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아씨오~진실지갑!!!

주방보조 2008. 6. 16. 12:01

지난 주 목요일

아침부터 진실이는 광진 도서관에 가서 시험공부를 하였습니다.

학기말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날 오후 4시엔 치과를 가야하기 때문에...

 

오후5시경...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어린이 대공원 앞에서 횡단보도를 빨리 뛰어 가는 도중 떨어진 것같은데...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제 속엔 잔소리 항아리가 하나 큰 것이 들어 있나 봅니다.

너 어쩌면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렇게 덜렁거리느냐?

그 작은 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더라

어떻게 핸드폰은 안 잃어버렸냐?

그렇게 띨띨하게 살면 험한 세상 네 인생은 안 잃어버리겠느냐?

이게 도대체 몇번이냐?

등등...

 

전화를 끊고 거기서 가장 가까운 구의2파출소에 문의를 하고...신고받은 것이 없으나 연락처를 주시면 통보해 드리겠다는 친절한 답변을 듣고 ...

 

...

 

다음날

금요일

아침 일찍 진실이는 학교로 가고

우리 집엔 그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김진실 학생 집이죠. 여긴 학굔데요, 학생한테 전화가 안되서요. (무슨 사고라도 쳤나...가슴이 덜컥...) 종암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학생 지갑을 찾으러 오라고...'

 

찾아가는 길을 경찰은 자동차로 설명을 해 주셨지만 

자동차가 없는^^저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서울 시내는 어디든 자전거로 간다...는 평소의 지론대로.

살곶이를 지나 청계천 고산자교를 지나 경동시장을 지나 고려대학교를 지나 종암경찰서로 달려 갔습니다.

입구 맞은편 허름하기 짝이 없는 2층 건물(도대체 세금을 걷어서 어디다 다 쓴 것인지...이렇게 허접한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다니...경찰들이 참 안 되어 보였다는...) 2층에 올라가 생활질서계에 가서 진실의 지갑을 돌려 받았습니다. 돈 한푼 없어지지 않고...고대로...

 

지저분한, 반바지에 면티차림이었으니...예쁘고 단단해 보이는 담당 여순경께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살짝 지어 보였지요^^ 

 

...

 

학교에서 돌아온  

충신이와 교신이에게 누나의 지갑을 찾았다고 하니

녀석들이 궁금한지...어떻게 찾았느냐 묻더군요.

 

'아씨오~진실지갑!!!' 했더니 기가 확 느껴지는거야...해리포터처럼 마술지팡이도 없는데 말야...그러더니 내 손에 진실이 지갑이 척 잡혀 있는거여. 라고 대답했지요.

 

충신이란 놈은 그럴리가...하면서

한번 다른 것을 '아씨오~'해보세요... 하며 저를 향해 시비를 걸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때 우리 막내 교신이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곤...제게 찡끗...

냉장고 옆에 서 있는 교신이를 향해

저는 "아씨오 교신!!!"을 외치고... 교신이는 두  팔을 벌린 저를 향해 달려들고...

 

충신이는 물먹은 표정으로 ...픽픽거리고^^크하하하^^

 

...

 

찾아준 분이 정말 고맙고(어쩌다 대공원 앞에서 주운 것을 종암경찰서에 맡기셨는지 모르지만...)

학교에 까지 전화하여 연락해준 우리 경찰이 참 고맙고

 

해피엔딩^^

 

그러나

진실에게 지갑을 전달해 줄 때는 ...마지막 남은 잔소리 항아리를 탈탈 털어 내었습니다.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