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충신이와 여학생...

주방보조 2007. 11. 24. 02:50

작년 초 초등학교 1학년 때 풋풋하고 은밀했던 교신이의 첫사랑 이야기 이후

우리 다섯 아이들에게 이런 부분에 있어 오랜 침묵이 계속 되었습니다.

당연한 것이

고3,고2 두 녀석은 하기 싫은 공부지만 안 할 수 없는 공부에 매여서...힘 한번 쓸 수 없고

충신이는 중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1학년 시절과 2학년 1학기를 ...정신없이 보냈거든요.

교신이는 여전히...가슴에 빠알간 상처 하나 달고 살고 있고^^

원경이는 ... 여자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정신이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사랑이야기가 있으면...걱정되고

사랑이야기가 없으면...재미없고^^

 

...

 

어제 금요일인데 맏아들 충신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꽤 늦어졌습니다.

엄마의 서랍속에 잘 갈무리 해둔 레이져 포인트가 이 녀석의 책상 위에서 발견된 일 때문에 약간 신경이 쓰이는 찰라였기 때문에 ... 1시간쯤 늦는 일에 대하여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원경이에게 진실이 논술준비하도록 노트북을 가져다 주라 하고

저는 자양중학교를 일단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며칠전에는 친구녀석과 테니스 코트에서 앉아 인생을 논하고 있었으니, 또 어느 구석에서 그런 만남이 있었다고 둘러대면 할 말이 없어질까...대비하여...

 

본관 앞쪽 길

선생님들 몇 분이 일하고 계시는 교무실을 지날 때...녀석 때문에 작년 두번이나 죽을 죄인 모양으로 선생님 앞에 갔던 일이 기억나며  제 얼굴 근육들이 좀 사나운 방향^^으로 긴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쁜 넘... 

 

후문까지 다 살펴보았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고

제 마음 속에선 '드디어 이 넘이 나에게 맞을 때가 된 것이얌...무슨 핑계를 대는 지 기둘려 보고 두발당수로 작살을 내줘야지'...등등의 각오가 새롭게 일어나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문 본관 뒤에서 캐취볼을 하는 녀석들이 있어 확인차 건물을 돌아가려는 순간

마침 밖으로 나가려고 후진하고 있던 차가 멈추더니 뒷문이 열리고 누런 더플코트를 입은 충신이 녀석이

'아버지~~'하고 저를 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녀석의 옆에는 여학생이 앉아 있고...허걱!

녀석의 앞에도 여학생이 앉아 있고...허거덩...

운전석에 앉은 젊어보이는 아주머니...저를 보고 인사하시며 '집에 데려다 주는 중'이라 하시더군요.

 

샛노란, 모자달린 잠바를 입고 교무실 앞을 지나며 떠오른 과거의 기억 때문에 평소보다 좀 더 인상을  이그러뜨린 채 후문 쪽을 살피던 저는 그만 뒷통수를 맞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

어...어...그래...가봐라...

 

이 괘씸한 아들놈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문닫고 가고 ... 저만 뻘쭘이 뒤로 돌아 도망치듯이 집으로 향했습니다.

 

...

 

아니요~

아닌데요~

정말 아니예요~

 

이건 제 추궁에 충신이가 걸걸한 목소리로 내뱉는 대답들입니다.

 

물론 흥미진진 저는 아들에게 계속 물었지요.

옆에 앉은 여학생을 좋아하냐? 걔도 너를 좋아하고? 아님 앞에 앉은 여학생이냐?...ㅋㅋㅋ

 

녀석은 그 아이들이랑 자신이 좋아하는 관계는 아니다라는 것을 수차례 역설하였습니다. 자기 옆에 앉은 아이는 반에서 1등이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으며(자기는 아니고) 앞에 앉은 아이는 초딩4학년때 같은 반이었으며 자기가 좀 도와주는 일이 있어서 어쩌다 같이 차를 타게 되었고 운운...하더니...

마지막으로 제게 던지는 반문

"여학생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안 돼요?"

 

되고말고...그렇게 이쁘고 공부 잘한다는 여학생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이 왜 안 돼?

이런 생각과

그래서 이놈아 아비가 왔는데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엎어지면 코 닿을 집을  걔들과 차타고 가?

이런 생각과

평소 좋아하는 여학생 없냐 하면 펄쩍 뛰던 녀석이라 영 여자 아이들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고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이런 생각과

그 차 타고 다닌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듯한데 참 응큼하군...누굴 닮은 겨?

이런 생각들이  얽히고 설켜들었지만

제 대답은 아주 명쾌 했습니다.

 

" 안 된다 이눔아...들어가 공부나 하거라"

 

...

 

그 여학생들은 저를 보고 화가 나신 것같다면서 무지 무섭다고 했다하고

그중 한 여학생의 어머니인 그 아주머니는 제가 나이에 비해 참 젊어보인다 했다더군요.

 

그래서 녀석이 아니라고 하면서...저 노란 모자를 벗으면 늙어보이세요...했다나...나아쁜 넘...  

 

...

 

사실 충신이가 이런 면에서 저를 안 닮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정말 어쨌든 뻔뻔한 눔...입니다. 좋아하는 것하고 친한 것하고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ㅎㅎ

 

그리고 참...

녀석의 두텁던 입술이 요즘 왜 예뻐졌는지 ... 답이 나오는 것같다는...ㅎㅎ

 

 

 

 

 

 

  • Pia2007.11.24 09:01 신고

    아, 물론 좋아하는 것과 친한 것은 다르지요.
    이 때, 좋아한다의 반대말을 싫어한다로 규정짓는 이분성은 없어야 된다는 전제가 따르겠습니다.
    좋아한다를 사랑한다와 동일시하는 일도 피해야 합니다. ㅎㅎ

    충신이 사진보니 듬직하니... 여학생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쩜님도, 속으로는 좋으시지요?

    그나저나...언제 한 번 샛노란 모자 쓰신 모습 사진으로 보여 주십시요.
    혹시 압니까... 그러면, 다음부터는 녕감님이라 놀리는 일이 없어질지도... 그치요? ^^

    답글
    • 주방보조2007.11.24 09:19

      좋아하니까 친해지려는 것이다...이것이 제 주장이지요.
      녀석은 자신은 그 아이들의 클라스메이트이지 보이프랜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요^^
      물론 저는...
      며느리를 본다는 '상상'만으로도 ... 즐겁습니다^^

      요 위의 사진은 얼짱각도로 잘 나온 사진이라서...올려본 것입니다^^그리 멋있는 싸나이는 아직 덜 되었다 봅니다만...

      그리고
      전...누가 영감이라고 놀려도...대항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히유~

  • 김순옥2007.11.24 10:12 신고

    좋아하는 것과 친한 것은 좀 다르다...저도 동감입니다만
    좀더 큰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개념과 아이들이 친하다는 개념이 또한 같지 않을까 싶구요.

    여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이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답니다.
    아마 그 아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것보다 운동도 잘하고 유머가 있는 아이들을 좋아한다더군요.
    그리고 듣는 바에 의하면 남자는 언젠가 한 번쯤은 바람을 핀다더군요.
    바람이라는 게 좀 그렇지만 저희 아이들이 오로지 친구라면 남자밖에 모르는고로
    늦바람 피울까봐 걱정이 된다고 역설했드랬습니다.
    남학생 학교에 학원도 안 다니면 여학생 만나기기 힘들어지거든요.
    그런 이유로 한빛이는 오로지 사내넘들하고만 친합니다.
    어려서 생일파티를 해도 여자아이들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충신이가 호감을 갖는 여학생이 있다는 건 신선한 바람 맞지요?
    이제 진실이에게도 멋진 남자친구가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11.24 19:31

      학생때 늦바람도 문제가 있지요.
      제 동창들 중에도 고3때 늦바람이 나서...성적이 크게 떨어진 녀석이 몇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빛이는 남자학교군요. 요즘 대부분 중학교는 남녀공학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초딩 여동창들이나 교회 여학생들 중에 한빛이 팬들이 많지 않겠어요?^^

      조금 전 식사하면서 ...충신이가 이 여학생들과 친하게 된 계기를 들었는데
      충신이가 단순해서 그렇게 된 것이더라구요^^

      진실이에게는...요즘 계속 세뇌하는 말이...너 어떤 학교에 진학하더라도 그날부터 그동안 못했던 공부 더 열심히 해야한다...입니다^^(나중에 멋진 남자친구를 얻기 위하여~가 되나요?)

  • malmiama2007.11.24 10:33 신고

    울 집 형민이는 여자아이들에 대해 아쉬움(?)없는 행태..입니다.
    어제 제가 그랬지요.
    "...다른 건 몰라도 여자친구 때문에 상처받지 않을 네가 맘에 든다!"
    "...그런 너를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길 바란다!"

    피식..하더군요.^^

    충신이..안팎으로 멋진 청년으로 자랄 것입니다.

    푸하하...글 내용이나 전개방법이나 속내 표현이 출중해서리, 맛 ... 좋습니다.^^
    좌우간,즐거운 내용으로 말미암아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극복되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7.11.24 19:51

      형제가 한 배에서 태어났어도 참 다르지요?

      저도 하나뿐인 저의 누님은 정말 활달하기 그지 없었는데,,,저는 정 반대이거든요.

      그래도
      소문난 잔치에 별로 먹을 것이 없다는 법도 있으니까...ㅎㅎ
      형민이에게 오히려 좋은 여자친구 생길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요?^^

      ...

      오늘 진실이 논술시험장에 따라가보았습니다. 밖에서 나실이와 떨면서 기다리며 정말 우리나라 교육이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한심스럽다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선 논술을 가르치지 않고 대학들은 자기들 입맛대로 각각 다른 유형의 논술들을 들이대고...

      형민이는 잘 준비하고 있지요?

    • malmiama2007.11.26 10:29 신고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 원이2007.11.24 22:51 신고

    쩜.님~!
    글이 난해해여~.
    전 아무리 읽어도 왜 충신이 입술이 예뻐졌는지 모르겠어여~.


    다섯 애들이 둘씩만 낳아도,
    나중에 모이면 22명 됩니다.와우~~ㅎㅎㅎ
    (종이에 써서 계산한 것임.)

    답글
    • 주방보조2007.11.24 23:33

      글이 난해하다뇨...쩝...
      충신이의 얼굴에서 최대의 약점은 두텁한 입술이었답니다.
      자주 너 입술좀 안으로 말아 넣어주지 않을래? 그럼 훨씬 이쁠텐데...충언을 아끼지 않았죠.
      물론 녀석은 지금까지 제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냈었단 말이죠.
      그런데 최근 갑자기 입술두께가 1/4쯤 �아져서...이뻐졌다는...아비의 충언보다는 여학생의 시선이 더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하는 추측이죠.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 제 앞에선 적어도 셋 이상은 낳겠어요라고 하구요...원경이는 엄마의 기록을 깨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한답니다.
      가능성으로 따지면...18명의 손자를 보게 되는 것이죠. 도합 제가 살아 있다면...2+10+18=30 ...인데요. 전 직접 댓글에 계산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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