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
다섯 아이들이 모두 울게 된 사연이 있었습니다.
발단은 충신이었습니다.
녀석이 몇번 거짓말을 시리즈로 해 대었고 거기 진실이와 원경이가 관계되어 있었습니다.
한번은 진실이 알바가는 것을 원경이와 제게 속여 말하였고 또 한번은 늦게까지 밖에 나가 오락실에서 놀다 들어와 놓고는 마치 금방 들어온듯 둘러 대었는데 거기 진실이와 원경이가 함께 했었던 것입니다.
원경이는 그 벌로 '순대국'이 날라갔고 충신이는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한대 철썩 제게 맞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몇번의 사소한 불평과 능글맞은 자세, 이어지는 어리석은 행동들이 저와 아내의 심기를 건드려 대었었습니다. 게다가 교신이가 우리에게 은밀하게 녀석들의 몇가지 감추어졌던 여죄를 폭로하였더랬습니다.
주일 아침...일어나자마자 집에서 피아노만 두들겨 대고 토요일의 게으름과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우리집 넘버원께서 녀석에게
"너 그리 공부하기도 싫고 놀고만 싶으면 이번 방학동안 어디가서 노동이라도 해 돈이나 벌어와라" 칼같이 말씀 하셨고
보기보다는 여려빠진 이녀석...방문을 닫고 큰 누나 방에 들어가 소파에 엎디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엄마의 서슬에 서러움이 북받쳤던 모양입니다. 아버지야 항상 그런 분이려니 하였지만 엄마까지 자기에게 칼같은 말씀을 하시니 말입니다.
이때...우리집 군기반장인 나실이가 녀석에게 들어가 달래다가
나와서는 갑자기 목청을 돋우고 엉엉 울며 충신이의 편을 들어 우리 특히 칼같은 말 한마디를 던진 엄마를 성토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말씀이 지나치시잖아요? 충신이는 잘못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씀 하시면 어떻게 해요. 충신이가 얼마나 서럽게 울고 있는지 아세요? 엉엉..."
저야 언제나 평화주의자이므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 했으나
절대로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당장 털어버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얌전한 다혈질"?...의 아내 ...
'너! 울긴 왜 우는거야! 제대로 알고 울어!'...로 시작되는 강력한 포스의 반격을 퍼부어 대었습니다.
가정의 평화가 깨어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에 저같은 평화주의자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저 스스로 찬탄을 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목소리에 힘을 주고 눈빛을 번득이며 좌중을 압도한 채 말했습니다.
"모두 그만~~~"
"나는 이번 일에 대하여 전적으로 너희 엄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충신이가 보여주는 게으름과 여러 작태들은 분명 개조가 필요하고, 할 수만 있다면 엄마 말씀대로 노동현장에 보내서 돈이나 벌게 하고 싶다. 그게 저 녀석을 위해 더 나은 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엄마와 내가 화가 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자...지금부터...
너희들도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라."
아내는 먼저 꼼꼼한 성격만큼 말했고...교신이의 고발사항을 덧붙여 더 말하려고 했으며
진실이는 맏이로써 이런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서인지 울었고
나실이는 엉엉울고난 여운으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으며
충신이는 번들번들 눈물이 흐른 얼굴을 우리에게서 돌려 다른 곳을 보며 비스듬히 구부려 앉아 있었고
원경이는 지난번 '눈물의 짜파게티'때 약속받은 순대국을 못 먹게 된 슬픔에 울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으며
교신이는 자기가 밀고한 것이 드러났기때문에 '누나들과 형이 자기를 따돌릴까봐 걱정이 되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뿔이난 아내는 계속 말하려 했고 아이들은 우느라 말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평화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평화로 가기 위해선 ...일단 서로의 감정이 좀 수그러 들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
"수요일 예배 후에 정식으로 가족회의를 하자. 사흘간 각자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회의에 임해 주기 바란다. 엄마와 아빠의 생각은 정확하게 같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리고 누가 만약 교신이의 밀고에 대하여 그 어떤 말과 행동으로 따돌리는 짓을 한다면 그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동생이 이런 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든 것을 부끄러워 해야 마땅하다. 이상!"
'전 더 할말이 있는데요'...라는 마눌님의 뾰루퉁한 도전을 ... '사흘 후에 제대로 합시다'라는 말로 달래고...
긴급 가족회의를 ...'하나님께 평화를 비는 기도'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평화...
저녁을 먹을 때 우리 모두는...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시끌복작 하였습니다.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회의 결과... (0) | 2008.07.17 |
---|---|
촛불시위에 대한 충신의 글... (0) | 2008.07.14 |
아버지의 마음과 딸의 알바... (0) | 2008.07.04 |
아씨오~진실지갑!!! (0) | 2008.06.16 |
탄천을 달려 용인에 다녀오다. (0) | 2008.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