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충신이의 반성문...

주방보조 2004. 7. 12. 12:29

지지난주에 친구집에서 컴퓨터게임을 사흘연속으로 두시간에서 네시간까지 하다가 엉덩이를 맞고

아프다며 팔로 막다가 두줄의 매자국이 선명하게 팔에 남은

저의 맏아들 놈이

 

금요일엔가 은근히 제게 협박을 하더군요.

 

아빠 아세요?

뭘?

영국에서는요 아이들 몸에 멍이들게 때리면 다 잡혀간데요.

그래서?

아니예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

 

그러다가

그주일에는 이야기중에

 이녀석이 열심히 일해서 번 용돈 3600원중 2000원을 그 친구녀석에게 게임방비로 주었다는 기가막힌 실토를 받아냈습니다.

 

야 임마 그거 삥 뜯긴거 아냐?

아니예요 꿔준 거예요

당장 받아올 수 있어?

예 그럼요, 받아와요?

됐다...

 

...

 

지난 토요일 날이 무척 더워서

근신처리를 한 아들놈만 놔두고

주오일제로 여유가 생긴 우리 부부와 딸들 그리고 교신이가 아파트 그늘막 벤취에 들어앉아 독서도 하고 잡담도 하는 시간을 한시간쯤 가졌습니다.

 

송충이때문에...모두 다시 집에 들어왔는데 ...이 잘나신 아드님께서 집을 비워놓고 사라지신 겁니다.

 

일단 거짓말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온 동네 운동장들과 아파트 놀이터들을 자전거로 휭하니 돌며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약 두시간만에...

 

먼저 녀석을 불러 세워놓고 ... 동네를 다 다녀 살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사실대로'말하라고 하였지요.

 

...

 

아빠가 저랑 IPX를 요즘 잘 안하시잖아요...로 시작해서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았다는 말...그리고 게임방에 갔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주어서 고맙다고 하고...한시간쯤 서있게 하고나서 ...반성문을 써 오게하였습니다.

 

...

 

"죽아마땅한 아들이 보내는 반성문"

 

아버지!

저는 죽어 마땅한 죄인입니다.

거짓말을 하면서 피아노를 치고, PC방을 가면서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PC방이라는 길을 만들어 더욱 넓고 더욱 깊이  팠습니다.

저는 작년에 가족몰래 UPO PC방에 큰 누나의 유혹으로 두번이나 갔습니다.

저는 베틀넷을 한번 해보고 ' 아~우리집에도 베틀넷이 있었으면'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서는 문어빵 핑게를 대었습니다.

그것은  2003년12월31일에 살곳이 다리에서 고백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유혹은 그대로 남아, 올해에도 PC방을 두번 간 것입니다.

한번은 (친구)생일 파티때, 그리고 한번은 지금...

그걸 숨기려다 들통나고...저는 죄인입니다.

또 나쁜 친구와 사귀어서 나쁜 길로 가서 죄인이고...

거짓말을 한없이 해서 죄인이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벌은 어떤 벌을 주셔도 좋습니다.

 

...

 

죽어마땅한 아들이란 말에...제 마음이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아빠랑 오랜만에 IPX한판 하자...다시는 게임방 가지말아라 알겠지?

예...다시는 안가겠습니다.  1:1보다는 1:1:1로 할께요..컴퓨터도 한몫하게요...그래야 더 재미있어요...

 

...

 

모두들 벌을 더이상 안받고 아빠랑 스타크를 하는 모양이 희안했는지...

아내가 슬쩍 묻더군요^^

얘...컴퓨터 해도 되는 거예요?

잘못했다잖소...같이 못놀아준 내 잘못도 있고 ...무엇보다도 죽어마땅하다니 어찌 용서를 안해줄 수 있겠소^^ㅋㅋㅋ

 

 

 

 

 

 

 

  • 주방보조2004.07.12 12:37

    저는 랜덤 테란이었고
    아들과 컴퓨터는 프로토스였습니다.

    질럿러쉬를 겨우막고 아들놈의 프로토스가 분명한 닥템을 마인을 심어 겨우겨우 막고 있는데

    아들놈이 갑자기 에이씨 하면서 게임이 끝나버리는 겁니다.

    저를 공격하는 중에...컴퓨터가 와서 녀석의 본진을 초토화 시켜버린 것입니다.

    ㅋㅋㅋ...

    그냥 1승을 건졌죠^^ 21승 18패...3연승중이구요...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2004.07.12 14:51 신고

    ㅋㅋㅋㅋ
    가끔 남편하고 퇴근하여 돌아오면
    끈적끈적할 남편이 먼저 씻고 저가 씻는 사이
    후다다닥... 컴을 차지하고앉아서
    스타크를 합니다.

    사실 그 모습이 이쁜날은 별로 없습니다.

    대학 축제때 단과대학내 게임대회에서 단대짱을 물리친 실력은
    어디가고
    지금은 컴퓨터랑 해도 곧잘 지곤하여서 안쓰럽기는 하지요. ^^

    그래도 컴에 빠진 남편을 내게로 눈돌리게하는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닙니다. ^^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

    하하...
    그리고 앞으로 아들이든 딸이든...
    누군가 한명은 게임친구가 되어주어야할텐데...
    남편이 제 대신 잘해줄테니
    실력을 잘 닦아놓으라고 해야할 모양입니다. ^^

    재밌게 웃고 갑니다.

    죽어마땅하다던 아드님은 더 잘 살것 같으네요 ^^

    답글
  • 주방보조2004.07.12 16:55

    자녀분들 클 때까지 스타크가 계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티비체널중에도 온게임넷이 한자리를 차지하였다니까요.
    7월 17일에 부산에서 스타리그 결승전이 있다...니 이아들놈은 부산한번 가봅시다..은근히 비벼보더라구요^^ 택도 없는 줄 알면서요.

    아내에게도 좀 가르쳐 봤는데

    관심이 별로더군요...

    그래서 눈치보면서..하죠^^

    답글
  • 평미레2004.07.12 17:20 신고

    우와~~ 외국어가 따로 없군요.
    전... 전혀 못합니다.
    오치도 간신히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 수준이라
    저는 어깨너머나마 배울 기회도 없었구요.
    이걸 지금이라도 배워야 하나....
    부모의 길은 멀고도 험하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4.07.12 19:49

    조정희님은 테란 종족이 어울릴 것같습니다^^
    저는 주로 프로토스를 좋아하지만 아들이 프로토스를 택해서 컴퓨터가 정해주는 랜덤을 택했습니다. 그래야 비슷했거든요.

    테란은 좀 섬세하고 치밀한 성격이 어울리고
    저그는 급하고 격정적인 사람이
    프로토스는 우직하고 끈기있는 사람이
    그리고 이 셋중 아무거나 하는 랜덤은...별 특별한 특징없는 사람이 어울린다...

    이것이 제 스타크래프트론입니다.

    ...

    음...
    한 세시간만 투자해서 배우시면 충분히 즐기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답글
  • 소금과빛2004.07.12 19:55 신고

    .................
    할 말이 없습니다.....전 겜맹입니다..ㅋㅋ

    답글
  • 이사야2004.07.12 20:04 신고

    저도 겜맹입니다... ^^

    그러나 님의 이 글은 어떤 게임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하하하!

    답글
  • 빈하늘2004.07.12 20:52 신고


    우와 ... 너무 재밌어요 ^^
    교신이가 진짜 멋지군요..쪼그만 애가...저런 방성문을 쓰다니...
    기특도 하여라 ~~ 옆에 있다면 아마 뽀뽀 천번 해주고 싶군요 !

    전 겜은 잘 모르겠지만...
    피씨방 간다고 나무라지만 마시고
    가끔 같이 놀아주세요.제발요...제발 ~~

    아우 넘넘 귀여워요 ^^
    김원필님이 살살 녹으실 듯 하네요..ㅋㅋㅋ.

    답글
  • 시아2004.07.12 21:35 신고

    저는 섬세하고 치밀한쪽보다는 격정적인 사람이 맞는데

    뭐가 어디서 부터 잘못됫는지 첨서부터 테란을 주 종목으로 삼더니만.

    컴터랑 하면 꼭 저그를 상대로 택해서 초전박살戰 으로

    나간다는..ㅎ

    물어보지도 않은애기를 했군요.

    스타는 저수지만..그래도 컴터랑해서는 특히..저그랑은 대략 이기는

    추세랍니다.

    처음엔 밤새기 게임을 몇번해본적도 있는

    그렇게 한때 죽어마땅한 죄인이었던 시아의 눈에

    길가다..죽어마땅한 죄인이

    보이길래 강한 동료의식이 발동한결과의 산물을 지금 보고게시는겁니다.ㅎ





    재밌게 읽고갑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4.07.12 23:22

    빈하늘님...
    교신이(6살)가 아니라 충신이랍니다(초등5)

    아이들이름을 모두 제가 직접지었는데요
    진실이는 거짓말을 잘하고^^...충신이는 뒤통수를 잘 때립니다.
    나실이는 겁이많고(원래 나실인들은 용감하거든요)

    원경이와 교신이는 두고봐야죠^^

    ...

    소금과빛님과 이사야님은
    겜맹이 자랑이 아니니까^^...배우세용~

    답글
  • 주방보조2004.07.12 23:26

    시아님^^

    저도 별로잘 못합니다.

    그냥 이곳분들이 거의 겜맹이라니까 더 신이나서 떠드는 것이지요.

    ...

    반갑습니다.^^

    답글
  • 초록피아노2004.07.13 04:24 신고

    이건 마치…

    언어의 새 장벽이요, 문화의 큰 파장이요, 제 머리의 뒤처짐을 한꺼번에 느끼고 갑니다.

    아휴….어지러워…..

    답글
  • 주방보조2004.07.13 07:41

    피아님을 위한 ...해설^^

    스타크레프트라는 게임은 줄여서 스타크라고도 부릅니다.
    세 종족이 있는데
    인간과 유사한 종족이 테란
    온갖 짐승들을 변형시킨 것이 저그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우주인류가 프로토스입니다.

    게임을 할 때 이 종족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플레이합니다.

    유닛들이 다양해서 다 소개할 수 없구요
    예를 하나만 들면
    닥템은...다크템플러라는 프로토스종족인데 몸을 보이지않게 해서 종횡무진 다닐 수가 있고 칼로 적을 공격합니다.
    마인은 테란의 벌쳐라는 유닛이 땅에 매설하는 지뢰인데 이것이 탁템을 인지하여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인을 심어놓으면 닥템은 함부러 다닐 수가 없지요.

    한번 인터넷에서 임요환이나 이윤열 강민 홍진호따위의 인물들을 검색해보시면
    게임의 세계...프로게이머의 인기를 실감하실것입니다.

    ...

    겜맹들이 많하서 신이난 ... 겜 초보인 제가 신이났습니다^^

    답글
  • sunny2004.07.13 07:49 신고

    원필님,
    뭔소린지 도통 모르겠군요.
    그보다는 충신이가 '죽을 죄인'이라는 말을 썼던데,
    그거 심각한 말입니다.
    물론 화목한 집안분위기로 봐서는,
    특히 충신이의 배짱과 재치로 봐서는,
    그 말도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쉽게 입에 올릴 말은 아닌가 합니다.
    혹 아버지가 가끔 폭군이 되는 것 아닌감? 매도 다 때린 것을 보니....
    (너무 집안 분위기가 좋아보여서, 올려본 말입니다. 너무 신경쓰지는 마시기를.... 계속해서 화목한 집안, 화기 애매한 집안 되시길....)
    청랑

    답글
  • 주방보조2004.07.13 08:14

    예 목사님^^
    죽어마땅한 죄인운운해서 제 가슴이 떨렸습니다.
    이녀석이
    그럴 아비의 마음을 파악하고 미리 잔머리 굴린 것은 아니구요^^
    목사님 말씀대로 제가 가끔 폭군이 되는 것 때문인 듯합니다.

    물어보았죠...

    너 죽을 죄인이란 소린 뭐냐?
    예 제가요 십계명중에 두개나 어겼잖아요
    두개 뭐?
    부모를 공경하라하고 거짓말마라하는거요
    그게 죽을 죄야?
    그럼 아니예요?
    쩜쩜쩜

    ...

    답글
  • 2004.07.13 14:50 신고

    오랫만에 들렀는뎅.. 넘 재밌어서 속으로 한참 웃었네요.
    죽어 마땅한 아들이라..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쓰죠?
    충신이 녀석 머리통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답글
  • 주방보조2004.07.13 21:34

    잔느님...

    건강은 어떠세요?
    아가는 잘 자라고 있지요?

    빨리 칼럼 하나 만들어서 ,,,아가사진도 올리고 아가에게 남겨줄 좋은 일기도 쓰고 그러세요.

    칼럼쓰는 것...태교에도 좋을 겁니다^^

    다른 구역들은 다 시끌거리는데...우리구역은 너무 썰렁해요...

    답글
  • 2004.07.14 13:51 신고

    ㅋㅋ 죄송해여 예전처럼 활발해야 하는뎅~~
    도무지 게을러지네여.
    다들 태교일기 쓰라고 하는데.. 도무지.. 전 아직 뱃속 아기에게 해줄말이 별루 없는거 있죠.
    너무 무심한 엄만가봐여~
    건강은 좋아요. 입덧두 많이 가라앉았구요.. 감사헤요. ^^

    답글
  • 사랑하나봐2005.09.08 01: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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