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났어요.
낯선 땅에 있으려니 우리 나라, 우리 나라 사람들, 우리 가족,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어요.
오늘은 게이오대학병원까지 갔다 왔어요. 전철역에도 게이오병원으로 나가는 출구가 표시되어 있어서 편했어요.
병원 안에 들어서니 오래 되었다는 느낌과 약 냄새, 별로 산뜻하지 못하고 희미한 조명 등 우리 병원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병원이란 자체가 가기 싫은 곳인데 삼성이나 아산같이 산뜻하게 꾸몄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 같은 느낌들...
발표할 때는 사진 찍어서 발표하는 것이 거의 다인데 사진 찍을 곳도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곳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확실히 전철에서 보던 사람들보다는 지적으로 보였어요.
진실이가 신주쿠에서 대형매장이 돈키호테라는 곳이 있다면서 찾다가 못찾고...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해도 물어보지도 않고...
마침 신주쿠역에 있는 백화점이 sale이라고 써있기에 들어가 보았더니 우리 나라 롯데백화점이 훨씬 화려하고. 옛날 미도파만도 못하더라구요. 부장님, 과장님 드릴 선물을 보려고 브로치를 보았는데 맘에 드는 것이 없어서 그냥 나오고, 진실이는 배고프다고 해서 집으로 가기로 하고 오는데 집으로 오는 오다큐선을 타는데 또 한참을 맞나 망설이기에 열차 탄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해도
고집스럽게 눈만 굴리고 있고 하도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서 정차 중인 열차의 승무원에게 물어보라고 억지로 밀었더니 금새 우메가오카 간다고 대답해 주더군요.
진실이에게 너 도대체 왜 물어 보는 것을 싫어하느냐, 그 말을 모르냐 물어도 아니라고 하고 그러면 왜 안물어 보려고 하느냐 대답을 해봐라 해도 대답도 안하고 해서 정말 마음이 힘들었어요.
저도 물어 보는 것이 스트레스인가 봐요.
우메가오카역에서 내려 어제 장 보았던 곳에서 장을 보고 토마토 4개에 2800원 하는 것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주고(진실이가 먹고 싶은 것도 안사주었다 할까봐^^
둘이 하도 배고파서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자마자 까먹으며 집까지 오는데 오백미터는 되는 길을 걸어 가려니 별로 무겁지 않았던 짐도 스트레스가 많이 되더라구요.
그 동안 당신이 무거운 것 다 들어주고 시장도 거의 안보고 살았는데 날마다 일용할 앙식을 위해서 걱정하며 살려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감사하지 못하고 살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는 일반 냄비에 밥을 처음으로 지어서 약간 뜸이 덜 든 밥을 먹었는데 오늘은 쌀을 미리 담가서 불리고 �있게 밥을 지어 먹었어요.
오늘 아침에는 일본 된장에다가 싸게 파는 1000원에 한봉지 하는 버섯과 연두부 한모만 넣고 끓인 된장국을 끓여 먹었는데 오늘은 5000원 짜리 국물용 멸치도 사고 조개도 샀으니 내일은 좀 더 �있는 된장국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늘이 한통에 2000원이 넘는 살인적인 가격이고 호박은 진한색 맛없는 우리나라에서 보던 크기의 1/4밖에 안되는 것이 그것도 오늘의 특가라고 1개에 1000원이라고 하는데 정말 너무 아까와서 못사겠더라구요. 생선은 아지 한마리에 6-7000원, 신경 안쓰려고 해도 너무 비싸서 한국에 가서 실컷 먹지 하면서 참았어요.
김도 기름도 바르지 않고 구운 김인데 10장 정도에 7000원이 넘고.
병원에서 왜 체류비를 많이 주었는지 십분 이해가 가요.
사람들이 왜 일본이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들리는 일본 말들도 정서적으로 여전히 거부감이 들고...
워낙 부정적인 사람이라 그렀겠지만 일본은 싫어요.
그래도 하나님이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잠깐의 영혼의 휴식을 맛봤어요.
그래도 걷는 길은 멀어도 동네는 꽤 마음에 들어요.
집들이 정원을 잘 꾸며 놓은 집들도 많고 어릴 적 화곡동에서 살던 것 같은 분위기에요.
여기서도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도록 기도해 주세요.
건강 조심하시고 단 것 너무 많이 드시지 말고 저혈당도 주의하시고.
제가 당신 많이 사랑하고 보고 싶어한다는 것 생각하고 위로 받으세요.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는 교신이보다 당신 생각이 많이 나네요.
테레비 보다가 틀어 놓고 전자파 있는 곳에서 주무시지 말고 제대로 편안하게 주무세요. 너무 더우면 새집에서 주무시고.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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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2008.07.31 17:20
사랑하는 당신...
당신이 없으니
내가 너무 외롭다는 것을 확인중이라오.
그곳에선 진실이가 속을 썩히고
이곳에선 충신이가 그렇다오.
오늘은 아침 9시에 일어나서 10시에 새집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났고 11시가 되지 않아
전자사전으로 게임을 하다가 들켰소. 토요일 주일...게속되는 녀석의 삑사리들에 열받아 있었고
게다가...
나를 세상에서 제일 잘 통제하는 당신도 없는 데 내가 어찌 혈기를 부리지 않을 수 있었겠소.
마침 옆에 있던 망치로 전자사전을 두둘겨 박살을 내버리고 말았소.
내참...홀애비들이 왜 사나운지를 알았다오.
게다가 새집 탁자까지 덤으로 깨져서 큰일이오.
녀석은 그곳에 일기가 수백개 저장되어 있다면서...왜 부수셔야만 하냐고 하면서...허리를 꺽고 통곡하고 쾅쾅 치고
난리가 아니었다오.
나도 참 모질진 못해서...저녁 늦은 시간에 충신이와 화해를 하였소.
부순 전자사전은 변상하고, 잃어버린 일기는 일기장 하나 사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녀석은 내일부터 변화된 생활을 하도록...하는 것으로 서로 협상을 하고
눈물어린 호소와 호소와 호소끝에 ... 함께 기도하고 ...함께 허그하고...웃으며 내일을 기약하는 화해를 하였소.
박수를 좀 쳐주오...^^
...
당신이 그곳에서 나를 생각하고 그리워 한다니 하는 말인데...나도 그렇소. 너무 허전하여 없는 잠이 더 오질 않아 큰일이오.
잠만 많이 자는 당신이었지만^^...당신의 비중이 산더미처럼 느껴지고 있는 중이라오.
진실이는 /자기맘대로 안되는 일이 있으면/ 입을 다물고 눈만굴리고 고집을 피우는 거으로 알고 있오.
아마 아이스크림 먹으면서는 재잘거렸을 것 같은데...안 그랬소?
...
게이오병원은 그러니까...10년전 서울대병원정도의 분위기인가 보오.
나는 당신이 잘 감당하고도 남을 것이라 믿고 있고...벌써 1/10이나 시간이 지나간 것에 대하여 기뻐하고 있다오^^
매일 당신과 진실이를 위하여 기도하며 다닌다오.
염려는 붙들어 매고...즐겁고 기쁘게 하루를 지내시오.
...
나는 그대를 믿고, 그대를 바라고, 그대를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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