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재수학원을 전전하다...

주방보조 2008. 2. 1. 08:24

진실이가 지원한 세 학교의 대입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군...예비합격
나군...낙방
다군...예비합격이 예측됨^^

예비합격이 너무 뒷번호이므로
얼마전부터 아내의 성화에 날을 잡아 재수학원을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보았지만
광고문구들만 요란할 뿐이라
진실이에게 나실이와 함께 공부하러 가는 것 하루 멈추고 함께 학원을 직접 가보자고 권하였습니다.
나실이는 자기는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며 공부하러 가고(기특하면서도 섭섭^^)
저와 진실이, 천천히 오후의 햇살이 그런대로 따뜻한 2시경 집을 나섰습니다. 

어차피 하루 만보는 걸어야 하고
진실에게 우리 걸어서 다니자고 떠 보았는데
평소의 녀석답지 않게 순순히 그러자고 동의해 주었습니다.
아마...자기의 일, 그것도 부모에게 미안한 재수학원알아보는 일로 다니게 된 것이라...그리하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가는 길은 즐거웠습니다.
한강의 햇살에 반짝이는 눈부신 물결도 멋졌고
잠실대교를 건널 때 다리 아래에서 갈매기들이 나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감탄을 이어갔습니다. 나르는 새를  쳐다보는 일이야 흔해도 아래로 내려다 보는 일이 어찌 흔한 일이겠습니까? 게다가 갈매기들이 나르는 모습은 꽤 우아했습니다. 거기서 우리 머리 위로 급하게 한강을 거슬러 날아가는 오리떼들의 다급해 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말입니다. 그들도 귀여웠지요^^

잠실대교를 건너 롯데를 지나 석촌호수에서...우리는 롯데월드에 놀러온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며 지르는 비명소리를 즐겁게 듣고요.

...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에서 본 약도를 머릿속으로만 그리며 대충 짐작하여 나아가다 길을 잃었습니다. 

길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앞에 있는 부동산에 들러 A학원을 물어보려고 문 앞으로 나아가니

아주머니 한분이 문 앞으로 나아와서는 (참 친절하신 분이군 생각하는 순간) 문을 잠궈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는 손짓으로 저리가라는 제스쳐를 여러번 하고 인상을 찌푸려 대셨습니다.

노숙자가 동냥하러 온 줄 아셨구나 짐작했습니다.

츄리닝 바지에 교신이 빵모자 그리고 귀마개...허름한 외투...운동화...그리고 검고 어두운 얼굴...ㅋㅋㅋ

이해했습니다.

...

어쨌든 마음에 상처를 안고^^ ...

한참을 더 걸어 가다가 결국 다른 부동산에 가서 가는 길을 알아 가지고 A학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통은 좋았지만 분위기는 참 썰렁해 보였습니다.
진실이의 성적으로 무시험 입학이 가능한 학원...

그 앞에 머물러 함께 그 학원을 한참 쳐다보며 ...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학원 다니고 싶니?
휴...
안 다니고 싶지?
네...
그럼 다음 학원으로 가보자.
네...

그때 이미 만보계는 1만7천보를 기록중이었습니다.

...

버스를 타고

B학원을 찾아갔습니다.
버스를 두번 타야 하니 교통은 불편한 학원...이 학원 역시 썰렁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지요.
이맘때면 학원들이 다 그렇게 썰렁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학 2차까지 떨어진 친구들 몇과 함께 종로학원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길을 잃어 헤메이다 우연히 만난 대성학원에 등록하고 시험을 보고 하던 그때도 참 썰렁하고 착찹했었는데

31년이 지나서...맏딸의 재수학원을 알아보러 다니는 것이 어쩜 그리도 비슷한 기분을 제게 안겨주는 것인지...

이 학원은 진실이의 수능성적으론 무시험 입학이 안 되고 영어와 수학 시험을 봐야 하는 처지인지라 문을 열고 들어가 상담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시험성적이 좋아야 합격을 보장할 수 있다며 영어 수학 평균 75점은 맞아야 할 것이라고 ...

그리고 밤10시까지는 공부해야 하며 비용은 매달 식비포함하여 약 75만원정도 들것이라고...

허허...75...무서운 숫자였습니다. 

...

집에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탔습니다.

걸을만큼 걸었고 몸도 마음도 몹시 지쳤고 ... 우리 둘은 택시 뒷자리에 등을 기대고 별 말이 없었습니다.

겨우 이런 말 한마디 해주었지요.

"진실아, 끝이 좋으면 돼. 우리 지금 끝이 좋잖아?"

네?하며 못알아듣는 녀석에게 주석까지 달아주었습니다.

"생각해봐, 처음에 택시타고 다음에 버스타고 그리고 지금 걷고 있다면 얼마나 힘들겠니. 그런데 지금 우리는 택시를 타고 있잖아. 끝이 좋잖니? 너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이 좋으면 돼."

끝이 좋으려고 그랬는지
택시비가 6천6백원이 나왔고
제 주머니에 만원짜리를 헐지 않아도 되게... 남은 돈이 딱 6천6백원이었습니다.^^

...

물론 울 마눌님...^^

그 부동산 여자 고발해버리라고, 왜 그냥 냅두셨냐고

딸내미 재수학원문제보다...더 열을 내셨지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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