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개꿈도 ...쓸모가 있다...^^

주방보조 2007. 11. 2. 00:12

아침 일찍 아이들을 깨우는 것은 언제나 제 몫입니다.
엄마는 깨워 봐야 소용이 없고, 아버지인 제가 나서야만 부스스 일어납니다.
아마 엄마의 무기는 기껏해야 소리지르는 것 정도인데
저의 무기는 발길질 내지는 몽둥이세례이니...다 계산에 밝아 나오는 행동이겠죠.

그래서 날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단잠을 깨웁니다.
진실이는 일어나면 제게 꼭 안기는 것이 습관이며
나실이는 꿈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녀석의 자주 보이는 특징입니다.
원경인...'네'하며 발딱 일어나고 충신이와 교신이 두 아들놈들은 '네~'길게 대답하곤 한번쯤 더 개기지요^^

...

오늘 아침엔
나실이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대단히 흥분한 표정으로 제게  와서 자기의 꿈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빠!!꿈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대충 내용은 이렇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
아이들을 엄청나게 통제했다.
책도 허락을 받고 읽어야 하며 그것도 5분만 읽으라는 것이었다.
동물들도 철창으로 가두어 놓고
독일군도 나타나서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었다.
아주 스펙타클한 장면이 계속되었고...운운

아침이라 바쁜 시간인데
계속되는 녀석의 꿈이야기를 듣고 편안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물어 보았지요.

나실아
네?
혹시 독일군이 세파트를 한마리 데리고 오지 않았니?
아니요.
그럼 새로 온 교장선생님이 애완견을 데리고 계시지는 않았고?
아니요.
그래? 그럼 개꿈은 아니구나...그래서? 이야기를 계속해 봐.

그러자
나실이는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아이 씨...'하면서 킬킬거리기 시작했지요.

왜 그래?
있잖아요...개가 있었어요.
무슨 개?
그 철창에 갇힌 동물들이 개였단 말예요.
푸하하하
킬킬킬킬
그러니까 개꿈이구나. 그냥 잊어버려라...
아이 씨...꿈이 무지 스펙타클했는데...왜 내 꿈엔 개가 자주 나오는거지?

곁에 있던 원경이도 진실이도 모두 함께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

개꿈도 그러고 보면 쓸모가 있습니다...^^

아침에 한바탕 웃음꽃을 우리에게 안겨줬잖습니까? 

 

 

 

 

 

 

  • 원이2007.11.02 01:41 신고

    개는 참 불쌍해...
    개깐에는 뭔가 대단한 메세지를 주려 꿈에 나오는데,
    사람들은 개만 나오면 개꿈이라고 치워버리니..ㅠ.ㅠ

    저희 딸도 아침에 일어나면서 꿈 얘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들어주다~ 들어주다~ 보면 좀 너무한다 싶어져요.
    그래서 짝! 째려보면
    싱겁게, "뻥이야!" 합니다.
    얘기 하다가, 자기가 얘기에 취해서 마구마구 지어내기 시작하는 겁니다.ㅎㅎ

    아빠한테 꿈 얘기를 하는 나실이...
    그걸 들어주는 아빠....
    참 행복한 장면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11.03 01:04

      저의 어머니께서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시는 것 중
      꿈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었거든요.
      둘이 일어나면 서로 꿈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시작했구요.대학생시절까지 즐겨 행했던 아침 세러모니였어요^^
      어릴적엔 이런적이 있었다더군요. 전 기억이 없는데...한참을 이야기를 하다가 어머니를 쳐다보곤 '이제 뭐라고 하지?' 라고요.
      꾸며댄 꿈도 상당히 많았다는...^^

      개꿈은 사전적인 뜻이...대중없이 여러가지로 어수선하게 꾸는 꿈...을 말하는군요. 개가 나오는 꿈이 개꿈이 아니라^^

  • 나우2007.11.02 02:37 신고

    게으름 피우다 내일 강의 준비를 이제서야 하느라 두시 반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일 아침 9시까지 이문동에 가야하는데... 자야만 할 때에는 꼭 딴 짓하고 싶은... 시험 때면 꼭 소설 책을 읽던 고등학교 때랑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딸래미가 문을 확 열어젖히면서 "밥 줘!"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깨어서 아이 밥을 챙겨줍니다. 엄마를 믿을 수 없어서 꼭 꼭 자기가 뭐든 다 챙겨야 하는 딸래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 아무리 구석구석 뒤져봐도 좋은 엄마일 수는 없는데... 그래도 은서(딸 이름입니다)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엄마고, 존경하는 사람도 엄마라네요.^^ 하나님이 정말로 저를 긍휼히 여기셔서 주신 귀한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은서 엄마"라고 불리는 것이 정말 소중하고 좋습니다.
    '
    '
    '
    그치만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07.11.03 01:09

      은서...이름이 참 이쁘군요.
      부모와 자식이라는 것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닌듯 합니다.
      그 둘 사이에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그런 사이? 자기 생명보다 소중하고 ...
      자식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비밀댓글]

  • 봄빛2007.11.02 10:12 신고

    빙그레~ 미소를 짓게 하는 아침 풍경.
    부모님 앞에서 수다쟁이인 아아들은
    절대로 엇나갈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개가 꿈에 나타났으니 개꿈 맞는거고
    돼지가 꿈에 나타나면 돼지꿈.
    원이가 꿈에 나타나면?
    헉~!! 그날은 몸 사려야 하는 날!

    답글
    • 주방보조2007.11.03 01:14

      흐흐흐...
      원이님 꿈에 나타나시면 어쩔려고 ...

      우리 아이들이요...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공부하는 것만 빼면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행복한 아이들이지요^^
      그런데 하루 종일 공부하라고 성화질러대는 아비와 사니...참 불쌍해여~

      우리 아이들은 꿈에 이 아비가 보이면...몸사리는 날이라 하지 않을까요?ㅜㅜ

  • 소리2007.11.02 18:21 신고

    하하.. 정말 정겨운 모습이네요.^^
    그런데 정말 아이들은 아빠의 말에 훨씬 더 빠르게 반응하나봅니다.
    저희 집 역시도 두 딸이 제 말은 뭐 별로 무섭지도 않나봐요.
    그런데 아빠가 한 마디 하면 재깍 듣거든요.
    너무 불공평해요. ㅠ ㅠ 엄마는 보들 야들 한 것이 구워먹고 삶아 먹어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ㅎㅎ
    개꿈이면 어떤가요, 이렇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하게 하는 아주 좋은 구실이 되는걸요. 그렇지요?^^

    답글
    • 주방보조2007.11.03 01:22

      반대로 생각하세요.
      엄마가 얼마나 푸근하고 친밀하면 그러겠어요.
      아버지는 아무래도 엄마보다는 거리감이 좀 있기 마련인가,,,생각하기도 한답니다.
      허긴 딸들이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서 아들도 있어야 한다는...ㅎㅎ

      꿈을 나눈다는 것...가족간에 좋은 유대관계를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어요^^

  • 김순옥2007.11.02 21:28 신고

    진실이의 포옹 멋져요.
    아침마다 일어나는 일상이지요.
    저도 한빛이를 "일어나라, 5분, 3분만! 한답니다.
    애교가 넘치는 개꿈이네요.
    저는 늘 돼지꿈 꾸기를 희망한답니다.

    한바탕 웃음꽃! 부럽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11.03 01:34

      진실이는 어려서부터 매를 맞아도 제게 안겨들었어요. 나실이는 씩씩거리고 흘겨보는데...
      요즘은 나실이 야자끝나고 딸아이들 집에 데려다 주면...진실이부터 제게 꼭 안기고 나실 원경도 그리하는데
      감사하지요^^ 딸이 셋이나 되어서...
      아들들은 뻣뻣하고 특히 충신이는 저보다 키가 훨씬 크니...멋적고...

      꼭 돼지꿈 꾸시길...^^
      근데 전 돼지꿈 몇번 꾼 적이 있었는데...아무것도 아니던데요^^

  • Pia2007.11.02 23:41 신고

    행복한 아침 정경이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개꿈이면 어떻습니까. ㅎㅎ

    그렇잖아도 요즘 복순이는 개 한 마리 사달라고 매일 개꿈을 꾸고 있는 모양입디다. ㅎㅎ

    개꿈 꾸고 학교갔더니 ... 별 일 없었댑니까?

    답글
    • 주방보조2007.11.03 01:43

      복순이가 복돌이때문에...소외감 내지는 외로움을 느끼나봐요.
      복순이와 아침마다 꿈이야기 서로 나누세요...개꿈이면 더 좋겠지요?^^

      안 되는 공부ㅡ하느라 날마다 ...괴로운 인생일텐데...개꿈 꾼 날이나 안 꾼 날이나 똑같지 않겠어요?^^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능대박!!!  (0) 2007.11.09
스타크래프트를 삭제하다.  (0) 2007.11.03
충신이의 분노...  (0) 2007.11.01
사고현장의 기록과 ...^^  (0) 2007.10.18
교통사고...  (0) 200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