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진실...2 결단

주방보조 2007. 7. 12. 12:45

이공계는 아무래도 힘들겠지?

예...

처음에 엄마가 문과가 네게 맞다고 한 것을 네가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이나, 2학년 말의 제안을 네가 무시한 것은 다시 언급하지 말기로 하자

예...

수2와 과탐은 거의 포기한 것같은데 맞지?

예...

게다가 네가 그래도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언어와 외국어는 대부분 이공계에선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더구나

예...

그럼 인문계로 가기로 한 것이냐?

예...

 

...

 

진실이도 수학공부와 과학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고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공계로 가려고 했던 것이 반드시 이공계가 자신의 장래를 건 분야라고 믿었기 때문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런 상태로 혹 이공계로 진학을 한다해도 공부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을 것임이 명료하므로 대학에 가서도 고생할 것이 뻔하며 이공계통의 직업도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였습니다.

 

...

 

대학진학을 할 때 자기 적성을 바로 알고 적절한 과를 선택한다는 것이

사실 우리나라 교육현실 상 어렵기 그지없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저도 그저 남들이 좋다하는 상대를 선택해서 들어간 후 얼마나 후회하고 힘들어 했는지 모릅니다. 그저 공부에만 매달렸지 자신에게 무엇이 적절하며 또는 무엇을 해야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내도 어른들에게 등 떠밀려 전공 학과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를 힘들 때마다 가끔 털어놓곤 합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 대학의 전공선택을 만족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점수로 대학가기가 예나 지금이나 하나의 기본 공식처럼 되어 있고...과선택도 점수로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고등학교에서도 형식적인 적성검사 한 두번 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특성을 다 파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진로 결정의 수고를 다 한 것으로  쳐버리는 것입니다.

 

...

 

진실이는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의 적성이 맞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공계를 원한 동기가 무엇이든, 이공계는 자신의 적성으로 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수학과 과학이 그것을 말해주었으니까요.

 

인문계로 가기로 한 것은

언어와 외국어가 형편없는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낫기 때문입니다. 좋아하지 않아도 적성은 더 맞는 것임을 알 수 있지요.

 

그러나 과연 진실이가 이공계를 좋아하고 인문계를 싫어 할까요?

저는 이것이 진학교육의 맹점...이공계가 무엇이며 인문계가 무엇인지...를 전혀 제대로 가르치지 아니한 교육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과학동아같은 잡지를 보다보면 이공계쪽이 너무 재미있어 보이게 되는 것...이것을 나는 이공계를 좋아한다로 착각해 버릴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지요.  아마 진실이가 그랬으리라 막연하게 추측할 뿐입니다.

 

...

 

선생님과 상담 후

진실이는 돌아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너무 늦어서 어쩌니 하고 걱정해 주셨고

수학하고 과학 성적이 너무 나쁘니까 붙잡을 수도 없구나 하시고

그래도 진실이는 착실하니까 잘 해낼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서울 안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려면 3등급 이상은 모두 나와야 한다고 하시고, 사탐이 또 걱정이구나라고 하셨어요. 

 

...

 

구체적으로 서울 안에 있는 대학도 하나 집어주셨는데^^

그것까지 이야기하면 진실이 프라이버시가 너무 침해되는 것이라 생각되어...멈추겠습니다.

 

...

 

어제는 녀석과 함께 사탐 네 과목을 모두 훑어보았습니다.

세계사 국사 세계지리 법사...

옛날 생각도 나고 재미있더군요. 저는...(수능 한번 다시 쳐 보고 싶은 생각도^^...)

 

녀석이 첫째라서...쩜.의 교육실험 대상 1호라서...시행착오가 참 많습니다. ㅠㅠ

 

  

 

 

 

 

  • coolwise2007.07.12 17:34 신고

    길게 보고 무슨 일을 하며 살건가.. 어떤 인생을 살건가 같은.. 방침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방향은 저절로 정해지는 것일테니까요.
    우리 교육은 그 점을 너무 소홀히 해서 - 도대체 고교 졸업할 때까지 인생의 목표가
    오로지 어느 대학이든 들어가는 것, 기왕이면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
    단지 그것 밖에는 아무런 꿈이나 비전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점.
    이게 참 맹점인 듯합니다.

    정해진 공식에 따라 시험을 보고.. 수능 점수를 받아 놓고 그제야
    의대를 갈건지 공대를 갈건지.. 법대를 갈건지 문학과를 갈건지.. 그나마 원서를 넣는 순간까지도
    지원율 라디오 중계를 들으며 천문학과 갔다가 지리학과 갔다가(하늘부터 땅속까지.ㅎㅎ)..
    이렇게 우왕좌왕하면서 평생 가야 할 길을 순간에 결정하게 된다는 건 보통 아이러니가 아니지요.
    도올 선생이 이런게 무슨 대학교육이냐고 일갈했다는데.. 크게 공감을 느꼈습니다.

    하느님께 맡기셨다니.. 기도하면서 앞으로 인생을 생각해보면
    가야 할 방향도 스스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그림이나 글로 세상 지친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는 삶도 괜찮을 텐데..
    ㅎㅎ.. 이런건 삼자가 이러쿵 저러쿵 할 일이 아닌 것 같군요. 하하..

    제가 딸내미 중학교 때 글재주를 알아보고.. - 넌 장래 작가가 되겠구나 했더니
    애가 피식 웃고 말더군요.. (실감이 안났겠지요)
    구체적인 계획없이 문과대학에 갔는데.. 교양과목으로 들은 문학시간에
    소설가인 담당교수가 창작 레포트 받아보더니 자기 과로 오라 하더랍니다.
    결국 문학을 전공했지요. 그럴줄 알았으면 책이라도 많이 읽을걸.. 하는 기분일 거에요.
    장래 그림을 일찍 그리면 그릴수록. 준비 기간도 더 늘어날 수 있겠죠.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07.07.12 18:06

      저는 쿨님처럼 그런 통찰력은 없고요^^
      그냥 원하는 것에 동의해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었질 않았겠습니까...

      그런 적성을 발견하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참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역량이 일치하도록 초점을 맞추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부모로서도 감이 안 옵니다.
      저도 사랑하는 것과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서로 맞질 않나 봅니다. 아버지노릇 사표를 내야 할 듯... [비밀댓글]

  • 원이2007.07.12 19:40 신고

    정말 느므나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애들은 정말 자기가 어떤 아이인지, 무엇에 관심 있고, 무엇에 강하며,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모색하는 중대사를 그저 소박한 느낌 정도에 의존해서 지나는 것 같습니다.

    한편,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회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고,
    그 직업들은 무슨 일을 하는건지... 대학 각 학과에서 무엇을 공부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사전 정보 제공이 너무나 주먹구구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구요.

    그런데 요즘은 구나 동에 있는 청소년 회관이나 사회복지 회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향이나 진로검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남산에 있는 청소년 상담쎈터에서는 무료로 받을 수 있구요.
    그런 검사를 2년에 한번 정도 꾸준히 받아보는 것이 좋다는 얘기들을 하더군요.
    그것도 자꾸 바뀐다네요.

    진실이가 뒤늦게나마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었으니,
    그 무섭다는 '치고 올라오는 힘'을 막판에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꼭 그렇게 되길요.^^

    답글
    • 주방보조2007.07.13 14:28

      이미 다 불을 켜고 공부하고 있는 데 뒤늦게 치고 올라와 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수능대박!!!!!!!!!!!!...ㅎㅎ
      수박이나 한통 사다가 먹어야겠습니다^^

      진로검사 적성검사 모두....그때그때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편향되어버리는 것같았습니다^^ 실력이 바쳐주 ㅓ야 어찌 해보지요^^

  • 청랑2007.07.13 00:46 신고

    진실이 화잇팅~!

    답글
  • 들풀2007.07.13 08:23 신고

    아빠가 함께 옆에서 공부해 주시구나..
    참 착한 아빠..

    현빈이가 고2.
    이공계를 택했는데 정말 과학 수학 점수가 영..
    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진실이 얘길 들으니
    다시 현빈이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겠네요

    답글
    • 주방보조2007.07.13 14:31

      들플님이 그래도 저 착한 줄 인정해주시군요^^

      그래도 이과가 뽑는 인원이 많아서 가기 쉽다고...진실이 담임이 말씀하셨다네요. 울 진실이는 너무 비참해서...그렇고...

  • 봄빛2007.07.13 09:48 신고

    아..
    2편으로 넘어오니 궤도수정을 하셨군요.
    어긋난 궤도를 운행하는 것보다는 훨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는 넒고 할 일은 많다!!
    진실이 홧팅~!!

    답글
    • 주방보조2007.07.13 14:39

      진실이에게 그랬습니다. 대학졸업하고도 진로를 바꾼다고...절대 늦지 않았다고...
      네가 좋아하하는 과라면...학교 상관하지말고 붙고보라고..,

  • coolwise2007.07.13 13:43 신고

    본래. 첫째 아이는 부모에게 시행착오가 생기는 거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실수를 많이 해보고 나서.. 둘째에게는 시행착오를 그만큼 줄일 수가 있는데..
    문제는 둘째는 또 첫째와 다른 인간이라는 거.. ㅎㅎㅎ
    그래두 쩜.님은 제2 제3 제4 제5의 기회가 주욱 기다리고 있으니..(부러워라..)
    점점 더 힘은 덜 들고 성과는 좋은 .. 일신우일신 업그레이드의 기쁨이 있지 않을까요?
    대신 첫째는 대학생쯤만 되어도 부모에게 좋은 조력자가 되기도 하죠. 친구처럼.. 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7.07.13 14:45

      사실 저희 대학 갈 때만 해도
      부모님이 합격불합격에나 지대한 관심이 있으셨지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 대하여는 신경도 안쓰신 것같은데 말이죠
      진실이 덕분에 나실이가...덕을 많이 보지요. 연년생이니...

  • 왕언니2007.07.14 00:12 신고

    맞아요 우리집도 7형제나 되어서 언니 오빠만 아버지가 구구단 가르치셨지 전 한번도 공부해라라는 소리 못들었습니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의견교환이나 상담도... 저도 수학이 젬병이라 수학 안해도 되는 과를 간다는것이 그만...사실은 미대에 가고 싶었거든요. 근데 우리때 그건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우리 딸이 고1 겨울 방학에야 진로수정을 하고 미대에 가고 싶다고 했을때
    두말 않고 밀어주기로 했습니다. 아빠는 결사반대했지만 마침 전주로 발령이 나서 주말부부였기에
    주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숨길 수가 있었답니다. 미술학원에 데려가고 데려오고 ...밤 두시까지
    근데 학원비를 감당 못해서 집안에 있는 금반지 를 죄다 팔았어요. 나중에 할 수없이 배째라 실토했지만 ..그래도 그선택이 적중하여 재수생도 떨어진 이대미대에 현역으로 그 학원에서 유일하게 붙어주어서 기뻤습니다. 남편에게 기도 펼 수있었고...

    엄마 아빠가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진실이가 진실하게^^ 귀 기울이고 공부할테니 잘 되리라 믿어집니다. 든든한 하나님빽도 있고...

    답글
    • 주방보조2007.07.14 07:44

      어머니들이...그래서 더 나은 결과를 얻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들은...저를 포함...대부분 세밀하지 못하거든요.

      저는 공대를 가고 싶었는데...적록색약이라 할 수 없이 인문계로 가야했지요. 그래서 진실이의 이공계 운운 때 별 반대없이 지지해 주었는지도 모르지요^^

      격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