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미스터빈의 홀리데이가 개봉된 금요일 그러니까 8월17일
아내와 저는 건대 앞 롯데 시네마에서 그 영화를 보기로 하고 퇴근시간에 맞춰
5시반에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급하게 나오다가 비스듬이 돌아 앉은 원경이의 비난을 받아넘겨야 했습니다.
왜 엄마 아빠만 둘이 매주 데이트를 하느냐는 것이죠.
제가 반문했습니다.
너는 장차 네 애인과 데이트할 때 아빠를 끼워주겠느냐고...
디워나 화려한 휴가 등에 가리워 미스터빈의 홀리데이는 자리가 넉넉할 것이라고 믿고 간 우리...아니 저에게 제9관의 시간표가 낭패를 안겨주었습니다.
미스터빈은 4시30분 상영 뒤에...24시와 26시 상영만 있었습니다. 그 사이엔 화려한 휴가가 자리를 잡고 있고...
미리 알아보라 그랬잖느냐는 무서운 마눌님의 원망어린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날은 닮은 꼴 두 여인에게 ... 비난받는 날이었습니다.^^
...
저는 사실 환타지나 스릴러물을 좋아하지...코미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눌은 제가 좋아하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하고 ...가볍고 코믹한 영화 정도를 즐깁니다.
이 미스터빈을 우리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놈은 충신이이고(몇번씩 비디오로 빌려보며 낄낄대었죠) 그 다음이 마눌입니다.
마눌은 그동안 볼만한 영화가 없다며 이 미스터빈의 홀리데이를 손꼽아 기다렸었죠.
그러다
막상 기대한 영화를 계획한 날 보지 못하자 무척 섭섭한 듯 했습니다.
사실 한참 혼났습니다.
...
이번주 월요일 우리는 오이도에 다녀와서 피곤하여 그냥 대충 저녁을 해 먹고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저녁 늦게 잠에서 깨어났죠.
내일도 휴가인데...아이들 몰래 심야극장이나 보고 옵시다.
휴가가 뭐 별 것이오...평소 못해본 것 해보면 멋진 휴가지...하며
지난번에 미리 시간을 알아보지 못한 잘못을 만회도 할겸 마눌을 설득하여
둘이 12시 10분전에 몰래 집을 빠져 나왔습니다.
날이 변덕스러워 혹시나하여 비닐 우산 하나만 준비했구요...12시 정각에 롯데시네마에 도착했습니다. 극장이 그만큼 가깝지요.
심야극장은 난생 처음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에도 사람은 꽤 붐볐고, 우리같은 늙다리들은^^ 없었지만 어린 꼬마들을 데리고 피서차 나온 이들이 젊은 남녀들 사이에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미스터빈의 홀리데이는 또 시간이 바뀌어 새벽 1시30분이었습니다.
자정에 맞추어 간 것이 다 허사가 되었습니다.
마눌이 한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어쩌냐며 저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마눌은 이 영화를 보고 실컷 웃고 싶은데...제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지요.
근데 저는 이럴 때면 왜 제 입에서 멋있는 말이 툭 튀어나오는 것인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 속에 혹 천재적인 그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인지...^^ㅎㅎ
"여보...우리가 이십년을 함께 잘 살아왔는데
이까짓 1시간 반을 우리 둘이 참아내지 못할 리가 있겠소!"...
...
3층의 오락실에 올라가기도 하고(12시까지만 영업한다고 문전박대)
편의점에 가서 먹을 것들을 사고 ...
갑자기 밖에 벼락처럼 쏟아지는 비를 감상하기도 하고...
앉아서 먹을 의자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표를 사고 그 가격이 4천원씩 8천원밖에 안 하는 것에 즐거운 미소를 나누기도 하고...
화장실도 들리고...
...
우리가 시간이 되어 들어간 9관엔 우리보다 먼저 온 3명의 젊은 남녀와 우리보다 나중에 온 한쌍의 젊은 남녀가 전부였습니다.
어설픈 뒤죽박죽 뒤의 해피앤딩...
과장된 표정과 몸짓이 가져다 주는 웃음도 그리 부담없는 것이 미스터 빈, 그의 특징인 것같습니다.
졸지도 않고...재미있게 ... 간간이 웃음이 터지면 신나게 웃고...
제 인생의 첫 심야극장은 그랗게 막을 내렸습니다.
...
아내는 아침에 아이들 학교가는 것 살펴주면서...
참지 못하고
우리가 심야극장에서 미스터빈을 보았으며 너무 재미있었다고 먼저 고백을 하였습니다.
딸들은 너무해요 라고 비명을 질렀고
충신이는...저는 다 알고 있었어요...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너희들은 절대 심야극장 가면 안된다...꿈도 꾸지마라...눈썹을 꿈틀거리며 호통을 쳤습니다.
녀석들 속으로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
와~~~ 두분 데이트 너무 잘하셨어요~~~^^
답글
심야극장도 꽤 괜찮은 경험이죠?
저희들은 신혼 때 심야극장 굉장히 많이 갔었어요.
스페인은 특히나 야행성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주말에는 심야극장에도 사람들이 붐빕니다.
영화 보고 나서 자정이 훨씬 넘어 바르셀로나 바닷가를 거닐기도 했던 게 생각이 나네요.
극장에 가서 영화 본 거는 어언 이년도 넘었죠 아마.. ㅠ ㅠ
여튼 두분의 데이트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
아내와 둘이서 심야극장..가볼만 하지요.
답글
저희는 '디워'를 봤더랬습니다. 개봉 한 다음 날.
오랜 만에 단 둘이서 보니 흐뭇하더이다. -
미스터 빈
답글
저도 좋아하는데...
미스터빈 왜 이리 인기 있는거야...
밀양가자고 했다 못가고
화려한 휴가도 가자고 했다 못가고
결국 남편과 함께 아무것도 못 봤는데...
부럽네여. -
저는 남편과 함게 심야극장은 커녕 영화라는 걸 본 기억이 딱 하나뿐입니다.
답글
한얼이 아기였을 때...그것도 저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 뒤로는 남편과 영화보는 걸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지요.
혼자 아니면 가끔 친구랑...그것도 언제였던가 싶어졌구요.
언젠가 형부들이랑 언니들이랑 심야극장에 간 적이 있는데
열심히 졸다가 왔고 그 다음부터는 절대로 심야극장은 갈 일이 아니다...싶었습니다.
멋지세요.
이왕이면 그렇게 멋진 남편이 되어 주시는 게 베푸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기분좋잖아요.
아직도 미스터빈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군요.-
주방보조2007.08.25 00:26
흐...멋지다는 말씀은 제게 전혀 적합한 것이 못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못난 남편인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답니다.
그러나
김순옥님은 부부 함께 영화보는 일에 대해 너무 빨리 포기해버리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함께 할 그 무엇을 가진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5촌 아제부부는 매일 저녁 두시간씩 탁구를 친다하시고...두분만 여름 휴가도 다녀오시더군요. 아들이 셋 있지만...자식이란...부부 다음인 것이죠.
우리 부부는..노력 중이구요...
-
-
-
비밀입니다만...제가 아직 만으로 50이 안되었답니다^^
답글
아직 40대인 것이죠^^ 젊죠?
아하~~!
젊은 40대는 아이들 재워 놓고 심야영화 보러 가는것이군요.
자녀교육모임이 있을땐 아이들 재워 놓고 부부모임에서 가곤 했었는데..
아이들이 자라고 같이 모였던 사람들이 전국구가 된후론 영화보러 딸손잡고 갔었네요.
새벽에 퇴근한 남편이...
아이들을 깨워 같이 아침을 먹고 파도 손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아들늠이 한마디 하더군요.
동생만드려고???
동생은 밤에 만드는거 아닌감?
아빤 왜 우리들의 쿠션을 아빠의 전용쿠션으로 사용하는데...
아들과 딸의 거센 항의에도 남편을 팔에 힘을주어 저를 끌고 가더군요.
그리고 하는말...
우리 참 긴세월 달려만 왔다...
돌아보고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것 같은데...
매일 일만 하는 남편이라서...
조금은 여유로와진 생활에 무료함이 없는지 묻더군요...쩝쩝
사실 일을 해보고 싶어 찾고 있는데...
개미허리 파도가 선뜻 나설 자리가 없어서 하루 하루 보내고 있거든요.
다음부턴 영화보러 가실땐 들키지 마세요....ㅋㅋ-
주방보조2007.08.25 13:30
제가 충신이에게 이경우는 아니지만
어제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아빠가 잘못하는 것을 보면...아빠도 잘못하니 내가 잘못하는 것은 당연...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아빠는 잘못하지만 나는 잘해야지...이렇게 생각해야지
그리고 엄마나 아빠 허물은 슬쩍 눈감아 줘야할 때가 있다는 거 알아야 한다. 운운...
그리곤 말미에 그랬죠.
나라면 모른척 했을텐데...넌 엄마 닮았나보라고^^
잠시 쉬는 정도가 아니라
매일 즐겁게 쉬는 것...아이들이 자기들 세상으로 떠나기 전에
부부가 준비해 두어야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일...만나시길 바랍니다^^
일해야 세월이 천천히 간다더군요...
-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실아...사랑해... (0) | 2007.09.14 |
---|---|
두 친구... (0) | 2007.09.05 |
또 오이도...^^ (0) | 2007.08.23 |
오이도 여행^^ (0) | 2007.08.15 |
아들의 소망과 AS... (0) | 2007.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