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탄천을 달려 용인에 다녀오다.

주방보조 2008. 6. 10. 15:36

며칠전 충신과의 꿀꿀한 일도 있고

기분 전환도 할 겸

6월6일 집에 남은 남자 셋이서 용인을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여자들:

아내는 충북 청천에 외할아버지 추모비 세우는 일로 새벽 일찍 장모님과 작은 처남 그리고 두 처형 이렇게 다섯이서 내려 갔고(차가 없어서 충신을 못 보냄)

나실이를 필두로 진실 원경은 광양고 독서실로 공부하러 떠났습니다.

 

남자들:

저는 마눌을 떠나보낸 허전함으로^^ 카메라도 못 챙기고 

면담 이틀 뒤라 많이 얌전해진 충신은...제가 하자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체념섞인 반응이었으며

그리고 교신이는 처음 가보는 그 전설적인 용인행 자전거 여행에 고무되어 좋아하며 따랐습니다.

 

...

 

물 두 통하고 집 안에 돌아 다니는 과자 한 봉지, 빵 한개를 가지고

저는 이인용 자전거 앞에 타고 교신이는 그 뒤에 타고...

충신이는 우리집에서 최신형인 알톤500 자전거(엄마꺼)를 타고

오전 11시 15분 집을 출발하였습니다.

 

탄천이나 양재천변 자전거길을 달리려면 항상 잠실대교를 건넜었지만

이번엔 영동대교를 건너 탄천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제일  편하게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다리 길은 잠실철교에 붙어 있는 자전거 도로입니다. 넓어서 중앙선까지 그려있죠. 다만 돌아가야 하므로 5분정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약점이 있구요.

그리고 그 다음이 잠실대교인데 그런대로 넉넉하고

그리고 그 중 최근에 만들어진 영동대교의 자전거 길은혹 서로 마주 오는 자전거가 있으면 착하고^^ 소심한 저는 지나갈 때까지 잠시 멈추어 서야할 정도로 좁아 터졌지요.

 

뚝선 유원지 역을 지나 수크렁 풀 숲을 지나 영동대교를 건너 운전면허시험장을 지나 탄천으로 접어들어 우리는 냅다 달렸습니다. 

 

...

 

다행히 날이 그리 맑지를 않아 해가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으나 ... 역풍이 약간 있어 가는 길이 힘들었습니다.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하여 두 아들놈과 5백원 짜리 내기를 하였는데...역풍에다, 교신이의 불성실한 참여에다(이 녀석이 뒤에서 패달을 구르지 않고 장난만 쳐 대고 급기야는 한번 패달을 거꾸로 돌리기까지...), 충신이 탄 자전거의 핸들이 고정 나사가 풀려 빙빙 돌아가는 말썽을 부려...몇 번 더 멈춰 없는 육각렌치 대신 작은 돌로 임시 고정을 시켜야 했습니다. 물론 힘들어서도 몇 번 쉬었지요.

 

용인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30분.

출발이 오전11시15분이었으니까

결국 2시간 15분이 걸려 용인에 도착하였습니다.

5백원을 번 두 놈이 좋아하는 꼴이란...^^

 

자전거를 자전거도로 곁에 풀 숲에 세워 놓고 

큰 길을 건너가 청진동 해장국? 집에서 감자탕을 점심으로 사 먹고

거기서 다리를 건너고 도로를 건너고 지하도를 지나야 갈 수 있는^^용인의 죽전 이마트에 들러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밖에 나와 벤취에 앉아 먹으며

사람들 구경도 하고^^ 재작년에 나실 원경과 함께 왔었던 이야기도 충신이가 끄집어 내어 나누고, 처음 와 본 소감으로 교신이의 힘들어요...란 고백도 들었습니다^^.

 

...

 

돌아갈 때는 천천히 가자 하며

그러기 위해서 5백원내기 복수전도 하지 않고 ...집을 향해서 출발했습니다.

탄천 인터체인지 근처의 물놀이 공원엔 아직 물이 채워 있지 않음에도 사람들이 꽤 모여 그늘막에서 쉬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 언덕배기에 세워진 화장실 뒤 벗나무엔 버찌가 잔뜩 익어 낮게 매달려 있었고, 저는 수십개를 따서 교신과 충신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 동네 버찌는 우리 동네 스타시티 버찌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좀 더 씁쓸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잘 먹고...어릴 적 했던 것처럼 보랏빛 혀를 꺼내 보이며 같이 낄낄대며 놀았습니다.

 

 

성남 접어드는 길의 유채꽃이 길따라 한참 노랗게 잘 피어 있어 보기 좋았고

2년전만 해도 전혀 보이지 않던...붉은 토끼풀이 가는 길 내내 어디나 무성히 자라고 있음을 보고 놀랐습니다. 누가 일부러 뿌린 것이 아니라면 그 전파력이 새삼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허긴, 살곶이 다리 근처에 작년에 보았던 붉은 토끼풀이 올해는 이미 우리 동네까지 퍼져있어 이미 놀랐었지만...

 

...

 

집에 도착하니 6시 조금 넘어...있었습니다.

 

이미 오후3시경에 텅 빈 집에 들어와 너무 외로웠다는

마눌님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우리 남자 셋의 탄천여행은 막을 내렸습니다.

 

오랜만의 긴?^^ 여행이라 ... 무척 피곤하였지만...

충신이와 좀 더 다정해진 듯하여 기뻤고 ... 교신이까지 남자 셋이서 제대로 한번 뭉친 것같아 뿌듯했습니다.

 

어쩌면 ... 앞으로 이렇게 남자 셋이서만 가야할 길도...있을 것이라...즐거운 공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