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이가 '새집'의 변기를 꽉 막아놓았습니다.
화장지를 거는 플라스틱 원통막대를 변기에 빠뜨리고 꺼내기 싫어서 그냥 물을 내렸다는데
그 이후...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검정고무 모자를 거꾸로 매단 압축기?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겨우 관통기를 가지고 그때 그때 뚫어 사용하였는데...그 관통기마저 더 이상 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살핀 결과 변기를 뜯어 내어 플라스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7만원 정도한다는 그 비용을 절약하고자
망치와 일자 드라이버를 가지고 탕탕 변기 밑바닥의 세멘을 쳐 보았으나... 살살 해선 안 되고
더구나 아랫집의 양해를 얻지 못한 것이 생각나서
또 변기가 부서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밀려와...새로 관통기를 하나 사는 것이 낫겠다...그리고 충신이가 시간이 좀 있을 때 같이 하도록 하자...최종 결론을 내었습니다.
집에 가서 관통기를 살 돈을 준비하여 막 현관을 떠나려 하는데
마눌...조심스럽게 충신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학부모 학교호출을 하셨다는 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
얼마전
충신이가 학교 컴퓨터로 친북 사이트를 들락거리다 걸려...담임선생님이 전화를 걸라고 하셨다 하여...통화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학교로 호출이 된 것입니다.
현관에 서서...충신에게 무슨 일 때문인가 불러 물었습니다.
"저는 교실 컴퓨터로 이메일 몇번 확인했을 뿐인데요, 다른 두명은 게임을 하였고요. 저하고 그 두 아이하고 선생님이 부모님 모시고 오시라 했어요. 여자 아이들은 집단으로 이것 저것 건드려도 집단이니까 뭐라 말이 없고 우리만 억울합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녀석의 자기 변명만을 듣고 있으려니...
아무래도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목소리가 으르렁거리는 투로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마눌은 자꾸 곁에서 녀석의 편을 들어주려 하고...엄마들이란 참...
...
기사식당들 있는 거리 뒤쪽으로 가 관통기를 만원에 사서
새집의 변기를 뚫어주었습니다. 반쯤 막힌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물은 내려가도록...
...
다음날
아침부터 샤워하고 옷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구두도 새 것으로 갈아 신고
정말 가기 싫은 길을 걸어 2층 교무분실로 갔습니다.
제가 동도중 3학년때는 중3교사들만 있던 교무분실은 무시무시한 곳이었습니다.
업드려 뻗쳐를 하고 십수대씩 엉덩이를 몽둥이로 맞던...퍽퍽 때리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끊어지지 않던 곳...ㅎㅎ
저는 2학년때 지각 자주했다고 특별히 예방차원에서 3학년 되자 마자 불려가 15대, 탁구장에서 친구들 탁구치는 것 구경하다 걸려서 15대...두 번 혼나고 맞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혹
충신이 장한 일을 해서 훌륭한 아버지라고 오시라고 해도...저는 참 귀찮은 일이군 생각했을 터인데
문제아 부르는 일에 엮어들어 가는 일이니 어찌 마음이 슬프고 피곤치 않았겠습니까?
게다가
1학년 때 불려가서 잘못을 사죄하고 자퇴를 논한일도 있었던 차라...약 1년 반만의 면담이 괴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러나...그렇다고 아들놈의 일을 피할 수도 없는 것...씩씩한 척 당당한 척 2층 교무분실에 들어가 충신이의 담임을 찾았습니다.
...
선생님의 말씀은
충신이의 학급 컴퓨터 부당 사용이 다른 친구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곤란하다는 것, 여러번 경고에 대하여도 여전하고 지난번 아버님과 통화했음에도 또 계속 그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 앞에서 충신이의 다짐을 받고자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이 이야기들은 지난번 저와 통화할 때 하신 것이나...충신이가 변화가 없자 급기야 3자대면하여 확정하려 하는 것이란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mp3로 쉬는 시간마다 듣는 음악이 정서에 절대로 좋지 않은 것이므로 그것도 하지 못하게 해야겠다 하셨습니다.
충신이 듣는 음악은 일본노래인데...선생님이 물었더니 '주인공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아버지를 죽인다'...그런 내용이라고 대답하더란 것이죠.(나실이 말로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고,충신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군요...어쨌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인성검사를 해 보아야 하지 않는가...충신이의 속에 뭔가 뭉친 것이 있는 것은 아닌가...염려하시는 데...
혹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어 간 것이 아닐까...의심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비를 가정폭력이나 행하는 범죄자로 의심받게 만들어 버리다니
나쁜 아들 놈...
...
한참 후 충신이가 불려오고 ... 선생님은 충신이에게 위의 것들에 대해 다시는 하지 않기로 다짐을 받으시고 ...저는 선생님의 말씀을 어길 경우...충신이를 데리고 이 학교를 나가 검정고시를 공부하던지, 한학기 남은 기간동안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하던지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거듭 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면담을 끝내고...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온 충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혹시 너를 혼내기 위해 짐짓 그리 말씀하셨는지 모르나 ... 나는 아니다. 알겠느냐?"
...
플라스틱이 들어가 막힌 변기 뚫기도 힘든 일인데...
이기적 고집이 들어가 막힌 녀석의 머리를 정상적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 것인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휴
오직 철들 날이 속히 오기만을 기다리며 지켜볼 밖에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씨오~진실지갑!!! (0) | 2008.06.16 |
---|---|
탄천을 달려 용인에 다녀오다. (0) | 2008.06.10 |
금호동 달맞이 공원에 가다... (0) | 2008.05.26 |
[스크랩] 적다보니 길어진 답글~ ^^ (0) | 2008.05.25 |
남자친구가 생긴 딸... (0) | 2008.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