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천원이 어떻게 제 주머니 속에 들어오게 된 것이냐하면
오랜만에 날이 좋아져서
아이들 다섯을 이끌고 살곳이 다리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진실이 지갑을 털어서 제 주머니 속에 넣은 것입니다.
코스를 이렇게 잡았지요.
건대역 고가전철 따라 아랫길로 가다가 성동교?를 넘어서 우측아래로 내려가서
곧바로 살곳이 롤러블레이드장으로...
사촌형이 준, 그리고 제가 이것저것 손봐서 꽤 괜찮아진 자전거를 잃어버린 충신이는 저의 자전거를 물려받고 덤으로 교신이를 뒤에 태우고,
저는 인터파크에서 5만7천원에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나머지 세딸들은 각각 자기 자전거를 타고 ...일렬로 만인의 부러운 시선을 의식하며^^갔습니다.
맨 뒤로 쳐져 헐떡이며 '교신이가 무거워서 힘들어요'를 외치는 충신이와 중간에 자전거를 결국 바꾸었지만^^ 가는 길은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게다가 살곳이 다리에서 중량천변을 따라 난 자전거도로를 달릴 때는
고추잡자리들과 드문드문 핀 코스모스...그리고 불어난 물이 가져다 주는 시원함까지 very good이었습니다.
근데 중량천 하구 잠수교^^가 물에 잠겨 있을줄이야!!!
다시 돌아서 살곳이로 가서 성동교를 넘어 집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지요.
...
성동교 다리 중간에서 사고가 생겼습니다.
제법 차려입은 자전거쟁이가 진실이와 부딪히고 진실이는 원경이와 부딪히는 삼중충추돌 사고였는데...사람은 다친이가 없었지만 대신에 원경이의 앞바퀴가 터져버리는 사고였습니다.
다리건너 문닫은 오토바이 가게 앞에 멈추게 하고 주저앉아 항상 휴대하고있는 간이 펌프로 바람빠진 원경이 앞바퀴에 열심히 펌프질을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
그래서 "돈 있는 놈 다 내놔"...하고 마침 지갑을 가지고 있던, 그리고 그안에 이번주 용돈이 5천원이나 남아 있던 진실이의 돈이
제 주머니로 들어오게 되었지요.
...
충신이는 다시 교신이를 뒷자리에 태우게 되었고
저의 새자전거는 진실이가 타게하고
원경이는 진실이의 자전거를 타게하였습니다.
진실이보고 앞에 서서 가게하고 나실이를 맨 뒤에 가게 한 뒤에...먼저 집으로 가라고 하고
저는 진실이가 빌려준 돈 5천원을 가슴에 안고^^
바람빠진 원경이 자전거를 질질 끌면서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 ...집쪽으로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
타이어하고 튜브하고 모두 갈아야겠는데요
얼마예요?
2만원이요.
튜브만 때우면 안될까요
타이어가 찢어졌잖아요 그리고 튜브도 못써요
돈이 5천원밖에 없는데요
자전거도 많이 낡았는데 새로 사시죠.
2년반밖에 안됐어요
많이 삭았는데...
안녕히 계셔요
...
집에와서 주머니의 5천원을 진실이 책상 위에 툭 던져놓고
미리와서 컴퓨터에 매달려있는 녀석의 등짝에다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 책상 위에 5천원 올려놓았다!!!
...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는데...밤11시쯤 되었을 때지 싶습니다.
진실이가 "야!!! 누가 내 돈 못봤어?" 소리지르며 난리가 났습니다.
책상을 뒤지고 제 주머니를 뒤지고 일부 청소까지하면서 그 돈을 찾았지만
그리고 잠자는 충신이의 주머니와 가방과 책갈피속까지 뒤졌지만
그 무서운^^ 엄마까지 깨우고 세상모르게 떨어진 교신이를 몇번 뒤집어 보았지만
끝끝내 돈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진실이 네가 어디다 갈무리를 해놓고 잊어버렸거나
요즘...용돈을 모두 압수당하고 있는 충신이가 슬쩍 해서 숨겼거나 둘중 하나일거라고...
물론 진실이는 길길이 뛰면서 자기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고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충신이를 향해...이녀석 자는척하는 거 같지않아요?하며 한껏 의혹의 눈초리를 반짝였지요.
...
새벽에 잠시 일어나서 잠자는 충신이의 주변을 혼자 샅샅이 찾아보았습니다.
게임방사건때문에 용돈을 모두 저축시키게 한 이 아비의 지나친 처사가 아들을 도둑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때문에요.
아무리 찾아도 그 돈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찾아야 짐짓 떨어진 것을 우연히 줒은 척하여 ...아들이 형제들에게 도둑으로 몰리는 일을 막아볼 심산이었는데...말입니다.
어쨋거나 꿈나라를 헤메는 녀석을 ...보고 참 미안한 마음 가득하였습니다.
...
새벽기도를 가기전에
몰래 충신이를 깨웠습니다.
그리고 귓속말로 물어보았습니다.
너 혹시 누나 책상 위에 있던 5천원 가져갔느냐?
예...
그거 빨리내놔라
예? 아빠~ 그거 아빠가 김치찌게 끓인다고 돼지고기 사오라고 심부름시키셨잖아요~
쩜쩜쩜
...
요즘 몇몇 영감님들이 어처구니없게도...저를 영감취급하더니...
영 맛이갔더랬습니다.^^ㅋㅋㅋ
-
주방보조2004.07.19 13:29
음..
답글
비결 하나를 기억속에서 건져올리다면요...
...
결혼전에...다섯을 낳겠다는 각오를 무모하게 퍼트리구요(저는 웃음으로 사전 동의를 받았었습니다...농담이것지 했는지 모르지만...실제로 농담이었구요)
결혼해서 일단 허니문베이비를 낳는겁니다.(많이들 이단계에서 막히더군요^^)
그다음부터는 실수와 용기를 번갈아가면서..발휘하면 되구요.
...
교육비타령하는데
학원과외한번 안해도...아이들이 중간은 갑니다. 괜히 귀얇게 이것저것 시키느라 등골휘는 것이지
중학교까지는 거의 공짜 아닙니까?
...
^^
많은 손자손녀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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