그짓을 하기 바로 전에 그 구멍속에 언뜻 보이는 물체가 있었습니다. 후레쉬를 비추어 보니 그 플라스틱 원통이 변기의 위치에 따라 보였다 말았다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가웠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0.나무젓가락을 테이프로 붙여 그것을 잡고 빼내려 했으나 의외로 그 플라스틱의 두께도 두껍고 강도가 강했습니다.
11.고민끝에 플라스틱이 열에 약하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풍뎅이라는 가스버너를 옆에 갖다 놓고 쇠막대를 달구어 그놈을 찔러대었습니다. 백여번의 찌르기 끝에 놈을 둘로 나누는데 성공했습니다. 가운데 스프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두 동강난 채 변기에서 빠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녀석도 몇달간 그 안에서 고생했겠지만 저도 무척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통쾌했습니다.^^
그렇게 밤이 되고 ...세쨋날이 지나갔습니다.
12.변기를 제자리에 들어 올려 놓고 고정 나사를 다시 조여준다는 것이 예상외로 어려웠습니다. 억지로 돌려 빼낸 것을 다시 끼워 맞추기 위해 그 나사들과 제 손은 기름 범벅이 되어야 했습니다. 겨우 돌려 넣을 수 있게 되었으나 아래쪽이 헐렁하여 움직이므로 그것을 먼저 고정시켜야 했습니다. 나무조각과 세멘 조각들을 이용하여 흔들리지 않게 하고 겨우 변기를 바닥에 고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13.이때부터 수동으로 물을 붓고 변기를 사용하게 해 주었습니다. 콰콰콰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얼마나 뿌듯한지^^
그렇게 밤이 되고 ...네쨋날이 지나갔습니다.
13.변기에 물을 공급하는 관의 고무패킹이 망가져 그것을 사러 돌아다녀봤으나 고무 패킹만 파는 것은 없었고 4천원짜리 관을 통째로 사야 한다 하여서 ... 사지않고 공구함에 돌아다니는 고무패킹을 칼로 깍아 맞추어 넣었습니다. 이 작업도 거의 두시간은 족히 걸렸습니다. 왜냐하면 설치하고 물이 새면 다시하기를 십수번 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밤이 되고...다섯째 날이 지나갔습니다.
14.봉지에 든 백시멘트를 물 조금 붓고 플라스틱 통에 버무려 변기 둘레에 바르고 나무주걱과 손가락으로 그것을 깨끗하게 정리한 것은 여섯째 날인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
덕분에 7만원을 벌었고 ...변기에 대한 모든 것을 통달했으니 ...행복하겠다구요? ㅎㅎ
누구 변기에 플라스틱을 빠트려 막히는 일이 있거들랑...그깟 7만원 얼른 주고 수리하는 분을 부르십시오^^
일주일 동안 ...소중한 저녁시간들이 다 날라가고...힘은 힘대로 들고...제 경우 오른 팔은 물리치료 받은 것 다 허사가 되고 ... 마눌이나 아이들 모두 저를 피하고^^ㅎㅎ
음...
그래도 새집의 변기 앞에 서면...뿌듯함은 남더이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