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원경, 수학여행을 떠나다,,,

주방보조 2007. 11. 30. 00:19

1.'수학여행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캐치프레이스를 앞세우고

친구들보다 뒤 늦게 참여를 결정한

우리 원경이는 '소녀시대 댄스'를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하루 종일^^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틀어 반복해 대니...가족 모두 한결같이 반대했습니다.

나:너랑 안 어울려~그만 둬~

마눌:넌 나를 닮아서 뻣뻣하니 어려울껄~

진실:좀 쉬운 걸 하지~

나실:잘 되냐?~

충신:웃겨~

교신:아 시끄러~

 

그러나

우리 원경이는 꿋꿋하게 수학여행 떠나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최선을 다했지요.

원래 9명이 해야 하는 것인데 7명만 남았고

자기는 잘 못하지만 자기까지 빠지면 너무 미안하다면서...

 

유감스럽게 저는 이 녀석이 소녀시대 댄스를 추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엄마 아빠 앞에서는 창피해서 못하겠다고 우리들 있는데에선 동영상만 계속 반복으로 들여다 보았지요.

지금도 저의 귀엔 '어리다고 깔보지 말아요~~운운'하는 여자아이들의 소리만 앵앵 대고 있습니다.^^

 

2.'나는 김밥을 싸 가지 않겠어요'라고 말한 원경이는

 정성이 깃든 음식을 싸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삼각김밥이나 편의점에서 두개 사서 보내려 했는데 그건 너무 정성이 없어서 싫다고 ...그냥 밥을 싸 달라고 하였습니다.

나실이를 야자에서 데리고 온 후 이마트에 가서 간식도 사고 그러자 약속했었는데, 나실이와 함께 돌아오는 도중 핸드카트에 넣은 가방위에 올려놓은 교복 웃도리?가 없어졌다는 대형사고가 터졌습니다. 그때가 10시30분...

원경이와 저는 빈 핸드카트를 끌고 나실이와 왔던 길을 역추적해 올라갔습니다.  사고났던^^ 육갑문 굴다리를 지나 달밝은  한강변의 길을 따라 반쯤은 뛰면서 잠실대교 근처 낙천정지하차도를 통과하여 거의 광양고 근처까지 이르렀을때 우리는 나실이의 교복이 도로변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때가 11시...

이마트로 또 반쯤 뛰다시피 갔습니다. 도중에 오뎅 하나씩 먹고...11시 25분 이마트 도착...

음료수와 간식꺼리를 사고...주먹밥을 만드는 '인스턴트'재료들을 몇개 사면서...미안한 마음에 원경이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특별하게 정성을 들여 너의 수학여행 점심을 준비해야 마땅하겠지만 너도 알다시피...시간이 너무 없잖아 ...그냥 주먹밥이나 만들어 줘야할 것 같구나...괜찮지?

 

아침 일찍 밥 위에 '인스턴트' 재료를 솔솔 뿌리고 주물럭 거린 뒤...꼬마 소시지를 잘게 썰어 넣고 다시 한 번 주물럭 거리고...한입에 먹을만큼 여섯개의 주 먹밥을 만들고 거기 김치쪼가리 하나씩을 얹어주었습니다.   

맛있어요^^... 이 작은 정성에^^도 우리 착한 원경이는 대 만족...믿거나 말거나...^^

 

3.아빠 수학여행 다녀올께요~

정성어린^^아빠의 도시락을 싸고 남은 주먹밥을 아침으로 먹은 원경이는

춤 연습을 더 해야 한다면서 출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저는 우리 집의 보물 중 하나인 디카^^를 녀석에게 넘겨주며...잃어버리지 마라 당부하였고 ...

우리 원경이는...전화 기다리지 마세요,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이말을 남기고 가버렸습니다.

 

집안이 텅 빈 것같습니다.

 

충신이와 교신이의 싸우는 소리도...진실이와 나실이의 떠들어 대는 소리도...비어 버린 한 공간을 채우지는 못합니다.   

전화도 오지 않을텐데...더 전화기에 눈길이 갑니다.

 

4.원경이가 경주로 떠난지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러니 ...

벌써 딸들 시집 보낼 일이 걱정입니다.^^

 

 


 

  • Pia2007.11.30 03:33 신고

    원경이에게서 처녀티가 납니다. ^^

    자식 떠나 보내는 부모 마음이 아마 다 그럴 겝니다. 하지만, 보내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은 새 생활, 다른 생활에 적응하느라 열심히 재밌게 하루하루 보낼 겁니다. 보내는 사람만 왠지 텅 비어 있는 듯한 적적함에 몸살을 앓고... 그 생각에 저도 저를 떠나 보내신 부모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봅니다.
    생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어머니... 공항에서 붉은 눈시울을 제게 들키셨지요. 그 모습에 충격 받아서...저는 열 시간 이상의 비행 시간 내내 초상집에서 울듯 목을 놓고 울었다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참... ... 정말 쩜쩜쩜 ... 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11.30 14:42

      만약 하나님께서 생명을 이어주는 자에게 이런 사랑을 부여하지 않으셨다면
      생명이 이어져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랑의 부작용으로^^...그리움이니 슬픔이니 하는 것들이 불쑥거리며 눈물샘을 자극하게 되지만 말입니다^^

  • 전진진2007.11.30 09:53 신고

    거위의꿈~ 잘 듣고 가네요~ 화이팅,,, 멋진11월의 마지막날 되시길,,,,,,,,

    답글
    • 주방보조2007.11.30 14:43

      아...벌써 11월도 마지막날이 되었군요.
      님의 댓글이 아니면 모를 뻔 하였습니다.^^ 님도 멋지게 마무리 하세요^^

  • 김순옥2007.11.30 12:08 신고

    참 이상한 게 아이들이 집을 비웠다고 생각하면 허전해요.
    평소에 늘 늦게 들어와서 집에 있나 없나 싶을 때는 모르는데
    하룻밤이라도 비운다고 생각하면 그렇거든요.
    원경이가 졸업을 앞두고 수학여행을 떠난건가요?
    성숙한 모습은 벌써 중학생이 되어 보이네요.
    아이들이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얌전하다는 의미가 소극적이다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한빛이더러 텔미댄스 좀 확실하게 배워오라고 하는데
    혼자서 막춤추는 것은 좋아하는데 춤에 강한 흥미는 없어 보여요.

    원경이가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오리라 믿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11.30 15:01

      원경이는 좀 고지식하지요.
      녀석이 선생님이 전화하지 말란다고...진짜로 전화를 하지 않았어요. 진실이나 나실이는 꼭 한번씩은 전화를 하고 보고싶니 운운하는 말을 했었는데 말이죠^^
      두시간쯤 있음 집으로 돌아오겠네요.
      녀석을 만난다는 것 때문에 약간 들떠 있답니다.ㅎㅎ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아이들이 춤에 더 흥미를 느끼는 모양이지요?

  • 쉬리2007.11.30 15:54 신고

    딸아이 결혼 시킬 때면 남모르는 집에 떠나 보내는 마음이
    시큰 거리긴 하지만 적응하게 되더군요.
    자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결혼 시켰어도 여전히 내 자식이거든요.

    2007년이 한달 만 남았어요.
    아이들 떠나보낼 날이 가까와 오는군요.
    자녀들과 함께 하심이 무척 행복해 보이세요.
    좋은 아빠십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11.30 20:45

      ...딸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위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위로도 있습니다만
      저의 마눌을 보면^^ 일년에 겨우 대여섯번 강건너 계신 친정어머니께 가거든요.
      아이들 크면 떠나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안 가도 골치고^^
      다만 헤어질 때 더 사랑하는 자가 더 슬플뿐이고요. 대부분 부모겠지요.

      좋은 아빠라 해 주셔서...고맙습니다. 진짜 그런 아버지가 되는 것이 어려서부터의 제 꿈이었거든요. 턱없이 모자라지만...좋은 아빠라는 평가가 듣기 싫지 않습니다^^

  • malmiama2007.11.30 18:27 신고

    원경이..좋은 서비스 댁 민하와 마찬가지로 부쩍 성장했군요.
    결혼식 때 많이 우시겠습니다.

    유민이 결혼식 때..저도 마찬가지겠지요?
    저야..뭐 워낙 눈물이 많으니까...대수롭지 않게들 여기겠습니다만.^^

    답글
    • 주방보조2007.11.30 20:51

      전...진실이 나실이 보내면서 일단 연단이 될 것이기 때문에
      원경이 보낼 때는 좀 덜 ...울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연단대신 점점 더 에스컬레이트 되어 더...울게 되지 않을가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일단 시간이 가면 알게 되겠지요^^

      말집사님은 저보담 눈물이 적을 것같아 보이셨는데요...ㅎㅎ

    • malmiama2007.12.01 16:23 신고

      아내와는 대화 중에
      조금만 감정이 동해도 서로 눈물 흘리며......서로 웃어요.^^

  • shlee2007.12.02 21:26 신고

    원경이의 소녀시대...
    그 유명한 소녀시대의 주인공 원경
    원경은 자신이 소녀시대를 지금 누리고 있음을 알까?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그 시대를
    만끽할 수 있기를...
    원경이 디카가지고 갔다는데
    혹 수학여행 때 춤 춘 소녀시대 동영상 없나요?

    답글
    • 주방보조2007.12.03 05:34

      그게...우리집 가보인 그 싸구려 디카가
      가자마자 고장이 나서 쓰질 못했다고 하더군요.
      겨우 세장 달랑 친구사진과 방 풍경만 있고요.

      어제 열린음악회에도 소녀시대가 나와서 소녀시대를 춤추며 불렀는데...보기도 싫었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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