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진실에게 혈기를 버럭 낸 월요일부터
심한 두통과 극심한 근육통?이 밀려와 저를 쓰러뜨렸습니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뼛속을 후비듯하는 아픔이 비참한 신음으로 토해져 나왔습니다.
각종 성인병으로 인해
하루 약을 한주먹씩 먹고 있는 처지라
게다가 지난번 피검사때는 간수치가 다시 매우 높아졌다는 경고를 들었던 터라
타이레놀 한 알도 먹지 않고 그냥 버티기로 작정을 하였습니다.
토요일까지 무려 6일동안...거실 구석에 이불을 깔고 누워 신음소리만 토하며 이 황금연휴를 모조리 잡아 먹었습니다.
무서운 마눌님도 제 신음소리가 얼마나 애처로웠는지, 딱 한번 설날 아이들에게 세배받고 점심 준비하시면서 잠깐 성질을 내시고 곧 회개하셨을만큼...제 몸살은 처참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야
제가 앓아 누워 있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즐거운 연휴를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그 예리하던 안테나도 죽고 당연히 잔소리도 줄고...
...
그런 중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픈 저만 빼고 모두 아이들 외가로 떠난 설 저녁 홀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우연히 돌리다 본 단박인터뷰에서 도종환시인이 마지막으로 "세월이가면"을 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가사에 눈물이 핑글~
요즘 여성호르몬이 많아지는 지...
보이는 것마다 예뻐보이더니, 앙상한 느티나무 잔가지조차 파란 하늘에 어쩜 그리 잘 어울려 보이던지 감탄을 마지 않았는데,
평소 그리 좋아하지 않던 박인환시인의 이 감상적 가사에도 감정이 팍 실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음날...인터넷으로 다시 그 노래 '세월이 가면'을 들어보려 했으나
우리 충신이 저 몰래 컴퓨터들 이것저것 건들다 보니...하나는 사운드카드가 맛이 갔고 하나는 스피커 줄이 끊어져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먹통이 되어 있었습니다.
겨우 마눌님의 노트북으로 들을 수 있었지만 ...소리가 영 정감이 가지 않았다는...
투덜거리면서 다시 누워 끙끙거리다가
아픈 김에 심심한 김에 싱거운 소리
주방 일을 하고 있는 마눌에게
툭~ 던져 보았습니다.
"우리도 심심한데 호주로 이민이나 가볼까?"
...
물론 저의 싱거운 소리에 반응을 보일 마눌님이 아니시지요.
닭대신 꿩^^
마침 지나가던 교신이를 불렀습니다.
야~ 김교신 이리와봐
네...
우리 호주로 가서 나라를 세우자!
네 좋아요...
호주 원래 이름이 오스트레일리아이니까 우리나라는 육스트레일리아로 할까?
아니예요 아빠 우리식구가 일곱이니까 칠스트레일리아로 해요...
그래 멋진 이름이다 칠스트레일리아
언제 세울꺼예요?...
언젠가~ 그건 그렇고 공산주의가 좋을까 자본주의가 좋을까?
자본주의요, 그리고 아빠는 임금님 되시는 거예요?...
당근이지
이렇게 시작된 막내와의 대화는 한참을 이어졌고 다음날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인구는 대략5천만, 나라의 크기는 호주의 절반정도, 인종은 20%한민족 나머지는 혼혈족(특히 중국인과 인도인의 혼혈^^), 입헌군주제, 주요산업은 농업과 광업과 관광업, 교육은 무상(사교육 절대금지, 게으른 학생들 체벌), 국방은 1년간 남녀 균등하게 국방의무, 애국가는 "사막에 샘이넘쳐 흐르리라"
그리고
교신이는 건국에 유일하게 참여한 공으로 국무총리
충신이는 음험하니까 국정원장
나실이는 원칙주의자니까 법무장관
원경이는 정직하니까 교육부장관
진실이는 놀기좋아하니까 문화부장관
엄마는? 음... 그래 대법원장시키면 좋아할까?
모두 모였을 때
저와 교신이는 우리가 세울 칠스트레일리아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같이 갈 사람?
모두 다 피식^^하며 비웃는데
오직 진실이만 손을 번쩍 들고 좋아했습니다. 녀석의 요즘 심경이 진짜 어디론가 떠나고 싶겠지요.
아, 충신이도 지나가는 말로 약간의 관심을 보였습니다.
"차기 대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크하하하...
...
"나라를 세워야 하니까...아빠 힘내서 일어나세요."
ㅎㅎ...
그래서
제가 그 다음날
그러니까 지난 주 토요일
벌떡 일어났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세워질 칠스트레일리아의 왕으로서 ...
만보계를 다시 옆에 차고 말입니다.^^
-
-
어디 사막을 하나 매입해야겠군요.
답글
제가 고비사막을 매입해서.. 나무를 많이 심어(국가 기간산업)
황사도 막고.. 지구를 살리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데.. ㅎㅎ
(비록 꿈만 꾸는 중이지만.. ) -
ㅋㅋㅋ 생뚱하게 제 젊은 날의 한 때가 생각납니다.
답글
역시 저로서는 다섯아이를 키우시는 그 부친의 생각을 따라잡을 수가 없겠습니다.
저는 제 주소를 묻는 이들에게 "소혹성 B611호"라고 가르쳐 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린왕자가 태어난 별이 '소혹성 B612호'거든요. ^^*
겨우 집 한 채보다 클까말까하다는...
호주의 절반 정도의 크기에 인구 오천만?
뭐 그다지 국가 개념에서 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의 소혹성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라는~ ^^*-
주방보조2010.10.27 13:04
ㅎㅎㅎ 제가 정신연령이 매우 젊다니까요^^
칠스트레일리아 우주기지에서 맨 처음 발사되는 우주선으로 소혹성 B611호를 꼭 방문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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