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이가 수학문제집을 사달라고 하였습니다.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데 무슨 수학문제집이냐 저는 나무랐습니다마는
녀석이 누굽니까 우리집 넘버2 아니겠습니까. 넘버1 엄마를 꽉잡고 전횡을 일삼는 넘버2...
마눌의 명령을 따라
돈만 버리는 것 이라며 툴툴 거리면서 저는 원경이와 함께 책방에 가서 ...제일 싼 문제집 한권을 사다 주었습니다.
수학문제집을 받은 교신...다 펼치면 자기 키 반도 넘는 문제집을 들고 이방 저방 들락날락하면서 이사람에게 이것 묻고 저사람에게 저것 묻고 돌아다녔습니다.
가르쳐 주면 고개를 끄덕이며 금방 다 알았다는 듯이 특유의 잘난체를 하였었지요.
이렇게 학구열을 보이게 된 동기는
2학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치는 교내 수학경시대회 때문이었습니다.
다 맞으면 금상 하나가 틀리면 은상 두개가 틀리면 동상...
교신이는 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식...겸손하기는^^...
...
시험을 치기 바로 전에 교신이를 불러 놓고 한마디 하였습니다.
너 만일 은상을 못받으면 어쩔래?
열심히 했으니까 잘하면 금상을 받을 지도 모르겠어요...
글쎄 네 마음은 알겠는데 만약 3개를 틀리면 어쩔거냐고?
할 수 없지요...
얌마 할 수 없지요가 뭐야!
그럼 뭐라고 해요?...
다음에 받으면 돼!!!!라고 말하는 거야...
알았어요...
...
시험을 치고 돌아온 우리 막내 아들 의기 양양 제게 당당히 말했습니다.
아빠 나 금상받을거 같아...
저야 아이들 하나 둘 키워 본 것도 아니고...그냥 피식 웃어 주었습니다. 그래 잘했구나...하고
그리고 며칠후
저는 집 앞에서 함께 학교에서 돌아오다 만난 원경이누나와 이야기하는 교신이의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2힉기때 받으면 돼~~!!!"
...
사실 문제집을 사 준 것이 시험 2일 전이었으니까...그 문제집을 다 풀지도 못했고 ..겨우 그 정도 공부해서 아무리 초등학교 2학년 교내 경시대회라 해도 금상이니 은상이니 받는 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초등학교 때는 학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숙제 잘하고 교과 과정 잘 따라가기만 하여도 족하고 나머지는 실컷 놀아야 된다 믿습니다. 수학경시대회 같은 것 열어 아이들 과도한 공부하게 하고 그것으로 서열 매기는 것이 참 싫습니다. 그보다는 가르친 것 잘 배웠는지 매달 간단한 테스트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하지요.
교신이에게 그래도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첫째는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제집을 사 달라한 것이 대견했고
둘째는 은상을 받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는 것이 멋졌고
마지막으로 가장 훌륭한 점은 ... 아빠 말대로 상을 못 받았다고 징징거리지 않고 용감하게 다음에 상을 받겠다고 한 것 참 잘했다고...
...
교신이는 25문제 중 5개를 틀렸습니다.
그래서 놀려대었죠...금상 은상 동상...그 다음은 알미늄상 그 다음은 납상 그다음은 양철상...
와 너 양철상이다아~~~
그러면서
틀린 다섯문제를 살펴보았더니...
하나는 기호를 쓰라 했는데 숫자를 써서 틀렸고
두 개는 아차 실수로 틀렸고^^
두 개는 숫자에 부호를 대입하여 더하고 빼는 문제인데...2학년 교신에겐 좀 무리인 문제...
와...조금만 더 하면 ...금상 받는 것 문제없겠네...지금은 양철상이지만 다음엔 금상받아라 알겠지?
약간 얼굴이 붉어져서 ..그만 놀리세요 양철상이란 말 듣기 싫어요...하는 녀석의 엉덩이를 툭 쳐 주었습니다.^^
-
교신이 멋집니다.
답글
초딩2학년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공부를 하겠다고 문제집을 샀다는 게...
초등학교 저학년 실력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다 싶어요. 실수를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지요.
다음에는 꼭 금상을 탈 수 있으리라 믿어집니다.
식구들이 들락거려서 집에서 공부하는 한빛이에게는 기말고사 기간이
집중하기 힘들었답니다.
본인보다도 제 마음이 그렇더군요.
결국은 시험기간 벼락치기식 공부를 했지요. 12시에서 12시 반까지...
무엇보다도 국어랑 수학 공부를 할 겨를이 없었답니다.
지난번 국어시험은 98점으로 전교에서 단독2등을 했고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었고 수학 역시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단시간에 하기도 힘들었고...
결과는 제일 걱정되는 수학과목을 100점을 맞았답니다.
그것도 한빛이랑 거의 거의 라이벌인 친구는 수학을 제일 잘하는데 과목중 최하점수를
맞았고 반1등을 하는 학원의 민사고반 아이도 만점을 못 맞았다는데요.
한빛이 스스로 기적이라고 말하던걸요 ㅎㅎㅎ
아직도 의욕만 앞서지 주도적 학습이 되질 않아서 걱정이랍니다.
엄마의 역할은 한정되어 있고 다른 사교육을 생각하지 못한 상태고...
아이들 방학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미국의 꼬맹이들이 방학내내 있을 것 같아서
한편은 걱정이 된답니다. 항상 집안이 뒤숭숭한 상태거든요.
진실이나 나실이에게는 여름방학이 많은 무게감을 느끼게 될 것 같아요.
항상 화이팅을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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