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아들 충신이는 태권도 2품이고
초딩1학년인 막내아들 교신이는 이번에 태권도 1품이 되었습니다.
태권도장에 보내는 것이 우리집에선 유일한 사교육이므로,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딸들이 약간 불만이 있었지만
아들들이 태권도를 하는 것은 다 너희의 보디가드가 되게 하기 위함이니 불평말라고 무마했지요.^^
그런데
막내 아들의 태권도 수련과정에 좀 불만이 있었습니다.
녀석이 태권도장에 순 놀러가는 것같았고, 제가 아는 것과는 다르게 띠를 받는 과정도 영 시덥잖았거든요.
제법 찌르기에 바람소리가 나고^^ 발차기가 예리하여 지긴 하였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고 줄넘기나 잘하는 정도였죠.
그런 중에 지난달 빨간 띠를 받더니 며칠되지 않아 곧 국기원에서 1품심사가 있으니 심사비를 내라하였습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니
태권도 1품이 되려면 태극8장은 필수이고 태극1-7장 중 하나를 임의로 지정하여 통과해야 하는데
수련을 시작한 지 1년3개월이나 된 녀석이 품세를 제대로 하질 못하였습니다.
태극6장과 7장은 아예 모르고... 1-5장과 8장만 연습하였습니다.
사범님이 그리 하라고 하였다면서...
저는 인터넷에서 태극품세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6장과 7장 연습하기를 강요했는데...몇번 연습하더니 사범님 핑계를 대며 그만 두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녀석에게 그러면 그건 엉터리 심사가 된다고 말해주었지요.
평소에 충분히 1장부터 8장까지 연습하고 심사에 임해야지...몇몇 품세는 가르치지도 않고 심사받기만을 위해 훈련한다는 것이 영 수단만 부리는 것같아 ...수련생들이 너무 어려서 그렇다고 해도...
태권도...라는 이름에는 걸맞지 않은 행태로 보였습니다.
...
어쨌거나...
지난 11월25일
저는 충신이와 원경이를 데리고 수락산을 정복하고 돌아왔고
교신이는 국기원에 가서 1품 심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녀석은 그날의 일기를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습니다.
11월 25일 국기원에 갔다.국기원에 9명이 갔는데 태권도 에서 국기원이1번 이였다 내가.학교출석 1번 태권도 빨강띠 중에 1번학교 키번호 1번 이다너무싫다 내가먼저 시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우리는 국기원에서 997번 이었다.점수는 모르지만 60점 이상이면 합격60점 이하면 불합격 이다.너무 쉅다. 품새는 1장8장 하고스트레칭 약속 겨루기하고 밖으로 나왔다 사범님은 기분이 크게달라 지셨다. 오전9시에 태권도에 갔는데.우리가 너무 못한다고 품새를 했는데밥을먹고 12시까지 또 태권도장에 가서차타고 국기원에 갔는데 나오때 이렇게 말하셨다.모두 500점 너무 잘했어 하시고 사범님이 짜장면1그릇 쏘셨다 탕수육 대 시켰는데 나는 탕수육30게 먹고 다른 사람들은 별로 못먹었다왜냐하면 내가 다른 사람들이 다먹기 전에재빨리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
심사에 통과한 녀석에게 축하를 해주고
곁에 앉아 있던 충신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너희들 한놈은 2품이고 한놈은 1품이니 합해서 3품인 셈이네...나도 3단이거든...우리 한 판 붙어볼까?
호기심에 가득찬 녀석들이 물었습니다.
태극권을 했어요? 검도요? 뭐가 3단이예요?
흐흐흐...난 허풍이 3단이다 이놈들아~~~
...
요령껏 1품을 따게 해준 태권도장이나...나의 오래 갈고 딲은 허풍선이나...오십보 백보이리라...생각하며 녀석들과의 격투를 잠간 즐겼습니다.
충신이는 그냥 낄낄거리기만 하고 자기보다 작아진 허풍3단 아버지를 건들지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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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부터 유민이는 발레를 배웁니다.
답글
집에서 멀지 않은 무슨 문화센터에 등록했다고 하더군요.
몇년 뒤엔 태권도...배울 겁니다. 교신이와 한판 겨루기 할 날이...ㅎㅎ -
사실 태권도장에 대해서 때때로 불만이 많았답니다.
답글
수련을 한다는 것보다는 반 이상을 노는 것으로 떼우는 것 같아서요.
미국에 가서는 더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한 시간을 꽉 차게끔 정신과 육체적 수련을 제대로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심사 과정도 아주 꼼꼼하게 절차에 맞게 그리고 윗사람에 대한 예의도 철저하구요.
한빛이 3품 품증을 가져왔을 때 4백만원짜리라고 농담을 했었답니다.
이미 그 과정을 지나왔고 본인이 좋아하니까 4품까지는 하게 할 생각이랍니다.
한얼이는 어려서 2품까지 했고 미국에 있으면서 3품을 땄고 아이들에게는 사범이구요.
우리 나라는 어려서 배우다가 나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그만두고는 하지요.
미국은 주로 가족단위로 많이 하는 것 같더군요.
그보다는 허풍3단에 후한 점수를 드립니다 ㅎㅎㅎ
그리고 교신이 품띠 딴 것 아울러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주방보조2006.12.04 09:55
저 어렸을 적엔...태권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경이롭게 보였던 적이 잇었지요. 누가 태권도 한다하면...괜히 그 앞에서 주눅들고 싸워보지도 않고 지고들어가는...그래서 키가 작고 비리리한 녀석이 중1때 우리반 가오를 잡았었지요. 제가 당시엔 큰 편이었기 때문에 축구를 하다 시비가 붙어 맞짱을 뜨려했었는데...아이들이 귓속말로 말리더군요. '쟤가 태권도 2단이야' ..허거걱 놀란 저는 담부턴 조심해~하고 마무리했었다는^^
우리 아이들 다니는 태권도장은 ... 공개심사때 경품추첨이나 하고...맘에 정말 안듭니다. 신나게 놀기만 하고 돌아오니...정서적인 도움은 전혀 없는 것같습니다. 신체적으로야...건강해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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