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아들의 소망과 AS...

주방보조 2007. 8. 4. 06:15

작년 충신이는 저축한 금쪽같은 돈을 털어 전자사전을 하나 샀습니다.

샤프에서 나온 것인데 약 8만2천원 정도를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좀 작고 제대로 된 국어 사전이 없는 것이 흠이었지요.

누나들이 선물로 받은 전자사전을 쓰기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그것을 부러워 하였지만

누나들의 박대 속에 제대로 한번 빌려 쓰는 일조차 어려워지자

설 날 세배돈에다 중학교 입학한다고 몇 푼 생긴 용돈을 거의 모두 털어 이 물건을 샀습니다.

 

얼마나 손 안에서 잘 가지고 놀았는지

메모기능에다 주일날 성경공부나 설교를 받아 적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비록 시험점수야 형편없지만...영어 단어 찾는 일만은 얼마나 순식간에 해 치우는지 놀랄 지경이었구요.

저의 눈에는 전자사전을 다룸에 있어서는 이 아들 놈이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보였지요.

충신이에게 이 전자사전은...보물 1호...바로 그것이었습니다.

 

...

 

지난 5월 어느날...

충신이는 이 전자사전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왼쪽 액정 화면이 약간 깨지면서 1/4정도 파손이 되었습니다.

그 참담해 하던 표정이란...

 

그날부터 충신이는 제게 샤프전자 서비스센터에 가서...수리를 해달라 여러번 요청을 하였습니다.

몇번은 제가 바빴고

몇번은 녀석이 하는 짓이 꼴벼서^^외면했고

한동안은 녀석이 스스로 알아서 침묵했지요. 형편없는 학기말 시험성적 때문에 ...

 

...

 

8월이 시작되자

수개월 동안 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전자사전을 '제발' 고쳐달라 다시 요청하였습니다.

 

바쁘지도 않았고, 녀석도 요즘 공부한다고 오답노트씩이나 정리해대는 기특한 꼴도 보았으므로

인터넷으로 가까운 서비스센터를 검색하여 동서울 터미널 근처의 샤프전자 서비스센터를 찾아서

충신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비용은 제가 낼께요

당근이지^^

얼마나 나올까요

꽤 나올껄...

 

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우리는 사실 둘 다 그 서비스 비용이 얼마나 나올까 그것이 제일 궁금했습니다.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는 서비스 센터에는 아무도 없었고 ... 누구없소 소리를 지르니 안에서 착하게 생긴 30대 초반의 사나이가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내민 충신이의 망가진 전자사전을 보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맡겨주시면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수리 비용은 5만5천원입니다.

 

...

 

저를 녀석은 힐끗 쳐다보고 '제가 저축해 놓은 것이 6만원 조금 넘으니까 되겠네요' 라고 말했고

저는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그 직원에게 따지듯 말했습니다.

이건 서비스가 아니라 사기이잖소.

8만원에 산 전자사전 액정화면 가는 것에 5만5천원이면 당신들은 이 전자사전 나머지 부분은 2만5천원밖에 안된다는 것이요?

 

그는 변명을 하더군요.

처음 나올때는 비싼 값이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단가가 떨어진 것이고 서비스부품 가격은 처음 설정된 것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

 

부푼 기대만큼 크게 실망한 표정을 짓는 아들을 데리고 그 사기센터^^를 나와서

두란노 서적에 가서 옥성호님의 책도 한권 살펴 읽고 테크노 마트에 가서 오르락 내리락 구경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아들의 망가진 잔자사전 모델을 검색하여 그 가격을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7만2천 6백원...거기다 5만원짜리 디카 인화권과 화면 보호 필름과 건전지10개도 덤으로 얹혀 있었습니다. 새  것을 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결론이 너무도 쉽게 나왔습니다.

 

...

 

집에 돌아온 녀석은 망가진 전자사전을 원경이에게 내밀며 '5만5원만 주면 이거 고쳐서 너줄께'라고 농담을 던졌고

원경이는 '미쳤어?'라는 대답을 날렸습니다.

 

저는 큰 딸들 저녁 먹으러 집에 왔을 때...'너희들 충신이 생일선물 할 돈 나한테 주면 충신이 전자사전 새로 사는데 보탤려 하는데 어찌 생각하니?'라고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선물비용 좀 줄여보려고^^) 물었더니

진실이가 '다양한 선물을 주는 것이 좋잖아요?'라고 되물음으로 저의 구두쇠전략을 간파해 버렸다는...ㅎㅎ

 

...

 

조금 전에

저는 ...가장 싼 모델을 사 주자 그것도 감지덕지할 것이다...주장했고

아내는...기왕이면 몇만원 보태서 발음도 나오고 한글 사전도 제대로 있는 것으로 사주자...주장하여

둘이 한동안 티격태격 타퉜습니다.^^

 

누가 이겼겠습니까? ㅎㅎ  

 

 

 

 

 

 

 

 

 

  • Pia2007.08.05 18:48 신고

    꼴벼서...? ^^ 이야~ 이런 단어도 있군요. 문득 전자사전으로 검색해 보고싶은 충동이... ^^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런데, 어느 분이 이기셨습니까? 궁금~

    답글
    • 주방보조2007.08.06 07:38

      마눌 이기는 남편도 있습니까?^^

      그렇잖아도 무척 궁금했는데...님도 잘지내셨지요?

  • 멍석바위2007.08.05 18:51 신고

    어쨌든 충신이 손에
    전자사전이 들려진 거겠고..
    좋은 아빠십니다

    그런데
    진실이의 눈치가 아빠를 능가하는군요

    오랜만에 정겨운 소식에
    웃음 짓습니다

    평안을 빕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08.06 07:41

      오랜만입니다.

      해외선교가 중대국면에 접한 것같으나...이번 일로 더 탄탄해 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김순옥2007.08.06 18:05 신고

    한얼이가 처음으로 샀던 A라는 고가의 전자사전이 액정이 나갔는데
    단종이 되어 6만원으로 보상판매를 해준다는데
    다시 C제품으로 사서 주었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 학교에서 잃어버렸다고 하고
    같은 회사의 저렴한 중고를 인터넷으로 사더군요.
    한빛이는 역시C제품으로 발음까지, 일본어등이 나오는 것으로 샀는데
    한문이나 영어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한글도 마찬가지구요.
    한얼이는 발음이 별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한빛이는 도움이 되더라구요.
    떨어졌을 때 충격방지를 위해서 케이스를 끼우면 나은 것 같아요.
    제 생각도 조금 더 보태서 브랜드 있는 것으로 사주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저는 일단 학교로는 보내지 않는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7.08.06 21:54

      충신이에게 전자사전은 합법적으로^^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정도이지요.
      요즘 가격이 많이 내려서
      이번에 주문한 것도 작년만 해도 10만원 중반대였는데 10만원이면 살 수 있더군요.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오이도...^^  (0) 2007.08.23
오이도 여행^^  (0) 2007.08.15
행복은 성적순...^^  (0) 2007.07.30
물소리 바람소리...그리고 우리^^  (0) 2007.07.15
진실... 3 바보들...  (0) 200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