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세상에 대하여

저의 관심은 작가가 아니라 번역가...

주방보조 2006. 12. 19. 04:17
  • 노르웨이 최고 작가돼 돌아온 입양아
  • 쉰네 순 뢰에스, 한국어판 소설 출간맞아 母國방문
    02년 최고권위‘브라게 문학상’수상 작가지망생 한국의 동생 소개로 책내
  • 글=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사진=김보배객원기자 iperry@chosun.com
    입력 : 2006.12.18 23:50 / 수정 : 2006.12.19 02:43
    • 쉰네 순 뢰에스/작가
    • 생후 7개월 만에 노르웨이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 여성이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 수상작가가 돼 돌아왔다. 노르웨이 도서상 재단이 주관하는 ‘브라게 문학상’(2002년) 수상작가 쉰네 순 뢰에스(31)이 수상 소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18일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 이름이 지선(池善)이라는 쉰네 순 뢰에스는 “내가 쓴 책을 한국에서 출간하게 돼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너무 많은 관심에 긴장이 된다”고 밝혔다. 심장병을 앓던 쌍둥이 오빠와 함께 노르웨이 가정에 입양된 그녀는 5년 전 한국에서 친부모와 처음 상봉한 적이 있다.

      “저는 긴장됐지만 즐거웠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오랜 세월 감췄던 죄의식을 분출했기 때문에 제가 당황했습니다.” 입양 당시 그녀의 쌍둥이 오빠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속에서 힘들게 치료를 받았고, 친어머니도 병상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병원비로 집 월세보증금까지 다 써버린 아버지는 부인 몰래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남매를 입양시키기로 결정했다. 부모는 나중에라도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이사를 다닐 때마다 홀트아동복지회에 주소를 남기면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쉰네 순 뢰에스는 “일본에서 일하던 쌍둥이 오빠가 한국에 들러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갔다가 ‘꼭 보고 싶다’는 부모님의 메모를 읽었고, 바로 다음날 오빠가 부모님을 만난 데 이어 저는 그 다음해에 만났습니다.” ‘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 우리말 번역은 노르웨이에서 스칸디나비아 문학사를 전공 중인 손화수씨가 맡았고, 노르웨이정부가 처음으로 자국 문학의 한국어 번역을 지원했다. 작가 보다 한살 어린 한국의 여동생이 서울예대 문창과 출신의 작가 지망생이고, 언니의 소설을 문학동네 출판사에 소개해 한국어판 출간이 이뤄졌다.

       ‘아침을 꽃다발 먹기’는 쉰네 순 뢰에스가 4개월 동안 정신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청소년 소설이다. 조울증을 앓는 17세 소녀 ‘미아’가 정신병동에서 겪은 내면의 혼란을 가을, 겨울,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 변화에 따라 묘사했다. 소녀의 불안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기술했다.

      “책을 냈더니 18~25세 여성 독자들의 반응이 쇄도했다”는 그녀는 “작가란 이른바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의 언어 능력에 관심이 많은데, 나 자신도 어떤 면에서 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고, 누구나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창작 이외에 정신병동에서 심리 상담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이기도 하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라는 특이한 제목에 대해 “여주인공은 배가 고프다, 하지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보통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녀는 꽃을 먹는다. 아름다운 것들…그녀는 삶을 씹고 소화시켜내고 있다”는 것. “이번에 와서 부모님과 할머니, 삼촌도 만났다”는 그녀는 21일 오후 3시 서울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에서 강연회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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