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이라는 것은
뭔가 확실한 것을 잡을 때까지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실험은 그러므로 확실한 것을 지향하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실험은 똑부러지는 결과를 얻지도 못한채 많은 손해를 내기도 하고
어떤 실험은 한방에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도 합니다.
저의 자신만만한 자녀들에 대한 교육 실험은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실험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실험이라는 것입니다.
예체능처럼 학교 공교육이 거의 지원해 주지 못하는 분야의 사교육은 가정형편이나 아이의 적성이나 부모의 소망에 따라 얼마든지 시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교육 즉 영어 수학 국어 사회 과학과 같은 공교육이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분야는 실상 사교육이 가져다 주는 폐해가 이익보다 훨씬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먼저 스승에 대한 개념문제가 있습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만이 그들의 스승입니다만, 사교육 시장에 던져진 아이들은 누가 자기들의 진정한 스승인지 혼란이 가중되고 요즘처럼 공교육 교사들에겐 억압이, 사교육 교사들에겐 자유가 주어지는 현실 속에서는 ... 아이들의 뇌속에 누가 자기들의 스승으로 자리잡게 될지는 뻔한 일입니다.
그것은 결국 공교육의 피폐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한 고리가 되겠지요.
그 다음은 아이들의 자립성입니다.
솔직히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맞습니다. 머리도 정서도 타고 납니다. 게다가 한가지 더한다면...환경마저도 타고나는 것입니다.
환경이 좋아 공부 잘할 수 있는 경우처럼 환경이 너무 나빠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경우까지도 같이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경계를 넘어서는 타인의 힘을 더 빌려서 타고난 재능과 머리와 정서 그리고 환경까지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상상'속의 실험입니다. 이런 상상은 실제로 단기적으로 많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단기적 효과 속에서 환호하는 중에 아이들의 미래에 가장 큰 자산인 자립성은 점점 약화되어 가고 말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가장 큰 두려움을 이 자립성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에서 찾습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자립성이 부족해진 세대가 과연 우리나라의 지난 세대가 이룩한 것과 같은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교육은 마치 인터넷 상의 바이러스들처럼 끝도 모르게 확대되고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외고니 과고니 하는 특수목적고들을 향한 사교육의 광란, 해외연수 1년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치루는 평범한 가정의 중고생들의 증가.
그리고 가정해체의 직전까지 도달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참한 종족이 된 기러기족까지...일일이 거론하며 설명할 것도 없이 모두 사교육 바이러스에 전염된 결과라고 저는 봅니다.
게다가
가정 경제뿐 아니라
나라의 경제마져도 마침내는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음은 불문가지입니다.
각 가정의 교육비가..물론 거의 대부분 사교육비이지요...총 수입의 15%가 넘는다는 보고가 있으며
우리나라 일부(왜냐하면 재수 학원이나 각종 예체능학원 또는 고시학원등을 제외했으므로) 사교육비가 년간 20조원을 상회한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국내에서 소진되는 것이므로 개별 가정은 어려워져도 학원이나 개인가정교사들은 풍요로워져 결국은 제로섬으로 국내 총생산에 포함되어 버리는 것이겠지만
사교육이 발전하여 세계 최고의 소비국이 된 해외연수비와 유학경비등을 합한다면...이런 것들이 쌓여 마침내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도리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
사교육을 하든 사교육을 하지 않든
타고난 재능과 정서와 환경에 ...공부하려는 동기가 있는 아이들은 모두 공부를 잘 합니다.
사교육을 하든 사교육을 하지 않든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모두 공부 잘 못합니다.
작금의 공교육이 사교육과 경쟁에서 형편없이 패하고 잃어버린 가장 큰 손실은
공교육의 현장에
아이들에게 실어주어야 할 가장 큰 동기부여의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스승으로 대접받고 있지 못하다는 자괴감때문에인지...아이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고, 꿈을 품게 해 주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서로에 대하여 모든 가능성을 포기해버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교 선생님들을 끝까지 믿고
고등학교까지 공교육에만 아이들을 맡길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공부 잘하고 못하고는 특별히 환경이 어렵지 않은 한 전적으로 아이들 자신의 몫이며
그래도 가장 뛰어난 인품과 능력을 갖춘 선생님들은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학교 선생님들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며
사교육으로 말미암은 경제적 손실을 솔직히 감당할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기 때문이며
그리고
지금처럼 사교육에 미쳐 날뛰는 세상에선 ... 누군가가 그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고 실제로 그리 아니함으로도 얼마든지 '적당한' 진학이 가능하고 능력발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저는 우리 아이들이 제 기대만큼^^진실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않은 것을 가슴 아파합니다.
그것은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고생이 훤할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사교육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이번에 3류대학에 입학한 맏딸이 만약 조금만 더 성실하고 진실했더라면 좀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갔을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사교육 없이도...이과에서 문과로 바꾸고 그렇게도 만화에 정성을 쏟으며 딴짓을 한 세월이 길었음에도... 전체에서 25%안에는 드는 성적이었습니다.
사교육을 했더라면 좀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상상은 ...
학교 끝나면 학원가서 밤 늦게 돌아온 아이들 중 우리 집 맏딸보다 성적이 낮은 75%가 진실이 아님을 분명히 증거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이 해낼 수 있는 일은 대부분의 경우
겨우
남들이 하는 것을 우리도 함으로 ...'안심이다'...라는 심리적 효과 뿐입니다.
사교육을 받으면서 공부를 정말 잘하는 아이들은
사실
사교육을 받기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그들이 진실하고 성실함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
사교육없이 아이들 키우기...
다시 말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실험입니다.
돈도, 가족관계도, 국가의 미래에도 다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에겐 딴일에 정신 쏟을 여유까지도...주어지지 않습니까? ^^
사교육 없이 아이들 키우기에 동참할 분 안 계십니까?
-
무엇보다도 "환영!"
답글
두문분출...
두드려도 대답없는 문이더니, 드뎌 열렸군요.
원필옹! (이젠 옹이가 배겨도 할 수 없으시겠지....^^)의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자!"의 성공을 빕니다.
샬롬~ -
많이 걱정 했드랬습니다.
답글
궁금도 했구요...
건강하시다니~ 다행이구요...ㅠㅠ
5차실험까지 밀고나가시려면 무엇보다 필요한것이 건강이지요.
옳은말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염려증은 자꾸 곁길로 가고있네요.
에효~ -
-
다만.. 학교 공부를 위주로 따라가는 데.. 수학 이 부분은 누구의 도움이 좀 필요하다..
답글
아이들 스스로 그런 판단이 설 때는.. 부분적으로 양해를 하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과외 한번 안받고.."라는 합격자들의 간증?이 100% 진실한 경우는 거의 없답니다.
사교육의 문제는.. 공교육을 포기하고 사교육에 의존할 때가 문제이지..
스스로 하려는 아이들이 보조수업의 필요성을 느낄 때는 좀 다르지 않은가 합니다.
사실 영어수학의 경우는 대체로 학교 선생님들의 역량이 충분해서
학교선생님들을 괴롭히며 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많은데...
의외의 과목에서.. 보조수업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답니다.
스스로 하면서 도움을 요청할 때라면.. 융통성있게 대처할 필요도 있다...라고
저는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하는 바입니다. ㅎㅎ -
답글
진실이의 진학을 축하드립니다.
물론 좋은 학교라면 더 좋겠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이왕이면 자기와 맞는 전공을 찾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이가 그것을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실은 저도 보통 엄마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영어 열풍이다...사교육 시장이 어떻다, 특목고가 어떻다...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배짱좋은 엄마고 한빛이 또한 그렇거든요.
한얼이는 이것저것 시켜 보았고 한빛이는 오로지 태권도만 8년째 하고 있는데
4품 심사가 있을 6월까지라면 꽤 많은 돈을 투자한 셈이거든요.
아직도 게임과 만화등 놀이에 더 열중하고 있고
제 손에서 벗어나 있어서 걱정은 되지만 억지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임을 인정하는 게 편하다는 생각입니다.
올해는 빨간펜 학습지를 신청했는데 인터넷으로 많이 활용해야 할 공부라서
걱정은 많이 된답니다.
그동안 글 올리시는데 저는 모르고 있었네요.
제가 그동안 정신이 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리왕님으로 다시 등극하셔서 기쁩니다. -
인터넷이 제대로 연결되고 나서 찾아뵈었더니 문이 닫혀있어서 걱정을 했습니다.
답글
무슨 일이 있으신지, 건강은 괜찮으신지 하고 말이지요.
다시 뵙게 되니 너무 반갑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요리왕님처럼 교육에 대해 초연할 수 있고 또 그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다들 알고 있지만, 공부시킨다고 아이들을 잡으면
절대로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실천이 안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사교육 없이 아이들 키우기가 절대 후회하지 않을 실험임을 요리왕님 주위의 분들도 많이
알게 되었으면 참 좋겠네요.
진실이 입학, 축하드립니다!^^ 진실이가 대학 생활 잘 시작하길 또 빌구요.^^ -
알 수 없는 사용자2008.03.04 05:17 신고
요리왕님이..
답글
다음 칼럼때부터 지금까지 글 게시한 이후로 이번이 가장 긴 공백기.. 였지요? ^^
저는 1월1일에 문이 닫혔기에..
1개월정도 휴장하시는 줄 알았는데,
2월에도 여전히 닫혀있길래.. 언제쯤 열리려나 했는데.. 드뎌 게시하셨군요. ^^
저에 대해서는 청랑님과 요리왕님만 아시니.. 혹 짐작되셔도 쉿~ 입니다^^
어느 덧 계란 한판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럼에도 덧글 남기는 분들중에서 제가 젤 영계인 듯 싶습니다^^)
예전의 닉네임은 좀 거시기하다 싶어서..
지금의 닉네님으로 바꿨어요.
청 이라는 말에 담긴 뜻들과 정이라는 말에 담긴 뜻들이 거의 대부분 맘에 들더군요. ^^
요리왕으로 다시 복귀하신것을 환영합니다. ^^ -
실험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딸래미 중학교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죽을 쒔길래 " 야 니네 반 1등 무슨 학원 다녀?"라고 물었더니 "토피아"라고 하길래 인터넷에서 찾아서 전화를 했더니 학원에 입학시키려면 전형료 2만원을 내고 시험을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중계동에 있는 학원인데 입학하기도 어렵다고... 시험을 봐서 턱걸이로 합격했습니다. 학원비는 한 달에 48만원에 교재비 10만원이었는데, 문제는 아이가 학원에서 집에 오면 11시 40분이었습니다. 그 학원은 그 해에 특목고에 480명을 보냈다고 대문짝 만큼 붙여놓은 곳이었습니다. 며칠을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딸래미... 워낙 성품이 좋아서 짜증한 번 안내던 아이였는데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딱 2주를 보내고 인간이 할 짓이 못된다는 생각에 (결정적으로 귀가하던 학원 버스 안에 마네킹처럼 앉아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쇼크를 받았습니다) 학원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했더니 그 날로 종쳤습니다. 우리의 한국에서의 학원 생활은 그렇게 2주로 막을 내리고 그 대신 딸래미 학원 안가는 대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하더니 혼자서 문제집 풀고 (사실 우린 너무 바빠서 문제집만 던져주고 거의 못 챙겨줬습니다) 혼자서 공부하더니 기말에 전교 석차를 50등이나 올려놓았습니다. 그래봐야 전교에서 110등 정도에서 55등정도로 오른 것이었지만, 하여간 무지하게 기특한...
답글
그 2주 간의 경험으로 모든 사교육은 종쳐 버렸습니다.
방학 때 영어 학원은 보내야 하나 내심 살짝 흔들렸지만 꿋꿋하게 혼자서 공부하겠다고 하는 딸래미 의견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청량리에 있는 청량중학교에서 무지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 3월 3일부터 잠신중학교에 전학을 했는데, 연일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습니다. 친구도 없고 맘에 드는 거 하나도 없다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맘 졸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학간 학교에서 첫 시험을 봤습니다. 중1 진단 평가라고 하는데, 영어는 100점, 수학과 국어는 2개 틀리고, 과학은 4개, 사회는 8개 틀렸다고 합니다. 딸래미한테 사회를 많이 틀렸다고 투덜투덜거리면서도 내심 무지 기특해 하고 있습니다. 10년 모스크바에 끌고 갔다 들어온 이래 학원도, 과외도 안시키고 혼자 공부하라고 했는데 그 정도면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아이가 예전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전 개강도 하고 일에 짓눌려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비밀댓글]-
주방보조2008.03.07 08:49
그 정도면 정말 꽤 괜찮은 정도 이상입니다.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아이로군요.
아이들이 전학을 하고 나면 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 새학년이 되었으니 좋아질 것입니다.
공부도 사실 마음이 문제이지...요. 뜻이 있어야 길도 있는 것이니...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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