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은주씨나 고 유니씨의 자살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미 소름을 경험한 바 있거니와
이번 고 정다빈씨의 죽음에서도 역시 비슷하게 머리 뒤가 쭈삣 긴장하는 일종의 소름을 경험하였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이들이 잠시 유명한 삶을 살다가 속절없게도 갑작스럽게 뻣뻣한 주검이 되어버렸으므로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다는 잠언의 말씀과 해아래 헛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천명한 전도서의 말씀이 기억나 일단 소름이 돋았고...
동료 또는 연인이라 불리던 이들이 신문과 방송에서 떠드는 것만큼 그 허무한 장례식에 별로 큰 애도를 보내지 아니하였다는 보도에 세상 인심 한번 참 고약함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허긴 뭐 크게 떠들고 소란스러워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마는...
조폭이 장악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연예계, 연예기획사, 그리고 피디의 권력 등을 떠올리며 거기 어린 그녀들을 밀어넣은 것이 가족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소름이 아니 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는 신문마다 그녀의 초상을 크게 그리고 여러개 올려놓고 줄줄이 이어지는 기사들을 나열해 놓아 오늘 있었던 그 어느 중요한 기사보다도 요란하게 페이지를 장식한 것을 보며...죽음조차도 상업성 그것으로 사용되어 지는 것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연예계의 그 화려한 무대에서 잠시라도 밀려 있다는 것이 이 예쁜 젊은 아이의 머리를 텅 비게 할만큼 소름끼치는 일이라는 것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소름은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누구나 경험하는 소름일 것입니다.
저의 소름은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갑니다.
...
그녀들의 영안실에 표시되어 있는 십자가...
그것이 보통 소름을 넘어서 저의 특별한 소름의 핵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녀들이 기독교와 조금이나마 연관된 이들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분명한 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십자가를 볼 때...헉~또~ 하는 실비명이 제 속에서 일어났습니다.
...
삼박자 구원, 고지론, 긍정적 사고 등으로 대표되는 성공지상주의가 이미 기독교를 정복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성공이야말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증거이며, 실패는 곧 하나님의 저주와 다를 바 없다는 신앙환경이 거의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성공이 형이상학적이고 탈 세속주의적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유감스럽게도 소위 말하는 천민자본주의적인 요소로만 가득합니다.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연예계를 들락거리던 이 아이들이 교회 생활을 개인적으로 그리고 충실히 했을리 만무하고
그저 가끔 듣는 설교정도나 가족들이 모여 나누는 신앙적인 이야기나 가지고 껍데기 신앙생활을 했을테니 ... 귀에 들리는 것 모두 성공의 하나님이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 자신의 침체상태가 하나님께 버림을 받은 것임을 스스로 확신했을 것입니다.
자살...
이것은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 한 개인이 전적으로 자신을 죽이는 그런 자기살해 행위만이 아닙니다. 사회적 타살이란 말이 가능하다면...자살은 거의 대부분 사회적 타살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소름끼치게도
그 사회적이란 말 안에
죽음의 상징으로 표시되어 있는 그 십자가가
죽음으로부터 사람을 구원하여 살리는 제 용도로서가 아니라...그 타살자들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언젠가는 교회가 자신들이 이런 종류의 타살자들이었음을 깨닫고 회개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날이...지독한 아픔과 가늠할 수 없는 슬픔 가운데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교회가 스스로 목을 맨 이 젊고 예쁜 연예인들 같이...스스로 소멸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어찌 교회를 사랑하는 이로서 온몸에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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