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동침...

주방보조 2006. 11. 28. 00:03
 
아내의 막내 사랑은 좀 유별납니다.
아무리 저와 부부싸움을 하는 살벌한 분위기 중이라도 막내에게는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모를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둘사이를 전혀 별다른 세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한겨울의 칼바람 속에 따스한 김이 오르는 초가 한채가 연상된다랄까... 
물론 아이들 혼낼 때에도 막내 교신이는 특별대우...
게다가
평소에도  자주..."우리 교신이 너무 이쁘지요? 교신이만 보면 행복해져요~~"따위의 말을 남발하신다는 ...

그래서
저의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아내와 교신이 떼어놓기...였던 것입니다. 녀석이 7살 되던 해부터...

먼저 철학적^^이며 역사적인 교훈을 들먹거렸지요.
"여보, 이쁜 자식 매 한대 더 때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요"라든지
"키울 때 지나치게 잘 해 준 놈은 나중에 반드시 부모 뒤통수를 치는 법이라오"

또는 하소연을 섞어
"우리집 서열은 당신이 첫째고 교신이가 둘째고 내가 세째인 것 틀림없게 되었소"(이러다가 다른 놈들이 자기는 몇째냐고 물어대서 순위매기느라, 심통내는 놈 달래느라 본전도 못찾았지만)
"여보~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도 부부사이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오? 제발~"

그러나
말로는 해봤자인 것이
그동안 '말만 잘하는 남편'으로 찍혀 있어...호호 하고 웃어버리는 아내의 그 심후한 내공에 그냥 밀려나오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아내를 가운데 두고 저와 교신이가 함께 동침을 해왔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올해 녀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작전을 바꾸었습니다.
막강한 모성애로 무장하여, 남편은 곁에 없는 것 참아도 교신이 없는 것은 못참겠다는  아내를 설득하는 것보다는 ... 순진한 교신이를 꼬시는 것이 더 낫겠다 생각이 들었지요.
"교신아, 이제 초등학생이 되면 엄마 품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야~"
"교신아 8살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엄마 젖이나 찾으면 창피한 거다~"(녀석은 강력히 반발하더군요. 그런적이 없다고^^ㅋㅋㅋ)
"남자답게 물러서라~~~"

어쨋든 엄마를 닮아서인지...이 녀석은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언제나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자기를 맞이하는 엄마곁에서 잠이들곤 하였습니다.

옛날같으면 잠든 녀석을 번쩍 들어 충신이 옆에 떨궈 놓겠는데...요즘은 노화의 기미가 현저하여 번쩍 들 기력도 모자라는데다, 녀석도 무거워져서...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제안한 것이
격일제 동침...입니다.^^
하루는 엄마와 동침하고, 하루는 형과 동침하는 것...

눈물겨운^^ 설득과 충신이의 도움으로^^ 녀석의 동의를 반강제로 얻어내고 저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물론 녀석이 형과 동침하는 날 새벽이면 영락없이 안방으로 기어들어 왔지만...^^

바햐흐로...요즘 녀석의 '형과의 동침'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격일제를 넘어서^^

...

형과 함께 동침한 날이면...녀석은 찌뿌룩한 얼굴로 이런 저런 불평을 토해 놓습니다. 비록 176센티의 충신이와 127센티의 교신이의 동침에 어찌 어려움이 없겠습니까마는 ...
이미 대세는 기울어서 예전처럼 항상 엄마 품에 고이 잠들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 것입니다...ㅎㅎ
"형이 머리를 때리니...아프고 화가난다."
"형이 이불을 혼자 다 끌어 안고 자서 ... 추워 죽을 뻔 했다"
"형"이 발로 나를 짖눌렀다..."
"형이 ...~~~"

아내는 녀석의 이런 말을 들으면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교신이는 아직 어리다는 둥...제게는 씨도 안 먹힐 말씀을 하시지만
저는..그 대신에...
충신이를 짐짓 큰 소리로 야단을 칩니다.
"형이 동생을 잘 보살펴야지...때리거나 하면 되겠나! 날마다 함께 자야할 동생인데~~"

예...

"날마다"에 특별히 엑센트를 주고

속으로는 낄낄 웃으면서...^^

 

 

 

 

 

 

 

 

 

 

 

 

 

 

 

 

 

 

 

 

 

 

 

 

 

 

 

 

 

 

  • 원이2006.11.28 01:33 신고

    그렇게
    아내와 단 둘이
    동침 하고 시프세여~?
    헐~~.

    답글
    • 주방보조2006.11.28 14:34

      ㅎ~
      오랫동안...단 둘이서만 동침하신 분들이 어찌 아시겠습니까?
      이젠 '거의' 쫓아냈는데 ... 편하고 좋습니다.^^

  • malmiama2006.11.28 07:33 신고

    아내와 붙어자는 유민이가 어느날,
    자신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뒤이은 말때문에 설레설레~~하게 하더군요.
    "낮에 마음대로 어질러도 될 놀 방이 필요해요!"

    정민이가 기숙학원에 있는 동안 정민이 방에서 자게 해볼까했지만,
    싫다는 녀석과 미지근한 부.모. 덕에 그냥 넘어갔구요.

    요즘...침대에서 혼자 넓게 자는 게 좋습니다...이따금 유민이가 올라와 못살게 굴지만.
    새벽예배 다녀와서 걷어찬 이불을 덮어주면서...
    쑥쑥 자라는 녀석임을 새삼 느낀 오늘 이른아침이었습니다.

    답글
    • 봄빛2006.11.28 10:49 신고

      ㅎㅎㅎㅎ
      뒤통수를 치는 이유민.
      "낮에 마음대로 어질러도 될 놀이 방이 필요해요!"
      못살어..

    • 주방보조2006.11.28 14:44

      유민이야 어직 어리니까...
      그리고 비록 낮만이지만 게다가 빨리 독립할 마음까지 있으니...
      문제가 생기기도 전에 해결되겠구만요^^

      그렇게 어려운 춤을 다 익혔으니,,,더 부쩍 자라겠군요. 우리 유민이^^...

  • 봄빛2006.11.28 10:51 신고

    별걸 가지고 머리를 썩히니
    우에 사진처럼 머리가 빠자시지..
    쪼메만 지나봐요.
    같이 자자고 붙잡을까봐 교신이가 더 질겁을 할테니깐.
    근데에~
    사진에 머리를 위로 확 제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엄청 궁금해집니다.
    후다다닥~~~~~~~~~

    답글
    • 주방보조2006.11.28 14:51

      머리를 뒤로 확 제끼면...가운데 반도가 만들어 지고 옆으로 좀 벗겨져 있지요. 아직은 흉하지 않아요^^
      그래도 머리 숱이 적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이니... 5년쯤 지나면 박박머리로 다니게 될지 모르지요.

      교신이가 질겁을 할 때까정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머리가 빠지는 일인줄 아세요?^^ㅋㅋ

  • coolwise2006.11.28 22:54 신고

    으음.. 초등생이나 되어가지고
    엄마품에서 잔다는 것은 사나이로 태어나 할 일이 못됩니다.
    (ㅎㅎ 강력한 응원사가 되었나요?.. ㅋㅋ)

    답글
    • 주방보조2006.11.29 00:43

      제가 엄마 품에서 벗어난 것이 중1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같이 계시지 않았던 환경때문이었겠지만...너무나 당연히 누렸던 특권이었지요. 물론 단칸방이었지요^^...
      그래서 자라서도 숙기가 없고...대인공포증에 시달리고...그런 것이겠지요?
      우리 막내는 이렇게 되어서는 안되겠기에...괜찮은 변명같은가요? ㅎㅎ

  • 김순옥2006.11.28 23:17 신고

    위의 쿨아저씨의 말씀대로라면 저희집 막내는 절대로 사나이가 되지 못한다...그렇군요.
    하지만 자신이 늘 사내대장부임을 강조합니다. 절대로 마마보이나 파파보이도 아니라구요.
    동침...
    그 부분에서는 저희 부부가 좀 독특한 취향을 가졌다는 게 만천하애 들어날 일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저희 집 식구들은 밤마다 잠자리 변화가 있거든요.
    안방에서 부부 또는 부자가, 작은 방에서 부자, 모자...뭐 그딴식으로지요.
    단지 누구든 별 불평을 하지 않고 즐긴다는 것입니다.
    길어 보아야 중학교 가기 전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3개월? 남편은 아직도 막내에게서는 향기좋은 아기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머리에서 고약한 냄새만 나더구만요.

    어쨌든 아빠의 의도대로 변화되고 있다니 축하드립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11.29 01:04

      관건이 충신이입니다.
      다행히 동생과 함께 자는 것을 무척 기뻐하고 있고요...
      다만 여전히 장난으로 툭툭 건드리는 버릇이 조금 남아있어서...잘 때마다 제가 한번씩 경고를 해야합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마눌과 교신이는 잠자는 시간대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딱 맞는데
      저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죠^^

  • 잔느2006.11.29 08:20 신고

    충신이가 이불 뺏어가지 않게
    아예 덮고 잘 이불을 따로 주세요. ㅋㅋㅋ
    이불 뺏기는 고통.. 그것도 만만치 않거든요.
    신혼초에 제가 하도 이불을 둘둘 말아가서
    자다가 추워하는 남편 때문에 잠시 따로 이불을 덮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이불 덮는게 좋다는 남편 때문에 ^^;; 다시 한이불 덮었습니다만..
    요즘은 저희도 새빛 때문에 따로 잘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새빛 혼자 바닥에 재울 때도 있지만
    왠지 안스러워 제가 슬그머니 내려가서 같이 자거나
    아예 남편더러 혼자 바닥에 자라 하고
    우리 둘이 푹신한 침대에서 킥킥 대기도 합니다.
    남편은 그럴때 조금.. 소외감 느끼나봐요.
    우린 언제나 같이 잘 수 있는거냐고.. 비명을 지르네요. ^^;;;

    답글
    • 주방보조2006.11.29 13:29

      둘째 빨리 낳으시구요...^^
      되도록이면 새빛이를 바닥에 재우세요.
      그래야 동생에게 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덜들것같지 않으세요?

      좀 아이에게는 안돼보이는 것같지만
      가정은 부부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요^^ㅎㅎ

  • 왕언니2006.12.06 01:15 신고

    왜 부부는 꼭 한이불을 덮어야 하나요? 그법이 어디 있냐고요...^^

    답글
    • 주방보조2006.12.07 00:24

      절제와 관련되어 있긴 하지만^^...분방하지말라는 명령이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