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가족회의 결과...

주방보조 2008. 7. 17. 17:51

수요일

약속했던 대로 수요예배 후 가족이 모두 모였습니다.

마눌님은 예상대로 피곤한 몸을 그냥 길게 우리들 곁에 뉘우셨고^^

아이들과 저

5;1로 맞짱을 떠야하는 현실에 부닥쳐야만 했습니다.

 

모인 자리에서 녀석들 한껏 ...기억이 안난다는 둥 다 해결된 것으로 생각한다는 둥 변죽을 울려대며 저와의 일합을 겨루길 꺼려하는 눈치를 드러내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이 험한 세상에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다섯을 직접 길러낸 역전의 용사 아닙니까?

 

잔소리 말고 돌아가며 계속 생각나는 대로 말해봐...

진실 ... 통과, 나실... 통과...충신...원경...교신...

세번쯤 지명하고 뜸들이고 통과시키고를 반복하자...

나실이는 끝끝내...자기는 엄마와의 오해가 풀렸기 때문에 할말이 없다고 입을 다물어 버렸고

나머지들은 슬슬 그러나 별로 핵심적이지도 못한 불만들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시험성적 좋아지면 상금을 줬으면 좋겠다, 물론 떨어지면 용돈 까고...

         어학원에 한번 다니고 싶다.

 

나실...쩜쩜쩜...

 

충신...다른 집과 비교해서 우리집은 규제가 너무 많다.

         -다른 집은 하루에 한 두시간 피시방 가는 것 다 허락한다. 그것도 공식적으로 그렇다.

         -시험 끝난 날도 노는 것 시간이 짧다. 5시간이 뭐냐

         -엠피쓰리, 피에스피 같은 것, 핸드폰 같은 것 허락하지 않는 집이 어디 있는가?

         피아노도 마음껏 치고 싶다.

         반팔옷 더 사달라.

         컴퓨터를 신제품으로 바꿔달라. 윈도98쓰는 집은 우리집 뿐이다.

         온라인 게임 베틀넷을 하게 해 달라.

         공부하라는 소리 듣기 싫다. 

 

원경...보드카페나 노래방에 보내달라.

         방과후 학교 가고 싶다.

         가족끼리 놀러 가고 싶다.

         씨디를 듣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

         매직파마를 하고 싶다.

         학원에도 다녀보고 싶다.

         태권도 다니고 싶다.

 

교신...놀 시간을 더 달라.

         자기를 원숭이 같다느니 하며 놀리지 말아달라.

 

...

 

주로 중학생 녀석들이 불만이 많은 것으로 접수되었습니다.

 

먼저 충신이의 오류부터 수정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새끼를 하루 한 두 시간씩 공식적으로 피씨방 보내는가? 충신이는 그런 부모가 있으면 데리고 와라. 그러면 나도 허락해 주겠다. 부모를 속이고 피씨방에 '매일' 들락거리는 녀석들은 있어도  미치지 않은 한 중3부모 누가 그러겠느냐?

저의 이 말에 진실 나실 원경이가 동의를 해 주었고 ... 약간씩 기가 살아가던 충신이 몇몇 예를 들다가...공식적으로 허락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자각하고...아빠 말씀이 맞다고 수긍하였습니다.

 

그리고 요구 사항들에 대한 결론을 하나 하나 녀석들의 동의를 구하며 함께 내렸습니다.

 

1.시험성적을 돈으로 평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진실이는 대학생이니 스스로 알아서 어학원에 다니고 싶으면 다녀라. 비용은 대주겠다. 그러나 공부란 학원이 해 주는 것이 아니란 사실만은 명심하여라.

3.나실이는 앞으로 오해로 엉엉울며 덤비는 일이 없도록 좀 더 신중하기를 바란다.

4.충신이에 대하여는 시험 끝난 날에 한해 피씨방도 하락해 주고 해지기 전까지 노는 것도 허락해 주겠다.그러나 해지기 전까진 집에 돌아와야 한다.

5.하루 일과 중 식사 운동등을 제외하고 예를들어 5시간이 남는다면 4시간 열심히 공부해라 그러면 나머지 1시간동안 얼마든지 피아노를 치든 씨디를 듣든 그림을 그리든 자유롭게 해라.

6.보드카페나 노래방은 보호자와 같이 간다면 허락해 주겠다. 진실이 나실이도 보호자로 쳐 주겠다.

7.방과후 학교는 가고 싶은 것을 막은 적이 없다. 원경이는 1학년이라 좀 놀라고 그랬던 것이니...오해 말고 앞으로 얼마든지 신청해라.

8.가족끼리 놀러 가는 것과 태권도 도장이나 보습학원에 다니는 것은 우리집 경제 형편상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사교육금지는 우리집의 교육원칙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교신이는 유치원을 다니지 않은 대신 태권도3품까지 허락한 것이다.

9.컴퓨터는 차차 개선될 것이다. 노트북 두개는 윈도xp잖느냐. 그리고 엠피쓰리등이나 온라인게임은 허락할 수 없다.

10.공부하라는 말 듣고 싶지 않으면 공부를 알아서 열심히 해라. 나실이에게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아도 공부하란 소리 하는 것 들어봤느냐? 나는 공부 안 하는 놈에겐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비의 도리라고 믿는다.

11.교신이는 얼마나 더 놀게 해 주어야 하느냐? 학교방과후 1시간 놀고 태권도 끝나고 1시간 더 놀고 집에오면 티비 앞에서 놀고...안 된다.

12.교신이를 앞으로 놀려대는 녀석은 반드시 응징을 해 주겠다. 교신이도 누가 놀린다고 징징대지 말도록 하고.

 

...

 

물론 대부분 금지였지만 약간의 당근을 물려준 것도 있어서인지...분위기는 좋게 끝이 났습니다. 물론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는 것부터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이되겠습니다만...

특히 충신이는 시험 끝난 날이면 하루종일 피씨게임방도 마음껏 들락거릴 수 있게 된 것이 기쁜지 약간 고무된 표정이었구요^^...ㅎㅎ 

 

저는 속으로...한 주먹꺼리도 안 되는 놈들...ㄲㄲㄲ...하였지요^^

 

그리곤

우리들의 옆에서 처음부터 길게 누워 주무시고 계신 마눌님을 깨웠습니다.

 

"회의가 다 잘 끝났소"

"어 그래요?"

"앞으론 속상할 일 별로 없을 것이오"

"수고 하셨어요"

 

흐흐...5:1의 맞짱도...이렇게 믿어주는 마눌님이 있는 한 어려울 것이 없다는 비밀을...누구에게라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부부단합공'의 위력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