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수능대박!!!

주방보조 2007. 11. 9. 00:15

진실이 수능시험이 딱 1주일 남았습니다.

 

수능대박...

진실이 전자사전 바깥에 굵게 씌여 있는 '주문'입니다^^

얼마전에 청담동 토끼굴을 지나가는데 거기에도 여기저기 낙서로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진실이 생각이 나서 쓴 웃음을 지었었습니다.

거긴 '왕'자까지 덧붙어 있는 것도 있더군요.

 

우리 맏딸 진실이는

11월들어서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평소처럼 잘 잡니다.^^

딸 셋 중제일 늦게 일어나는 것은 물론, 깨우지 않으면 절대로 안 일어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혹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그런 것이 아니냐...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이 있기를 제가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ㅠㅠ

 

문제집 문제풀이를 하며 문제마다 동그라미를 지나치게 크게 척척 쳐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껏 나온 모의고사 등급들이 다 잘못된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지나다가 한마디 하죠.

틀리는 게 없구나. 수능대박 나겠네...

 

진실이 반에서는 이번 2차수시에(아직 다 발표가 난 것은 아니지만) 겨우 한명이 합격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스스로 생각해도 무척 웃기는 일이지만 요즘은 이런 소식만큼 위로가 되는 것이 따로 없습니다. 

 

...

 

나실이에게

지지난 주말 야자에서 함께 돌아오면서 특별히 부탁을 했습니다.

 

나실아

너 야자를 수능 끝날 때까지 안 하면 안 되겠느냐?

왜요?

언니를 좀 도와야겠기에 하는 말이야

제가 함께 있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럼, 아무래도 잠도 덜 잘것이고...자면 네가 깨워 줄 수도 있을 것이고

글쎄요...생각해 볼께요

 

그리곤 나실이는 생각 끝에 야자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제 기대와는 다르게...

 

어제 열흘만에 다시 나실이에게 부탁했습니다.

 

나실아

언니 좀 도와주렴

뭘요

다음 주 수능 때까지만 야자 하지 말고 언니랑 같이 해 주라

아빠...제가 있어봐야 소용없어요, 절대 안 일어나요.

그래도 아빠가 마음이 힘들어서 그런다. 부탁한다.

알았어요,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렇게 할께요...그렇지만 언니는 안 깨요, 시계를 울려줘도 안 깨고 깨우면 신경질 내며 막 때리고...원경이도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언니만 아니면 콱 쥐어 패갰구만 그럴 수도 없고...

 

...

 

수능대박이 그냥 일어나는 일이겠습니까?

그동안 곁길로 새지않고 성실하게 땀흘린 아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복이지요.

 

진실이에게 수능대박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능대박이 일어난다면 ... 그것이 또한 복일 수도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분수에 지나는 대학을 들어가봐야 무슨 유익이 있겠습니까?

분수에 맞는 학교에 들어가서 ... 다시 한번 열심히 이를 악물고 공부하는 것이 옳지요.

 

...

 

메국의 어머니는 요즘 자주 전화를 걸어 진실이 공부와 시험에 대하여 물어보십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만 기도해 주세요" 하면

어머니 왈...

"나는 너처럼 잘난 기도  안 한다." 하십니다.

 

시험 당일 시험 점수 높게 나오게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께 사기쳐 주세요라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혹 이 손녀사랑이 기적을 만들어 낼까?'

'네 잘난 소리 듣기 싫다'하시며 전화를 끊으신 뒤 갑자기 떠 오른 생각입니다. ㅎㅎ

 

...

 

그러나 우리 맏딸 진실이는 평안합니다.

그리고 한편 생각하니...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 딸이 교만한 우리 부부를 얼마나 겸손케 만들어 주었는가를 생각하면

이 또한 보통 만만한 감사제목이 아니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줍니다.

 

...

 

일주일...수능...

 

어쨌거나 못난 아비된 저는 가슴이 계속 벌렁벌렁 합니다.

 

 

 

 

 

 

  • coolwise2007.11.09 09:37 신고

    아빠도 마음 평안히.. 평안의 즐거움에 동참하소서.. ㅎㅎ
    대한민국에 대학이 하나둘도 아닌데.. 정해진 길로 가겠지요.
    (앗.. 일케 얘기하다 수험생 어머니한테 얻어맞을 거 같은 예감.. ^^)

    준비한 것보다 더 나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게 보통 사람의 심리겠지만
    '하느님한테 속일 수는 없다'... 는 할머니 말씀이 참 귀합니다.
    공부 1등에게만 하느님의 뜻이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니..
    진실이에게도 자기 성격과 능력에 맞는 자신의 길이 준비돼 있지 않을까요?
    큰애 시험보던 날.. 제가 시험장에 데려다주던 기억이 납니다.
    첨 가보는 곳이라. 아침부터 헤매던 일 - 이건 아빠 잘못이고..
    도시락을 빼놓고 나와 출발이 늦춰지던 일 - 이건 엄마 잘못이고..
    평소 핸드폰 시계를 쓰다가 당일은 핸드폰 쓸수 없는데
    습관처럼 손목시계 안챙겨서 당황하던 일- 이건 지 잘못이고..
    아침 출동 준비만 철통같이 해놓아도.. 제1교시 몇문제쯤은 벌고 들어가는 일일거에요.
    수험생 부모님도 마음 담대히 하시고.. 수송전략 등등 잘 준비 하세요..
    (물론 빈틈 없으시겠죠..ㅎㅎ)

    그래도... 행운이 따르기를.. 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7.11.09 22:41

      준비철저...명심해야할 경구입니다^^
      수능당일 아버지의 역할이 시험장에 데려다 주는 것이라면...별문제 없을 것같아요. 차가 없으니까 ...
      점심은 무엇으로 준비할까 아내가 딸에게 여러번 묻더군요.
      핸드폰은 아예없으니...
      1교시 몇문제 벌고들어가는 일은 확보되었군요. 앗싸^^~

      바라는 행운이 있다면 아는 것 놓치지 않는 일 정도겠죠. 고맙습니다.^^

  • 김순옥2007.11.09 10:47 신고

    진실이 얼굴이 많이 핼쓱해졌군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함과는 달리
    지나간 시간동안 여러 가지 일들로 스트레스도 많았을 것이며
    건강 또한 많이 나빠졌을 것입니다.
    1주일쯤 앞두고는 충분한 수면이 제일 중요하다고도 합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는 시간이 되겠지요.
    1교시 국어 시험이 그날의 시험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도 합니다.
    그런면에서는 진실이가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암튼 남은 시간동안 건강관리 잘하고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기를
    ㅡ거기다가 행운까지 따라준다면 금상첨화구요.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진실아, 화이티!"
    꼭 응원한다고 전해주세요.


    답글
    • 주방보조2007.11.09 23:25

      고맙습니다.^^
      제일 힘든 것이 진실이겠지요.
      지나온 12년이 검증되는 순간이니...겁도 날 것이구요. 대략 수준을 알고는 있지만^^

      '진실이는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를 잘 할 것이다...'
      제가 평안을 누리기 위해서 진실이 앞에서 외워대는 자기 암시입니다^^
      정말 이젠 어느 대학에 가느냐 보다는 대학에 가면 어떻게 공부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갈 대학은 대략 정해졌다고 봐야 할테니까요.

  • 청랑2007.11.09 11:14 신고

    훌륭하신 아버지....
    진실이도 느긋이 시험 잘 보길....
    샬롬~

    답글
    • 주방보조2007.11.09 23:31

      허걱...ㅜㅜ
      한가지 훌륭한 일을 끝까지 해내긴 했지요. 사교육 0...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지만요. 주변에 아는 분들 중 그 누구도 동조하지 않았거든요. 아마 가난한데 자식이 많으니 사교육을 시킬 수 없어서 저럴꺼야 라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지요^^
      훌륭하다는 말은 과하신 격려라 생각되는구만요^^

      그래도...고맙습니다. 진실이에게 전하겠습니다. 훌륭하신 목사님이 시험 잘보라 격려하셨다고...

  • 소리2007.11.09 23:46 신고

    고 3의 압박을 잘 견뎌낸 진실이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문화는 정말 아이들 잡는 거 잖습니까.
    그런 와중에도 잘 견디어 온 진실이가 장하기만 합니다.

    각 사람마다 시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게 부모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청소년기라
    여겨지겠지만, 또 그렇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서나 혹은 그 후에 깨어나는 시기가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 때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혼자서 알아서 척척 잘 해 낼 거라 믿습니다.^^
    진실이에게 화이팅을 띄웁니다. 그리고 쩜. 님께도 하나님의 평안이 함께 하시길 빌어요.^^
    정말 너무 좋으신 아버지이십니당~~~^^

    답글
    • 주방보조2007.11.10 00:49

      진실이는 경쟁심이 별로 없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참 좋지요 평화가 이 아이의 분위기구요. 그런데 장점이 곧 단점이잖아요. 경쟁심이 없으니...발전이 없는 것이죠. 저는 닥달을 많이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더군요^^
      대학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면(지금은 가는 것이 문제이지만...) 달라지지 않을까...그런 기대를 하고 산답니다^^

      잘 견뎠다는 격려 감사합니다. 정말 그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 하얀파도2007.11.10 19:23 신고

    헤~
    작년에 아들녀석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오는데 왜케 눈물이 나는지...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들녀석..
    10분이상 누워서 잠을 자지 못하던 녀석...
    우유병조차 빨기 어려워 하던 녀석..
    죽어라 울어대던 녀석이...
    아무탈없이 자라주고 수능시험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정말 대견했었거든요.
    시험이 끝날 무렵 대문에서 아들을 만났는데...
    눈치를 보니 별로인듯했으나...
    아들늠이 시험 잘봤다고 하는 바람에 정말 그렇게 믿었는데..
    집에 돌아와 답을 마추어 보던 녀석이 밖으로 나가더군요.
    그날 밤 아들녀석은...
    친구들에게 업혀서 들어 왔습니다.
    화장실에서 노래도 부르더군요.
    마시지 못하는 소주를 세잔 마시고 정신을 잃었던 것이죠..
    이불에 멋진 섬도 그리고...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수능성적 아들늠 평소 실력대로 나왔다고 파도는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아들녀석은 최악이었다고 우기지만......ㅎㅎ

    무엇보다도 맘속에 평안이 있다는 것이 자기의 실력을 맘껏 발휘할수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기도해주는 아버지를 둔 진실이가 부러워요...

    답글
    • 주방보조2007.11.10 23:00

      저런...그 정도로 낙심되는 시험이 되었었군요.
      내신도 많이 반영하지만 수능이라는 단 일회의 시험으로 판가름내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역전의 기회도 거의 없고...

      우리 진실이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 좀 울겠죠. 성적나온 거 보고...지난 세월을 새삼 후회하면서...^^

      하나님께서 진실이 분수에 꼭맞는 학교 보내주시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 malmiama2007.11.11 19:11 신고

    어제 가족예배 때 대표기도자가 유민이었습니다.
    "유민아..오늘은 네가 기도하고나서 각자 또 작은오빠를 위해 기도하자꾸나!"

    각자의 기도제목을 올리며 유민이가 기도했습니다.
    그리고나선..형민이에게 모두 어깨든 무릎이든 손을 대고 돌아가면서 기도했고요.

    형민이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자다가도 기침가래 때문에 일어나곤 합니다.
    오늘..병원에 다녀왔는데...빨리 감기가 낫길 기도합니다.
    시험에 있어서는 감기..약이 문제니까요.

    오후 찬양예배 후 집에 왔더니..독서실에 가고 없더군요. 다..낫는지..

    답글
    • 주방보조2007.11.12 13:09

      형민이 ... 열심히 하는군요.
      건강해야할텐데...저도 형민이 감기 낫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요즘 시간이 갈수록 겸손해 집니다. 진실이 덕분에^^

  • Pia2007.11.12 14:55 신고

    진실이가 수능을 드.디.어. 보는군요.
    한 번씩 대충이라도 빠짐없이 점검을 하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느긋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 그리고 시험날 아침에 꼭 밥 챙겨먹고 가세요. ^^ 평소와 다르게 너무 많이 먹으면 똥 마려우니까 적당히 챙겨먹고, 느긋하고 자신감있게.... 시험장에 가기 바랍니다. 마음의 안정이 최고의 약이랍니다.

    잘 해 낼 거예요. 기도할께요.

    그리고...형민이를 위해서도...

    답글
    • 주방보조2007.11.13 00:04

      고맙습니다.^^
      똥마렵지 않도록 ...잘 주의 주겠습니다.ㅎㅎ
      실력껏 시험을 치고...분수에 맞는 학교 가면...족하겠습니다.

  • 이요조2007.11.12 19:15 신고

    이제 며칠 남지 않았군요!!
    진실이를 프로필에다가 내건 아버지의 심정도 알만합니다.

    진실이에게 일러주세요.
    많은 분들이 지켜보며 응원한다고요!!
    틀림없이 잘 될 것이라고요~~

    답글
    • 주방보조2007.11.13 00:10

      고맙습니다^^
      이런 날이 올 것을 누구나 알듯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결국 오고야 마는군요.
      조금 전 어머니 전화 하셔서 그러시더군요. 벌서 내 아들의 딸이 대학교에 가는 시험을 보다니 감개무량하시다고...
      여러분의 응원해 주심 딸에게 꼭 전달하겠습니다...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