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아내와 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었습니다.
'진실이의', '진실이에 의한'은 빼고, '진실이를 위한'^^ ...준비 작업이 너무나 신경 쓰였기 때문입니다.
아침은 근대국으로 해 주세요...이미 두 주전에 오랜만에 근대국을 먹으며 시험보러 가는 날은 이것이 좋겠다고 주문을 해 놓은 상태였으므로 고민할 것이 없었습니다만
그 외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동태전거리, 쇠고기볶음거리, 도라지 더덕 연근 취나물 등등을 사 왔고
저녁 늦게 아파트 앞에서
이건 가평산이예요...라며 믿기 어려운 선언을 하시는 아주머니에게 잣과 호두도 샀습니다.
진실이와 시험치는 장소인 광양고를 같이 가서 교실을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쉬어가며' ...'슬슬'...'너 좋은대로' 등등의 평소 절대 쓰지 않았던 언어를 구사하며 다음날 시험을 대비하게 하였고 다행히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였습니다. 뭐 제가 그러지 않았어도 워낙 잠은 잘자는 아이니까...잘잤겠지만요.
아내는 새벽 0시 조금 넘어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설겆이를 하고 죽을 끓이기 위하여 찹쌀을 �고...등등...
저는 조금 도와주다가...밀린 운동을 해야겠다고 나가 잠실대교지나 테크노마트까지 한강길을 걸어 1시간20분, 만보를 채웠습니다. 물론 오며 가며 하나님께 기도했지요. 진실이가 시험을 실력껏 잘 치게 해달라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거의 모든 작업을 마치고 3구짜리 가스렌지 위에 냄비들이 나란히 김을 식히고 있었습니다. 근대국, 잣죽, 쇠고기 피망볶음...
그리고 명태전과 연근조림 취나물 ... 더덕은 밤중에 몽둥이질을 할 수 없어서 못했다며 아쉬워 하였지요. 마무리 하고 잔 시간이 새벽 3시 30분...
...
6시에 저는 딸들이 사는 새집으로 가서
진실이의 손을 잡고 기도하고, 나실이와 원경이를 깨워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새로 산 보온 도시락에 이것 저것 채워 넣는동안
진실이는 밥과 함께 이것 저것^^ 집어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했습니다.
이럴 때 가만 있으면 제가 아니지요.
'너무 많이 먹으면 안돼...그만 먹어'...그래도 참 부드러운 말투였습니다.
...
7시 30분
진실이의 책가방은 제가. 보온 도시락은 나실이가, 그리고 보온병은 원경이가 각각 나눠들고
우리 넷은
보무도 당당하게 재잘재잘거리며 광양고 고사장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중간에 국민은행이 있는 골목에서 제 눈에 띈 자동차 번호가 7777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1004번이 눈에 띄었구요
웃으며 오늘 진실이에게 좋은 일이 있을려나보다...라는 아주 미신적인 농담을 건넸습니다.
7시55분
광양고 앞은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선배들 응원하는 녀석들의 괴성들과 커피 나눠주는 이들과 엉킨 차량들 촬영하는 카메라들 그리고 경찰들...
입구 몇 미터 전에서 저는 진실이를 포옹하고 마지막 기원을 하였습니다.
진실아 실력껏 치고 그리고 약간의 행운도 있기를 바래...
키가 유난히 작은 저의 착한 맏딸 진실이가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
이 눈물 많은 아비는 또 콧날이 시큰해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실이와 원경이를 뒤에 두고 홀로 앞서 가면서 ...
마음 속에 미안하다, 미안하다...그런 생각이 샘물처럼 솟아나와 눈물이 되게 하였습니다.
...
고집센 아비의 뜻을 따르느라 힘들었을 딸...
부디 무사히 시험을 치루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활짝 날개를 펴기를...
못난 아비의 간절한 소망을 기도에 담아 봅니다.
-
쩜님은 자랑스런 아버지이십니다.
답글
독수리 오형제도 아버지의 뜻을 다 알고 있을 테니, 속으로는 고맙게 여길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덕에 올바른 생각을 키워올 수 있었고, 또...여기저기 사교육장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힘들게 다니지 않아도 되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 쩜님의 아들, 딸들은 그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건강한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쩜님이 눈물을 흘리시면, 아이들이 무거워 할 겁니다. 얼레리꼴레리 흉도 볼 겁니다. ㅎㅎ
미안할 것이 어디 있습니까. 자랑스럽게 어깨를 쫙 펴고 활짝 웃으실 일만 있을텐데...
착한 아이들이 있어 쩜님은 행복하신겁니다.
오늘, 아무쪼록 진실이가 무사히 시험 치르기를 멀리서나마 기도합니다. -
자정이 지나 만보를 하시면서 따님을 위해 기도하셨다는 부분에서 제 콧끝이 시큰해 졌습니다.
답글
아버지의 정이 너무 깊고 따뜻하고 참 아름답습니다.
부인께서는 새벽 세시 반까지 주무시지 않고 음식 준비하시고... 정말 감동, 감동이에요.
진실이는 이런 멋진 부모님의 정성의 결과로 아름다운 성인으로 성장할 거라 믿습니다.
다섯 아이들은요, 제가 말씀 드린 바 있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부모님의 사랑에
깊이 감동하고 감복할 거에요. 제가 장담합니다요!^^
진실이가 시험 무사히 잘 마치고 나오길 저 또한 기도드립니다. 홧팅!! -
훌륭한 부모님 그리고 훌륭한 수험생 진실이에게 축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답글
만족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쉬움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소의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지나간 시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결과가 나와서 다시 원서를 쓰게 될 때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지라도
적어도 그때까지는 맘껏 자유러로움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논술이 또 있는건가요?
지켜보는 우리 모두가 진실이를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
제 큰 애가 국악중에 중학입시를 치루고 들어가는 바람에,
답글
입시날... 교문 안으로 애들 들여보낼 때의 그 울컥 하는 마음... 너무나 잘 압니다.
돌아서오는 무거운 발걸음... 그것도요.ㅠ.ㅠ
하여튼...
이 난리법석의 교육현실 속에서 사교육 제로를 이뤄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남모르는 갈등이 있었겠습니까!!!
쩜.님과 사모님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네요.
지금쯤 시험이 끝났을라나요?
이런 노력에 합당한 결과가 있을 줄 믿고..
한동안 진실이도, 쩜님도 일단, 푸우욱~~~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사교육 제로^^
이건 정말 대단한 성취였습니다. ㅎㅎ 아쉬운 것은 성적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인데요
그래도 '중간'은 가니까 절반은 성공이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지요^^
갈등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주창하고 아내가 기꺼이 동조한 우리 가정의 주요한 정책이었거든요.
우리 둘 다 사교육 제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비록 시대는 달라졌을지라도 ...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대 원칙은 절대 변치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근데...
미안하더라니까요. 휴... 그러나 잃는 것만큼 얻는 것이 보이지 않게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아~ 이 믿음때문에 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부럽네요..저는 대학3학년때 아버지가 하늘로 가버리셨는데.....
답글
그래서인지 저도 큰 시험을 앞두고서 아버지가 더더욱 보고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 만으로도 따님은 앞으로 무슨일이든 용기를 가지며 해 나갈수 있을것 같아요~
계속 따님께 힘주시는 아버지 되시길 바라고, 또 따님의 수능 대박도 기원합니다~! -
-
"그래도 참 부드러운 말투였습니다" - 압권~ ^^
답글
진실이는 진실하게 자기만의 몫을 가지고 당차게 살아갈 것같은 예감이...
샬롬~ -
새벽에 깨워 손을 잡고.. 기도를.. 그 장면이 눈에 삼삼하군요.
답글
유럽 동화에 나오는 농촌가정의 모습 같아요.
가족 응원단이 많아서.. 씩씩하게 들어갔을 것 같군요.
읽다가 문득.. 30년전 제 예비고사 치러가던 순간이 기억됩니다.
아버님이 교문까지 데려다주시고는 바카스인지 뭔지... 정신 나는 데 도움되라고
손에 쥐어주시던 기억이..
자상함이란 없던 무서운 아버지였지만.. 당신도 콧날 시큰하면서 출근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사 깨달은 거지만...
수고한 진실양..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 논술은 시험에 잘 나오는 몇가지 주제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주제 소개가 잘되어있는 몇가지 책을 (두어권이라도) 사서 읽어보면
흔히 나오는 주제에 대하여 최소한 상식을 얻을 수 있을 거에요.
(깊이 있는 지식 같은 건 하루 아침에 쌓을 수 있는게 아니니.. 평소 실력으로..) -
반듯하게 가르쳤고 반듯하게 배웠는데.....까짓 수능이 인생에 있어 뭔 대숩니까!
답글
어련히 잘 될라구요.
걱정또한 사족이십니다.
정많으신 쩜님!!
위에 방가운 청랑님도 보이세네여~(동면, 칩거중이신가 해떠이~~) -
논술에서.. 글 쓰기는 많은 지식을 갖추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답글
매일 한 편씩의 에세이 쓰기 같은 걸 연습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미래' 같은 주제로.. 글을 한편 쓰게 해보세요.
어떤 점이 장점이고 어떤 점이 약점인지를 파악해서.. 글쓰기를 지도할 수 있을 겁니다.
'약점이 없는 글' '문제가 없는 글'도 좋지만
'강점이 있는 글' '문제는 많아도 버리고 싶지 않은 글'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비밀댓글] -
요리왕님은 정말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십니다.
답글
한참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생각해봅니다..
한없이 부족한 엄마이기에 그런것 같아요..
그동안 수고한 따님에게 좋은소식있기를 바래봅니다. -
애틋한 아버지..십니다. 정많고..사랑많고...
답글
저는 수능 날 아침 형민이를 차로 바래다 줬습니다.
작년 정민이 때를 거울 삼아 좀 돌더라도 넓은 길을 택해 바래다줬는데,
40여분쯤 여유있게 도착 했지요.
집에서 출발 전에 아내와 둘이 형민이를 위한 기도를 했습니다.
저는...차분함과 더불어 쌓인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아내는...좋은 컨디션과 환경을 구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시험을 봤다고 했습니다. 비교적 실력만큼은 본 것 같은데...
표정은 밝으나...성적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은 녀석입니다. 분명 알텐데 말이지요.^^ -
벌써 지난 얘기가 되어버렸네요.
답글
기도하시는 그 마음..
겪어 본 바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지금의 분위기는 어떤지...
진실이의 노력에 하나님이 주신 행운이 더해졌겠지요?-
주방보조2007.11.18 00:07
첫 아이라서 시행착오가 좀 많았던 것같아요ㅜㅜ
이과에서 문과로 바꾸는 시기도 그랬고,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그랬고 ...아이의 한계에 대한 대처도 그랬고 두루두루 부모역할 제대로 못한 것같아 미안했지요.
행운이라면 실력만큼은 나온 것같다는 것인데...갈 곳은 별로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프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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