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전자사전 망치로 부수기...

주방보조 2008. 7. 30. 13:38

지난 번

가족회의 결과

4시간 공부하면 1시간은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결론을 내린 바도 있고

방학하면서 비록 기말고사 성적이 기준에 1점 모자랐지만 ...아쉬우므로 긍휼을 베풀어

오전에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공부하면 점심먹고 3시까지는 자유를 주겠다 선언했습니다.

 

아들은 그 세시간 가까운(점심은 10분만에 먹어 치우고)자유를 거의 컴퓨터에 매달려 보내었고

물론 더 모른척 1시간쯤 붙어 있는 것은 긍휼 위에 긍휼을 베풀어 모른 척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방학이 되고 하루 하루 날짜가 가면서

이 녀석의 나태는 그 도를 하루 20%씩 증가시켜 나갔습니다.

7시20분에 일어나던 녀석이...급기야 9시가 넘어야 그것도 겨우 깨워야 일어나는 형편에 이르렀습니 다.

 

지난 주 토요일

엄마와 큰 누나가 난생처음...일본으로 향할 때에도 늦잠을 자느라 인사도 변변히 하지 않은 채 건들거려 제 눈을 찌푸리게 만들더니

주일 아침에는 9시30분이 되어서야 비실비실 일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교회 갔다가...컴퓨터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저녁을 먹고...'아무것도 하지 않고' 교신이와 시시덕 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9시쯤 일본에서 온 전화를 받는 소리에 겨우 잠을 깬 충신은

10시가 다 되어 새집으로 공부하러 왔고

1시간도 되지 않아 전자사전으로 게임을 하다가 ...교신이에게 들켰고 제가 그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충신이가 이 세번째 전자사전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 지 잘 압니다.

항상 그것에다 설교도 받아 적고 뭘하는 지 몰라도 책상에 앉아 있을 때면 그 자판 두드리기를 참 열심히도 하였었습니다.

 

...

 

마눌이 없으니 그런지...왠지 신경이 평소보다 더 날카로웠습니다.

과부는 홀로 오래 살아도...홀애비는 홀로 살면 일찍 가신다더니...다 이런 이유때문인가 봅니다.

 

방학하면서...긍휼에 긍휼을 더하고 인내에 인내를 더 했으나...겨우 일주일만에 공부는 한시간에 컴퓨터는 4시간이 되었고 게다가 이젠 공부하는 척  하며 전자사전으로 게임이나 하고 앉았다니...

 

갑자기 혈기가 제 머리속을 하얗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전자사전 이리 가져와라."

그리고는

망치로

전자사전을 사정없이 펑펑펑 때려 부숴 버렸습니다.

 

...

 

녀석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너무 기가 막힌 듯

1초간 멍하고 있다가

'아악~~~'하고 부르짖으며

허리를 꺽고 엉엉 통곡하며 제게 울부짖었습니다.

 

이건 아빠가 제게 선물해 주신 거 잖아요...왜 왜 때려 부수세요?

여기엔 설교노트가 다 들어 있단 말예요.

그리고 200개가 넘는 일기가 기록되어 있고...그건 제 추억인데 ...왜 부수세요.

그냥 압수만 하시면 되잖아요.

어쩌면 이럴수가 있어요.

 

녀석은 쓰러진 채 ... 울며 쥐어짜듯이 제게 따져 대었습니다.

 

저도 잠시 혈기를 참지 못해...망치로  십수만원짜리 전자사전을 부수고...게다가 녀석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것들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며...사랑하는 아들에게 너무 지나친 상처를 주었다는 자괴감이 밀려와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쓰러져 울부짖는 녀석을 향해서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의 아버지로서 ...내 아들을 망치는 것은 그 무엇이든 부숴버릴 책임이 있다. 컴퓨터가 너를 망치면 컴퓨터를 부숴 버릴 것이다.  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내 아들의 장래와는 바꿀 수 없으므로 그 무엇이든 다 부숴버릴 것이다'

 

...

 

녀석은 먹지도...않고 계속 신음하며 흐느끼다가...도시락배달 봉사를 다녀와서...다시 먹지도 않고 신음하며 흐느끼기를 게속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 제 마음도 아파왔고

 

결국

밤이 되어서 녀석을 불러 ... 사과를 하였습니다.

 

아빠가 지나쳤다.

전자사전은 새로 사주마.

그리고 잃어버린 일기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 그것은 새로 복구시킬 수 없으니 앞으론 전자사전에 일기를 쓰지말고 일기장에 쓰도록 해라. 내가 좋은 일기장 사과하는 의미로 하나 사주마.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나는 다른 식으로 행동할 자신이 없다.

게으름으로 인생을 망치는 너의 미래를 참아 낼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충신이도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끙끙앓아 낸 힘없는 목소리로 제게 대답했습니다.

 

저도 잘못했어요. 앞으론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아빠와 화해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게으름만 피워서 죄송해요.

 

...

 

우리는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아들의 얼굴은 점점 편안해져 갔으며...저도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손을 잡고 제가 먼저 아들이 나중에...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죄송하고 잘하겠다는 각오를...아뢰었습니다.

 

...

 

까짓것...전자사전 하나 부숴진 것이

어찌 '아들의 정신차리기'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정말 정신을 바로 차려만 준다면 매일 하나씩이라도 부수겠습니다.

 

...

 

전 속으로 하나 더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노트북을 부수지 않고 전자사전을 부수게 해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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