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김치냉장고의 시대가 열리다^^

주방보조 2007. 11. 19. 02:22

항상 10kg에 1만원정도하는 중국산 김치를 사 먹는 우리는, 가끔 장모님이 보내 주시는 김치를 먹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지만^^, 배송료를 내지 않기 위해서 두박스를 사서 한 박스는 딸아이들 사는 집의 냉장고에 넣어놓고 다른 한통은 이리저리 김치통들에 나누어  냉장고 다른 식구들을 밀어붙이고 자리를 차지하게 합니다.   

김치냉장고에 대하여는 귀가 아프게 많이 들어봤지만, 그 고고하게 높은 가격에 질려서 이렇게 교묘한 말 한마디로 피해가곤 했지요.

"여보...이 좁은 집안 어디에 김치냉장고를 둘 데가 있겠소?"

 

그러던  

우리 집에

김치냉장고가 들어온 날은 우연히도 아내의 생일날이었습니다.

이 김치 냉장고는 유래가 있는 것인데, 자세히 말하기는 그렇고 간단하게 말하면...아내의 큰 오빠가 보내준 것입니다. 아내는 큰 오빠에게 '생일 선물 고맙다' 문자를 한통 보내는 것으로 입을 싹 �었고, 저는 아내의 그 문자 한통에 기대어 침묵하고 있습니다.

사나이 체면에 너무 고맙다 티를 내면...맘 좋은 동갑내기 큰 처남이 민망해 할 것이 틀림없으므로...^^

 

일단 이 김치냉장고가 들어온 후 우리는 이것이 우리 좁은 24평 아파트 공간 안에서 어느 자리를 차지해야 할 것이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현관 입구에서 비죽이 보이는 세탁실 앞쪽에 자리를 잡아 놓았습니다. 식탁과 겨우 30센치거리를 통로로 허락하였지요.

일단 오른쪽 아래 미닫이 칸에 쌀을 넣어두고...우리는 김치냉장고를 쌀통으로만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을 두고 연구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아내와 저는 과감한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두개의 물건을 버리기로...

하나는 두자 폭의 검은 색 책꽂이이고 다른 하나는 티비를 올려놓고 컴퓨터도 올려 놓았던 6자 길이의 낮은 수납장입니다. 이것들은 거실에 자리를 잡고 있는 냉장고와 붙어 있던 것들인데...이 책꽂이는 누가 버린 것을 줏어서 5~6년 동안 잘 써 왔던 것이고, 수납장은  아내의 돌아가신 둘째언니가 남기고 간 것이었습니다.

충신이를 동원하여 그 두 물건을 각각 6천원이라는 거금의 폐기비용을 지불하고 받은 표딱지를 붙이고 아파트 입구 대형폐기불 버리는 곳으로 운반하였습니다. 물론 충신이에게 수고비로 500원을 지불해야 했지요^^ 

그리고 김치냉장고를 냉장고 곁에 다정하게 붙여 놓았습니다.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것이 지난 주 화요일입니다.

 

...

 

김치냉장고가 우리 집에 들어온 후

우리는 김치냉장고에 마치 김치가 가득 들어있기나 한 것처럼 ...착각했었나 봅니다.

도무지 김치를 사먹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이소배기 한 팩을 사서 일주일을 먹었다든지 하는 그런 식이었지요.^^

마침내 교신이가 금요일 아침 불평을 토해 내었습니다. 김치가 없으니 밥맛이 없다고...우리 집엔 김치냉장고만 있고 왜 김치는 없냐고...ㅎㅎ

그날 밤 늦게 충신이를 데리고 이마트로 간 저는 간도 크게 중국산 김치의 거의 네배에 해당하는 값비싼 풀무원 김치를 한봉지 샀습니다. 물론 그것이 곁에 딸린 새끼봉지를 하나 달고 있었지만...

 

토요일 아침...

우리에게 찾아와 한가족이 된 김치냉장고에 불이 켜졌습니다. 실로 이 김치냉장고가 우리에게 온 이후 27일만에...

새로 산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넣고

좁아 터진 냉장고에서 신음하던 과일과 야채 일부를 김치냉장고 오른쪽 윗 서랍에 넣었습니다. 

이모님이 보내주신 햅쌀을 오른쪽 아랫서랍에 넣었구요.

수능에선 별로 발군의 재주를 보이지 못하던 우리의 진실이...설명서도 보지 않고 척척 설정을 다 해 놓고 '나 잘하지?'하며 뽐을 내고

이어

저는 식구들 앞에서 큰 소리로 선언을 했습니다. 

 

"드디어 우리집에 김치냉장고의 시대가 도래 했도다"

 

환호가...잠시 있었습니다. 아주 잠시^^...ㅎㅎ

 

 

 

 

 

 

 

  • 원이2007.11.19 02:47 신고

    와우!
    식기세척기 시대가 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치 냉자앙고오오~~~!!!
    올 겨울... 김장 담그셔야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11.19 07:22

      김치냉장고를 허락하신 하나님께서
      김치도 채워주시지 않을까요? ㅎㅎㅎ
      갈 낙엽처럼...머리털이 부쩍 많이 빠지고 있다는...^^

  • malmiama2007.11.19 09:09 신고

    울집 김치 냉장고엔 김치보다 다른 걸로 꽉차 있습니다.
    작고 오래된 냉장고론 부족하거든요.

    지난 주에 형님네 가서 김치와 깍두기..합쳐서 20키로쯤 받아왔습니다.
    고3도 있고 유민이도 어리고 하니 가져가라 하더이다.
    포천이 고향이신 형수님네는 고향에서 대대적인 김장행사를 치르거든요.

    그 날 이웃집에서 김장했다고 보내주고...윗집 김장 도왔다고 또...받고...^^

    그래도 김장을 할 겁니다.
    두 분만 사시는 장인,장모님께도 갖다드려야하고...
    김장을 위해 사둔 아주 좋은 양질의 고추가루도 건재하고,매년 공급받는 양질의 액젓도 있고..
    무엇보다 틈틈히 이웃의 김장을 도운 덕에 도와줄 사람이 많거든요.^^

    답글
    • 주방보조2007.11.19 18:36

      달팽님의 허리가 괜찮아야 할텐데요.
      김장은 제게 있어 정말 먼 추억거리입니다.
      결혼하고 초기에 둘이서 조물락조물락 겉절이 김치는 담아먹어 보았지만 대부분 사먹거나 얻어먹어 왔습니다.
      아주 어리던 대전의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돼지고기 보쌈도 없었고 그저 겉저리 길게 찢어 고개 젖히고 얻어먹던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는데^^

    • malmiama2007.11.20 15:32 신고

      물리치료 세 번만에 예전의 허리,다리로 돌아왔습니다.^^
      기도하면서..하나님의 도구로 두루 쓰임받는 아내의 회복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 주방보조2007.11.20 19:32

      다행이지만
      일단 탈이 났다는 것은 지난번보다 더 그 부분이 취약해졌다는 뜻이기도 할테니
      좀 더 조심하시길...^^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

  • 봄빛2007.11.19 10:46 신고

    근데..
    김치냉장고 앞에 있는 발은 무슨 용도로 등장했는지 그거이 궁금합니다.

    홍해를 갈라주신 하나님이
    직접 그들의 발로 걸어야 하는 수고를 거치게 하셨듯이
    김치냉장고를 주신 하나님이
    김장을 담그는 수고를 요하지는 않을는지...
    p.s 김장하시거든 보내실 주소는 비공개로 놓겠습니다.
    글타고 너무 많이 보내진 마서유. ㅋㅋ

    답글
    • 주방보조2007.11.19 18:40

      에 또...
      넘의 집 김치를 얻어와도...그거 끌러서 김치�물 뚝뚝 떨어뜨리며 '옮겨담기'가 얼마나 어려운질 정녕 모르신단 말씀입니까?^^
      쩌 아래 김치원정대란 글도 한번 익어보시면...그 애환을 알 수 있을것이라 사료됩니다만...ㅎㅎ

      발은 그 김치냉장고가 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라고...발도장을 꾹 찍은 것입니다.ㅋㅋㅋ

  • Pia2007.11.19 13:29 신고

    김치...먹고 싶어졌습니다.

    사진 속 발을 푹 담구었던 김치라 해도 모른척 하고 먹어줄 자신이 있을 정도로...ㅎ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7.11.19 18:43

      지금 김치없이 살고 계신다는 말씀이세요?
      조직에 가입하셨으니
      두목(누군지 모르지만^^)이나 부두목이 알아서 챙겨야 할 일 같구먼요.
      저는 아이콘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조직 넘버3이므로 책임이 없슴^^

      저 발...반신욕을 하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발로써...깨끗합니다. 연상이 되셔도 맛이 괜찮을만큼 위생적이라는...^^

  • 쉬리2007.11.19 15:38 신고

    빙고~
    김치 냉장고의 키에 맞춰서 앉아서 찰칵 했는데
    다리를 뻗고 있는 중~!
    하나님께서 재미있는 물건을 선물 하셨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7.11.19 18:46

      제가 가끔 일부러 제 발을 사진에 넣곤한답니다.
      원래는 나실이에게 부탁을 했었지요.
      나실아 거기 옆에 우아하게 서 있어 볼래?
      싫어요
      왜?
      쪽팔려요...ㅎㅎ
      그래서 할 수 없이 못난 발모델을 등장시켰다는...

      ㅎㅎ 하나님께서 거기 채워넣을 김치도 많이 준비해 놓으신 것같지요?^^

  • 김순옥2007.11.19 16:02 신고

    꽤 오래 전에 언니가 사줬는데 그때 작은 크기로 샀답니다.
    좁은 집에 자리도 마땅치 않았지만 냉장고라는 게 크면 큰 만큼 들어가게 되어 있다는거죠.
    냉동고는 동생이 미국에 가면서 주고 갔고 거기다가 작지 않은 냉장고까지
    항상 가득차 있거든요.
    김치 냉장고 역시 항상 김치가 채워져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 돌아가시던 해 그러니깐 5년 전의 김치도
    맨 아랫칸에 있을걸요.
    여전히 김치는 시골에서 택배로 보내옵니다.
    이번에는 알맞게 큰 무 김치를 보내왔더군요.

    온 가족의 세레머니속에 김치냉장고가 가동을 했으니
    교신이 좋아하는 배추김치도 떨어질 날 없기를 기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11.19 18:54

      지금 김치냉장고엔 풀무원 김치가 1/8, 시루떡^^이 1/8...나머지 6/8은 비어있습니다. 오른쪽 서랍빼고^^
      김치원정대가 바뻐져야 빨리 꽉 찰텐데 말입니다. ㅎㅎ

      5년전 김치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식구들이 새 김치를 좋아한다는 것과 많이 먹지 않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나요?
      허긴 한얼이마저 없어...식구가 단촐하여진 탓도 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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